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슈가맨. 계륵이 되어버린 역주행송. 해결방법은 선택과 집중뿐?

반응형

JTBC는 현재 두 개의 음악 예능 프로그램을 방영하고 있다. 하나는 시즌4까지 제작 되며 토요일 심야 예능으로 꾸준히 사랑받았던 <히든싱어4>이며, 나머지는 지난 여름 파일럿 제작 이후 지난 10월 20일 정규편성되어 매주 화요일 오후 11시에 방영하는 <투유 프로젝트-슈가맨>(이하 <슈가맨>)이다. 





<히든싱어4>, <슈가맨> 모두 가수가 메인이 되는 음악 예능이지만, 각 프로그램이 지향하는 방향은 다르다. <히든싱어4>는 히트곡도 꽤 많고, 지금까지 꾸준히 활동하고 있는 톱가수들을 향한 JTBC와 해당 가수 팬들의 합동 헌정 예능이라면, <슈가맨>은 한두개의 히트곡만 남기고 홀연히 사라진 가수들을 재조명하는 프로그램이다. 


<히든싱어4>, <슈가맨>에 출연한 가수도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만, 가수의 노래를 해당 가수 혹은 다른 게스트가 부른다는 점에 있어서, 예전 히트곡이 다시 주목받는 시너지 효과를 안겨 준다. 하지만 <히든싱어4>는 출연 가수의 유명세 만큼이나, 그들의 노래 또한 많은 이들에게 알려져있다. 지난 7일 방영한 <히든싱어4> 소찬휘 편처럼 유명곡에 가려 덜 알려진 ‘헤어지는 기회’, ‘보낼수 밖에 없는 난’이 재조명받는 경우도 있기도 하다. 그러나 소찬휘는 지금까지도 활발히 활동 중인 현재형 가수며, ‘현명한 선택’, ‘Tears’는 세대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대형 히트곡이다. 


그런데 <슈가맨>에 출연하는 가수들은 짧은 기간, 그것도 특정 세대를 중심으로 인기를 끌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사라진 케이스가 대부분이다. 이는 <슈가맨>이 매회 방영할 때마다 게스트에 따라 극과 극 반응을 보이는 ‘세대별 청중단’을 봐도 알 수 있다. 





지난 10일 방영한 <슈가맨>에서 유희열팀의 슈가맨으로 등장한 에메랄드 캐슬은 90년대 후반 활동한 락밴드이다. 활동 시기는 짧았지만, 당시 에메랄드 캐슬이 발표한 ‘발걸음’은 당시 젊은 세대에게 큰 인기를 끌었고, 지금까지도 30대 남자들의 노래방 애창곡으로 불리는 노래다. 반면 1992년 방영한 MBC 드라마 <무동이네 집> OST인 박준하의 ‘너를 처음 만난 그때’는 90년대 초반 잠깐 인기를 끈 곡인만큼, 40-50 청중단에게 더 익숙하게 다가오는 멜로디다. 


비단 지난 10일 방영한 4회뿐만 아니라, 게스트에 따라 천양지차로 달라지는 세대별 청중단의 반응은 <슈가맨>에서 두드러지는 특징 중 하나다. 유재석팀은 지난 4회에서 등장한 박준하를 비롯, 최용준,미스터투, 구본승 등 주로 80년대 말, 90년대 초에 활동한 가수들을 슈가맨으로 선정한다면,  유희열 팀은 현승민(H), 강현수(V.one), 줄리엣, 에메랄드 캐슬 등 주로 20-30대 청중단의 귀에 익은 가수들과 노래들을 조명한다. 


비록 시청률은 국민MC 유재석의 이름값에 비해 다소 아쉬운 숫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성과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슈가맨>이 방영할 때마다, 슈가맨으로 등장한 가수들과 노래 제목이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고 있고, 출연 슈가맨을 향한 관심과 함께 프로그램에 대한 호응도도 점점 높아진다는 점에서 <슈가맨>은 한 때 대중의 큰 사랑을 받았지만, 어느순간 잊혀진 가수와 히트곡을 재조명하는 기획의도를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그런데 <슈가맨>은 한 때 잘나갔던 가수들을 스튜디오를 초대하여, 그들의 옛 히트곡을 다시 듣는 수순을 넘어, 그 노래를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하여 일명 ‘역주행’에 성공하겠다는 야심한 포부를 내세운다. 파일럿 시절과 비교하여 많은 포맷이 바뀌는 와중에도 유일하게 살아남은 ‘역주행송’은 오히려 각 팀의 프로듀서를 맡은 뮤지션들간의 음악적 자존심을 건 대결 양상 구축으로 더 강화되었다. 


그런데 요즘 음원차트를 휩쓰는 인기 가수들과 실력있는 프로듀서의 협업, 그리고 역주행송을 만드는 과정에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음에도 불구, 정작 <슈가맨>이 만드는 ‘역주행송’에 대한 대중들의 반응은 4회가 지난 지금도 여전히 미지근하다. 


매 회 역주행송에 참가하는 가수들과 프로듀서들의 문제는 아니다. 지난 4회에서 각 팀의 ‘역주행송’을 부르는 가수로 초청된 10cm, 황치열, 백아연은 모두 자기 색깔 뚜렷하고, 매력적인 보이스를 가진 뛰어난 뮤지션이다. 또한 <슈가맨>에 등장하는 프로듀서들은 가수가 가진 역량을 최대한 돋보일 수 있는 최고의 능력을 갖춘 대중 음악가들로 구성되어있다. 또한 이들이 발표하는 ‘역주행송’ 또한 곡 자체만 놓고 보면 흠 잡을 데 없이 훌륭하다. 





하지만 대중음악은 어디까지나 대중들의 일정한 공감과 반응이 뒤따라야한다. 그런데 <슈가맨>의 역주행송은 점점 유명세를 얻어가는 프로그램과 달리, 별다른 반응이 느껴지지 않는다. 하다못해 역주행송에 ‘원곡을 망쳤다는’ 식의 엄청난 혹평이 가해지는 것도 아니다. 즉, <슈가맨>이나 실시간 검색어를 통해 잠깐이라도 화제가 되는 슈가맨과 그들의 노래와는 달리, 역주행송은 역주행은 커녕 이렇다할 주목도 받지 못하고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다. 


당대 최고 가수들이 리메이크에 참여하고 있음에도, 어떠한 화제도 불러일으키지 못하는 ‘역주행송’의 완성도를 지적하고자 하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공을 들어 21세기 감각에 부합하는 리메이크송을 만들었다고 한들, 지난 날 노래를 사랑했고 추억하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원곡이 주는 감흥을 쉽게 뛰어넘을 수 없는 법이다. 


물론 우리는 가까이는 MBC <일밤-복면가왕>, <일밤-나는가수다>, KBS <불후의 명곡 전설을 노래하다> 등 방송을 통해 리메이크에 성공한 케이스를 수도 없이 보았다. 그런데 앞서 거론한 음악 예능들은 지난날 명곡을 재조명하기 보다, 출연자들간의 대결에 초점을 맞춘 경연 프로그램이다. 





오히려 예전 히트곡으로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한다는 부분에서, <슈가맨>과 비슷한 지향점을 보인 프로그램은 MBC <무한도전-토요일 토요일 가수다>(이하 <무한도전 토토가>)이다. 그런데 원곡과 그 당시 퍼포먼스들을 최대한 똑같이 재현하는 것에만 집중한 <무한도전 토토가>와는 달리, <슈가맨>은 출연 가수와 히트곡을 재조명하면서 동시에 리메이크 버전을 만드는 데에도 심혈을 기울인다. 


시도는 좋다. 그런데 시작과 동시에 한꺼번에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겠다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 일이다. 시선과 힘이 분산되다보니, 정작 진짜 중요한 무언가를 놓칠 가능성도 높다. 과연 이제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 홍수 속에 어렵게 첫 발을 내딛은 <슈가맨>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잠깐 인기를 얻었던 가수와 노래의 재발굴? 2015년 음원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는 리메이크송 만들기? 아니면 유재석과 유희열의 타고난 진행감에 기댄 대결 포맷? 


<무한도전 토토가>, 요즘 인기리에 방영하고 있는 tvN <응답하라 1988>이 그랬듯이, 시청자들이 <슈가맨>과 같은 추억여행 컨셉 프로그램을 꾸준히 찾는 건, 그들이 그 시절 자주 접었던 유행가, 대중 문화 코드를 통해 과거를 회상하고, 잠시나마 위안을 받고자함은 아닐까. 선택과 집중. 슈가맨을 확실히 재조명하는 것도, 그렇다고 ‘역주행’이라는 이름에 버금가는 리메이크송을 만드는 것도 아닌, 지금 <슈가맨>에게는 그런 고민이 절실히 필요해보인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