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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88. 혜리 남편찾기보다 설레는 류준열의 심쿵 퍼레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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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 분)의 첫사랑은 지난 3회 덕선 스스로가 밝힌 대로 선우(고경표 분)다. 지난 2회 덕선은 아무도 모르게 선우 잠바에 초콜릿을 전달했고, 훗날 어른이 된 덕선(이미연 분)은 자신의 남편(김주혁 분)에게 초콜릿을 준 것이 확실하다고 호언장담한다. 지금 45살이 된 덕선의 기억이 맞다면, 덕선 남편은 당연히 선우인 것. 





하지만 어릴 때부터 연탄가스를 많이 마신 탓(?)인지 덕선의 머리는 그리 좋지 않다. 오죽하면 별명이 '특별히 공부 못하는 대가리'의 줄임말 '특공대'일까. 아무리 머리가 나쁘다 한들, 자신의 첫 사랑, 연정을 담아 초콜릿을 건넨 남자를 기억못할까 싶기도 하지만. 여기서 가장 큰 문제는 매사 까칠한 태도로 일관하는 덕선의 현 남편이 선우가 아닌 김정환(류준열 분)의 미래를 보는 것 같다는 것이다. 


선우는 전형적으로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이 다 좋아한다는 엄친아다. 공부도 잘하고, 잘 생기기도 했지만, 모든 사람들에게 서글서글하고 살갑게 대한다. 그래서 덕선도 선우를 좋아한다. 자신에게 막 대하는 정환, 류동룡(이동휘 분)과 달리 다정다감하게 다가오니 어떤 여자가 선우를 마다 하겠는가. 





하지만 선우는 덕선 뿐만 아니라 모든 여자들에게 상냥하고 젠틀하다. 오래전부터 쌍문동 골목에 짝사랑하는 그녀가 있다고 하는데, 그 상대가 덕선인지, 아님 제3의 인물인지 도통 알 수가 없다. 덕선의 언니 보라(류혜영 분)에게 동네 친구들이 함께 과외를 받기로 한 날, 마르지도 않는 아끼는 옷을 입는 등 과외에 참석하는 누군가를 잔뜩 의식한 행동을 보이긴 했지만, 덕선을 좋아하는지, 보라를 좋아하는 지는 계속 지켜봐야할 것 같다. (2회에서 덕선이 보라의 옷을 입었을 때, 그 옷의 주인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차리는 것을 봐서는 보라에게 마음이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모두에게 착하고 좋은 남자가 한 여자에게는 나쁜 남자로 기억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선우는 치명적이다. 


반면, 도대체 누굴 좋아하는지 도통 알 수 없는 선우와 달리, 정환의 마음은 덕선으로 완전히 기운 상태다. 처음부터 덕선에게 호감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그냥 태어날 때부터 한 동네에서 자란 불알 친구 중 하나였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덕선이 여자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완전히 덕선에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상태다. 모든 사람에게 상냥한 선우와 달리 태초부터 무뚝뚝함과 시크함으로 일관해오던 정환은 덕선을 향한 시선이 바꿔버린 이후에도 그녀를 대하는 태도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숨기기 위해서 덕선에게 더욱 괴롭히고 못살게 군다고나 할까. 


하지만 이상하게도 보는 이의 심쿵함을 자아내는 므흣한 스킨십은 덕선과 선우가 아닌, 덕선과 정환으로 다 몰아주는 분위기다. 지난 3회에서 쌍문고 학생주임이자 동룡이 아버지인 류재명의 감시를 피해 그 좁디좁은 골목길에서 덕선과 정환이 밀착해 숨어있던 것부터 수상했는데, 지난 14일 방영한 4회에서는 버스가 흔들릴 때마다 다른 남학생들과 부딪치는 덕선을 보다 못한 정환이 아예 흑기사를 자처한 것. 여기에 덕선의 실수로 정환의 고등학생 다운 뽀얀 살결이 드러나고, 덕선을 지켜주는 과정에서 팔뚝에 고스란히 드러난 힘줄은 그의 팬들을 위한 일종의 보너스였던 것일까.   





덕선 앞에서는 일관된 툴툴거림과 과한 구박으로 그녀의 원망을 사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꽁꽁 숨겨 왔던 자신의 매력을 덕선에게 강하게 어필하는 이 남자.  1988년 시대를 앞선 진정한 츤데레가 아닐까 싶다. 확실한 건, 정환처럼 자기 주장 확실하고, 좋고 싫음이 분명한 남자는 다른 여자들에게 욕을 먹고 다닐 지 언정, 자기 여자에게는 좋은 남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어찌되었던 선우를 좋아하는 덕선. 그런 덕선을 남몰래 흠모하는 정환. 그리고 아직은 누구를 좋아하는지 알 수 없는 선우로 <응답하라 1988>은 <응답하라 1994> 쓰레기-성나정-칠봉이를 이은 또 하나의 막강 삼각관계 구도를 형성하였다. 만약 선우도 덕선을 좋아하는 것으로 드라마가 전개된다면, <응답하라 1988>은 쓰레기와 성나정간의 길고 긴 밀당에서 칠봉이 혼자 가슴 앓이하는 것과 같은 똑같은 전개를 이어갈 소지도 높아보인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응답하라 1988>은 쓰레기와 나정이 사이에서 주로 있었던 '심쿵 스킨십'을 덕선과 정환에게 모두 몰아준다. 선우는 지난 3회 오프닝에서 덕선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고, 학용품이 필요할 때마다 다른 친구집 안가고 꼭 덕선을 찾는 것 외에는 별다른 에피소드가 보여지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나온 것으로 덕선의 남편은 누구다로 속단하기는 이르다. 잘 알다시피 <응답하라 1988>의 신원호&이우정 콤비는 <응답하라 1994>에서 여실히 드러났듯이 현존하는 낚시의 제왕이다. 지금까지 정환이가 덕선의 남편으로 유력한 고지에 올랐다고 한들, 당장 다음 회에 덕선과 선우 사이에 어떤 일이 일어날지 또 모르는 일이다. 여기에 지금은 바둑에만 집중해서 그런지, 너무나도 잠잠한 최택(박보검 분)이 갑자기 유력한 덕선 남편 후보로 나서게 되면, <응답하라 1988>은 역대 최악의 혼돈 상태에 빠질 것이다.  





지난 <응답하라 1994> 당시 드라마가 완전히 끝날 때까지 끝난게 아닌 성나정의 남편 찾기에 완전히 지쳐버린 이후, 다시는 신원호&이우정의 낚시에 걸려들지 않겠다고 다짐했지만, 또 다시 그 소용돌이에 들어선 지금의 생각은 "그냥 즐기자."이다. 성덕선이 누구와 결혼을 한다고 한들, <응답하라 1988>이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이 재미있고,  이제 막 사랑에 눈을 뜬 쌍문동 골목 아이들 또한 그 스토리의 일부일 뿐이다. 


무엇보다도 류승범과 이천희를 오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류준열이라는 신선하고도 매력적인 뉴페이스를 알게되어서 기쁘다. 예전부터 눈여겨 보긴 했지만, <응답하라 1988> 이후 박보검이라는 배우가 더 좋아졌다. 고경표는 이 작품을 계기로 <SNL 코리아>로 고정된 이미지를 벗고, 배우로 도약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미 영화판에서는 알아주는 배우였던 이동휘와 안재홍은 <응답하라 1988>으로 확실히 차세대 성격파 배우로 입지를 굳힐 것이다. 덕선과 쌍문동 골목 남자 아이들이 사랑과 우정이 뒤범벅된 관계를 앞으로 어떻게 이어나갈 것인가가 궁금하기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신원호&이우정 마음이다. 그저 우리 시청자들은 신원호&이우정이 이끌어가는대로 지켜볼 뿐이다. 









물론 <응답하라 1988>의 애청자로서 개인적으로 덕선의 남편이 되었으면 하는 캐릭터는 있다. 하지만 그가 반드시 덕선의 남편이 되어야한다고 하지는 않겠다. 어디까지나 내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덕선이 선우, 정환, 아니 최택 중에서 누구와 결혼을 한다고 한들, <응답하라 1988>가 재미있게 흘려가면 그걸로 족하다. 


그리고 지금은 덕선의 남편이 누구인지가 중요하게 다가오는 것이 아니라, 류준열의 심쿵 퍼레이드가 외로운 여심의 마음을 살랑살랑 흔든다. 딱히 잘생긴 외모는 아니지만, 쉽게 거부할 수 없는 치명적인 매력을 가진 이 배우. 단언컨대 올해 최고의 발굴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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