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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응답하라 1988 14회. 답답이가 되어버린 어남류 김정환이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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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응답하라 1988>은 이전 시리즈와 달리, 가족, 이웃 이야기를 지향하는 드라마이다. 한 특정 캐릭터의 남편 찾기, 사랑 이야기보다,  1980년대 후반을 살았던 사람들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전 <응답하라> 시리즈에서는 여주인공 부모 정도로만 머물렀던 성동일, 이일화가 <응답하라 1988>에서는 당당히 극의 중심을 차지하는 메인 캐릭터로 부상하게 된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은 캐릭터들간에 주,조연이 딱히 나눠지지 않는다. 어떤 회에서는 엄마들이 이야기를 이끌어갔다면, 지난 13회의 주인공은 다름아닌  쌍문동 아빠들이었다. 





그렇다고, <응답하라> 시리즈의 핵심(?) 이라고 할 수 있는 젊은 여주인공의 남편 찾기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여주인공이 언제나 극의 메인을 장식하던 이전 시리즈와 달리, <응답하라 1988>의 성덕선(혜리 분)은 등장 인물 중 하나일 뿐이다. 덕선이 유력 남편 후보들과 알콩달콩 에피소드를 쌓아가는 장면이 여전히 비중있게 등장하고 있지만, 그 또한 <응답하라 1988>의 여러가지 흥미 요소 중에서 한 축을 담당하는 이야기로 보여질 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응답하라 1988>은 따뜻하고 훈훈한 가족 드라마를 보고 싶었던 새로운 시청자층을 끌어들이는데 성공을 거두었지만, 정작 시리즈 특유의 러브라인에 열광 했던 시청자들에게는 적잖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한다. 특히나 이번 덕선의 유력 남편 후보로 등극한 김정환(류준열 분)과 최택(박보검 분)은 <응답하라> 시리즈 통틀어 역대급 남주로 불릴 정도로 여성 시청자들이 좋아하는 요소를 두루 가진 매력적인 캐릭터들이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 기대되던 남편 찾기였다. 





하지만 이쯤 되면 어느 정도 진전되어있어야하는 러브라인은 계속 답보 중이고, 심지어 극 초반만 해도 성덕선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해 적극적으로 애정 공세를 펼치던 김정환은 친구 최택을 위해 한걸음 물러서는 의외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덕선이 없으면 죽을 수도 있다는 최택은 곧 고백할 것이라는 말만 남긴 채, 오리무중이다. 


반면, 다른 러브라인들은 일찌감치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속사포같은 관계 진전을 보여 준다. 그렇다고 다른 러브라인들이 마냥 순탄하게 흘려간 것만은 아니다. 하지만 이들이 성덕선, 김정환, 최택과 달랐던 결정적 차이가 있다면, 좋아하는 이성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행동에 있었다. 





예전부터 보라의 주위를 맴돌고, 그녀의 사랑을 애원 했던 선우의 행보는 익히 알고 있었지만, 이 중에서 가장 의외의 행보를 보인 것은 김정환의 형 정봉이(안재홍 분)이다. 10회까지만 해도, 심장병을 앓고 있고, 대학 입시에 연이어 실패하고 있음에도 불구, 공부가 아닌 다른 것에 집중하는 전형적인 오덕후의 모습을 보여주던 김정봉은 러브라인과 상당히 거리가 멀어보였다. 그래도 잡학다식하고, 운빨 하나는 최강인 만큼,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면 가장 잘 살 인물로 예상되긴 했지만, 철저히 동네 중심으로 펼쳐지는 러브라인과는 다소 거리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전까지는 전혀 교류가 없던 덕선 친구 장미옥(이민지 분)과 예상치 못한 우산 속 로맨스가 펼쳐지더니, 지난 19일 방영한 14회에서는 뜨거운 키스로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연인으로 발전한다. 장미옥의 입원 때문에, 이들 커플도 가장 중요한 썸타는 시기에 서로의 안부를 주고받지 못하는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하지만 정봉이 미옥이 입원한 병원에 직접 편지를 들고 찾아간 뒤로 이들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그 어느 해보다 따뜻한 1989년을 보낼 수 있었다. 





이렇게 다른 러브라인들은 일찌감치 자리를 잡으며, 보는 시청자들의 가슴을 설레게 하는데, 정작 시청자들이 가장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고 지지를 받는 김정환-성덕선-최택의 관계는 여전히 묵묵부답이다. 유독 메인 러브라인에게만 가혹 하다는 것이 <응답하라> 시리즈의 특징이라고 하나, <응답하라 1988>은 그 정도가 더 심한 것 같다. 


러브라인의 진전도 뿐만 아니라, 더 심각한 문제는 초반까지만해도 사이다 같았던 김정환이 점점 답답이가 되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친구와의 의리 때문에 일부로 덕선을 피하고 있다고 하나, 김정환을 덕선 남편으로 응원하고, 그녀의 남편으로 믿어 의심치 않는 시청자들에게는 회가 거듭할 수록 실망감만 안겨줄 뿐이다. 아무리 그래도 덕선 남편은 정환이니까, 일부로 <응답하라 1988> 제작진 측에서 정환이를 소홀히 다룬다는 의견도 있지만, 정환은 덕선의 유력 남편 후보이기 이전에, 드라마의 한 축을 이끄는 메인 캐릭터이다. 


<응답하라 1994>에서도 여주인공 성나정의 남편으로 연적 칠봉이보다 더 가능성 높아보였던 쓰레기가 나정의 남편으로 꾸준히 지지를 받은 것은, 단순히 그가 어남쓰(어차피 남편은 쓰레기)라서가 아니라, 쓰레기 캐릭터 자체가 가진 매력에 있었다. 쓰레기는 경상도 남자 특유의 까칠함을 보여주면서도, 따뜻한 가슴을 지닌 남자였고, 무엇보다도 성나정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것을 숨기지 않았다. 오히려 칠봉이가 나정에게 다가갈 수록 쓰레기는 더욱더 적극적으로 나정에게 돌진한다. 그것이 쓰레기가 성나정 남편으로서 아니라, <응답하라 1994> 남자 주인공으로 사랑받았던 이유다. 





그런데 <응답하라 1988>의 정환은 여타 캐릭터들에 비해서 확 줄어든 비중도 문제지만, 남자 주인공으로서 자신의 매력을 어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헛발깃짓으로 소비하는 일이 대다수이다. 반면 최택은 덕선에게 말만 못할 뿐이지, 덕선을 향한 자신의 애정을 무한대로 과시한다. 심지어 덕선이 없다면 죽을 수 있다는 명언도 남기고, 곧 덕선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할 것이라는 예언도 남긴다. 


초반, 덕선 남편으로서 자신을 적극적으로 어필할 수 있었던 정환과 달리, 유독 초반의 비중이 낮았던 최택을 위한 제작진들의 배려라고도 볼 수 있으나, 사랑은 누군가를 위해 양보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다. 자꾸 이런 상황이 지체되면, 초반 덕선의 남편으로 정환을 지지 했던 시청자들도 지쳐버린 나머지, 택이에게 마음이 움직일 수도 있다. 





덕선 남편으로 승기를 잡는데 있어서 여러모로 불리해진 정환에게 그나마 위안이 되는 것은 덕선은 정환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오히려 덕선이 적극적으로 자신의 마음을 드러낸다. 그래서 정환의 행보가 더 답답하게 느껴지는 것인지도 모르지만, 어찌되었던 덕선의 남편 찾기가 이제 6회 남은 <응답하라 1988>의 메인 이벤트라고 하면, 그에 걸맞게 정환, 최택의 치열한 사랑 대결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지금같이 정환의 답답한 모습만 보여주면, '어남류'만 흔들리는 것이 아니라, 성덕선 남편찾기 자체의 흥미가 반감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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