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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88 16회. 결정적 순간에 물러선 박보검.승부사 기질은 어디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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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6일 방영한 tvN <응답하라 1988> 16회에서 류동룡(이동휘 분)에 따르면, 최택(박보검 분)의 승부욕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평소 사슴같이 선한 눈망울을 하고 있어도, 한 번 물은 먹잇감은 절대 놓지 않는 승부사가 최택이다. KBS <너를 기억해>처럼 극단을 오가는 싸이코패스 정도는 아니지만, 순둥이, 승부사 두 양극의 캐릭터를 자유자재로 오가야하기 때문에, <응답하라 1988> 제작진은 최택 캐릭터를 만들 때 이미 <너를 기억해>를 통해 야누스적 얼굴을 자연스럽게 표현한 박보검을 염두에 둔 것 같다. 그리고 박보검을 통해 구현된 최택은 제작진의 바람대로 수연(덕선, 혜리 분)의 유력 남편으로서, 극의 메인을 차지하는 남성캐릭터로서 시청자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얻는다. 





최택은 수연의 남편 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캐릭터이다. 일찌감치 정환(류준열 분)으로 확정되어 있던 것 같은 시시한 남편 찾기에 불을 당긴 것도 최택이 본격적으로 남편찾기 경쟁에 뛰어들면서 부터다. 드라마 초반까지만 해도 쌍문동의 다섯 친구 중 하나로 분량이 많지 않았던 최택은 6회 마지막에서 덕선에게 함께 영화를 보자고 제안한 이후 금세 극을 지배하는 메인 캐릭터로 자리 잡게 된다. 


정환으로 대동 단결 이었던 덕선 남편찾기가 다시 흥미진진해 진 것은 최택 역을 맡은 배우 박보검의 잘생긴 외모, 도무지 속을 알 수 없을 것 같으면서도 의외로 솔직한 최택의 이중적인 면모를 섬세하게 표현하는 그의 연기력도 한 몫 하지만, 사랑하는 여자 앞에서 자신의 감정 드러내기를 주저하지 않는 최택의 승부사적 기질 때문이다. 





동네에서 '개정팔'이라고 부를 정도로, 전형적인 나쁜 남자 스타일에, 매사 똑 부러지고, 할 말 다 할 것 같은 정환은 의외로 자신의 사랑 앞에서는 굉장히 소극적이다. 원래 매사에 투덜거리고, 까칠한 사람들 중에 소심한 사람들이 많다고 하나, 지난 10회 덕선을 좋아한다는 최택의 고백을 들은 이후 정환의 행보는 6회 째 그 자리만 맴돌고 있다. 


짝사랑이 결코 단박에 무 자르듯이 쉽게 끝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따지고 보면 지난 10회와 지난 16회까지의 극중 시간을 비교해보면 불과 몇 달만 지났을 뿐이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머뭇거리는 정환의 마음 자체가 이해 안되는 것은 아니다. 친구가 세상의 전부인 것 같은 그 나이대에서 덕선, 최택 사이에서 갈등하는 정환의 행동은 지극히 당연하다. 그러나 끌어도 너무 끌었다. 6회 째 별다른 내용 없이 덕선이 앞에서 머뭇거리는, 심지어 한 발 물러서는 답답한 행보만 보이니, 보는 시청자들도 답답하게 느낄 수밖에. 





반면, 이성에 별반 관심이 없고, 표현 방식만 다르지 정환 못지 않게 무뚝뚝하고 소심할 줄 알았던 최택은 사랑 앞에서 상당히 저돌적이다. 이건 부전자전 내력이다. 매사 과묵함으로 일관하는 최택의 아버지 최무성도 그가 흠모하는 김선영 앞에서는 잘 앵기고, 적극적으로 달려드니, 택이 아버지가 선우 엄마랑 이어질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지도 못했던 시청자들도 어느새 최무성과 김선영의 사이를 응원하게 한다. (하지만 이 에피소드가 너무 과하다. 덕분에 성동일-이일화, 김성균-라미란 부부, 그리고 류재명-이동휘 관계는 점점 줄어드는듯;;;) 


바로 정환으로 완전히 굳혀지는 듯한 덕선이 남편 찾기가 활력소를 얻고, 김정환 그 이상으로 최택이 덕선 남편으로 높은 지지를 받았던 것은, 다소 어리숙한 허당기에도, 자신이 좋아하는 여자 앞에서는 똑 부러지는 택이의 분명한 태도 덕분이었다. 그리고 덕선이에게 애정을 구걸하는 최택의 촉촉한 눈망울은 빠질래 빠질 수 없는 진심이었다. 그걸 뻔히 보고도 눈치 못채는 덕선의 무심함이 대단할 뿐;;; 





하지만 어느순간 정환도 자신처럼 수연(덕선)을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된 최택은 갑자기 한 발 물러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 준다. 그리고 덕선을 포기할 수 없는 상황에 눈물을 흘리며, 다량의 수면 유도제에 기대어 깊은 잠에 빠진다. 친구를 위해서 사랑까지 양보할 수 있다는 참 눈물겨운 의리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김보성의 으리 놀이나 보자고, 수많은 시청자들이 금, 토라는 황금시간에도 불구 TV, 티빙 앞에 모여든 것이 아니다. 수연이 남편이 누가 될 것인지도 드라마에 있어서 중요한 문제지만, 정환이 택이 중 누가 남편이 되어도 시청자들을 납득시킬 수 있는 설득력있는 전개를 보여주어야한다. 


그런데 정환, 택 모두 우정 앞에서 물러난 지금은, 눈물을 흘리며 고통스러워하는 그들의 상황이 안타갑기 보다, 답답함만 느껴진다.사랑을 넘어선 남자들의 뜨거운 우정 이야기도 좋지만, 뭐든지 과하면 탈 난다. 이미 정환이와 택이가 덕선이를 얼마나 좋아하는지를 시청자 모두가 안 이상, 그들의 지지부진 행보는 오히려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갑자기 승부사에서 비운의 아이콘으로 굳혀버린 박보검의 눈물연기에 의존하는 것도 하루이틀이다. 





<응답하라1988>에게 지금 필요한 건, 마음 속 욕구 욕망을 포기하지 못하면서도, 패배와 고통에 무력해지는 나약한 인간이 아니라, <응답하라 1994> 칠봉이가 남긴 명대사처럼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하는 포기하지 않는 패기다. 부디 2주 뒤에 만나는 <응답하라 1988>은 답답의 극치를 달리던 16회 보단 더 나아져 있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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