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지난 25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88> 15회는 그렇게 눈에 띌 만한 특별한 일이 없었다. 병원 에피소드야, <응답하라 1988>에 자주 등장하는 소재고, 그나마 분량이 너무 작아 시청자들에게 원성 들었던 류동룡(이동휘 분)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는 것이 다행이라고 할까. 하긴 우리의 인생사가 다 그렇다. 만날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큰 일이 생긴다면, 마음 졸여가며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런데 '사랑과 우정사이'라는 부제를 썼단만큼, 요 몇 회간 오십보백보 였던 정환(류준열 분)-수연(덕선, 혜리 분)-택(박보검 분)의 삼각 관계에 어느 정도 진전을 보여야한다. "(수연에게) 고백할거야."라는 택이의 다짐이 곧 실현화되지 않더라도, 이제 종영까지 4~5회 남은 지금으로서는 삼각관계의 향방이 어느정도 잡혀있어야한다.
하지만 이제는 수연과 택이의 관계를 우두커니 지켜보며, 한숨만 쉬는 정환이에 모자라, 택이까지 정환이 수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정환은 어느 누구에게도 자신이 누구를 좋아하는지 고백한 적이 없다. 그런데 택이가 정환의 마음을 알아차린 것은 그의 눈빛 때문이었다. 아무리 정환이 자신의 사랑을 부정한다고 한들, 수연을 볼 때, 자기처럼 어쩔 줄 몰라하며,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행복해하는 표정까지 숨길 수는 없었다.
만약 이런 상황이 드라마 초중반에 펼쳐졌다면, 시청자들을 동요하게 만드는 효과적인 극적 요소가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실제 지난 5일 방영한 <응답하라 1988> 10회에서 택이가 친구들 앞에서 덕선(수연)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말하고, 정환이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청자들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 본격적인 삼각관계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 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이후의 행보가 다소 의외 였다. 그 전까지는 애정을 표현하는 데 있어 적극적이었던 정환이 갑자기 친구를 위해 한 걸음 물러서는 의리남이 되었고, 당장이라도 고백할 기세였고, 또 위험에 빠진 수연을 위로해주는 기사도 역할을 충실히해내며, 시청자들을 흐뭇하게 했던 택이는 수연의 어깨를 기대어 잠드는 것 외에 별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그래도 정환보다는 애정 표현에 적극적인 택이가 정환의 비밀을 알게된 장면은 '사랑과 우정사이' 부제에 어울리는 이야기로 볼 수 있겠다. 하지만 택이가 친구들 앞에서 고백한 이후, 지난 5회 동안 정환-수연-택의 행보는 언제나 '사랑과 우정사이' 였다. 아무리 우리들의 하루하루가 별 진전이 없어보이는 반복의 일상이라고 한들, 한 회에 무려 몇 개월의 시간을 뛰어 넘기도 하는 드라마는 달라야한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몇 회 동안 그 자리만 계속 맴도는 답보를 넘어, 이제는 정환과 택이 중 누가 수연이 남편인지 도통 알아차릴 수 없도록 세 남녀의 관계 진전에 있어서 후퇴를 꾀하고자 한다.
정환, 택이 각각의 캐릭터 인기가 높긴 하지만,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처럼 많은 시청자들이 누가 여주인공 남편인지 알아 맞추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수연이 남편 찾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대신, 쌍문동 가족들 이야기, 그리고 정환-수연-택을 둘러싼 삼각관계가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 자체를 보고자 한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은 정환, 택의 인기가 높다고, 시청자들이 예전 시리즈처럼 남편찾기에 혈안이 되어있다고 '착각'하는 듯하다. 하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누가 남편이 되었으면 좋겠다 이지, 내가 응원하는 캐릭터가 꼭 수연(덕선)의 남편이 되어야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러나 수연이 남편찾기 미션이 지상 최대의 과제인듯한 <응답하라 1988>은 어떻게든 정환이와 택이 중 누가 수연이 남편인지 꽁꽁 숨기고자 한다. 그러다보니 관계 진척에 있어서 한창 앞서가고 있는 보라(류혜영 분)-선우(고경표 분), 정봉(안재홍 분)-미옥(이민지 분)와 달리, 정작 시청자들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아야할 메인 러브라인이 더 답답하고 재미없게 흘러간다.
오죽하면 <응답하라 1988>에서 가장 달달하고, 마음 설레고, 공감가는 사랑을 보여주는 커플이 정봉-미옥이라고 할까. (이마저도 지난 15회 이후 과하다는 의견이 쇄도하지만;;)수연이 남편찾기도 좋지만, 이제 정환-수연-택 관계에 있어서 그동안 답답했던 가슴을 탁 트이게 하는 톡 쏘는 사이다 전개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제 <응답하라 1988>도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응답하라> 남편 찾기라고 하나, 때로는 어느 선에서 마무리 짓는 것도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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