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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셜록:유령신부. 극장에서 만난 셜록팬들을 위한 특별 에피소드. 괜찮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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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언제부턴가 몇몇 해외 드라마 팬들 사이에서 짝수년 새해가 된다는 것은, 영국 드라마 <셜록>의 새 시즌이 시작된다는 말로 통용되기 시작했다. 2010년부터 영국 BBC를 통해 격년 마다 방영한 <셜록>은 미국, 영국 드라마를 즐겨보는 마니아들 뿐만 아니라, 케이블 영화 채널 OCN에서 방영할 정도로 화제를 모은 인기 시리즈이다. 





다시 짝수년 새해가 밝은 2016년. 하지만 많은 셜록팬들이 기다리던 시즌4는 나오지 않았다. 대신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크리스마스 스페셜로 방영한 <셜록:유령신부>가 한국에서는 극장판으로 개봉하여, 셜록팬들의 곁을 찾았다. 


애초 스페셜로 기획되고, 방영된 드라마이기 때문에, 영화로 볼 수는 없다. 애초 <셜록> 시리즈 자체가 보통의 영화를 능가하는 탄탄한 스토리, 비주얼을 보여주며 수많은 팬들을 열광 시켰다고 하나, 드라마 특유의 흡인력을 불어넣는 대신, 시즌4를 위한 포석으로 그 기능을 국한한 <셜록 : 유령신부>는 어디까지나 셜록팬들을 위해 제작된 팬서비스 드라마에 가깝다. 때문에 <셜록 : 유령신부>는 오프닝 이전과 엔딩 크레딧 이후 촬영 세트 공개와 출연 배우들 인터뷰 영상에 비교적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때문에 <셜록> 시리즈를 빠짐없이 챙겨본 열혈 팬이라면 더할나위 없이 반가운 특별판 이겠지만, <셜록:유령신부>를 통해 베네딕트 컴버배치의 셜록을 처음 접한 관객이라면 다소 불친절하게 다가오기도 한다. 원래 영국에서는 스페셜로 방영 했던 드라마가 한국에서는 다수의 관객들을 극장으로 끌어모아야 하는 영화로 둔갑(?)한 탓이 크겠다. 그래서 수많은 영드, 미드 중에서도 명작 시리즈로 꼽히는 <셜록>의 극장판이라고 부르기 에는 허술한 완성도를 보이는 <셜록 : 유령신부>에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어디까지나 <셜록 : 유령신부>는 영화가 아니라, 셜록팬들이 다음 시리즈에 대비하도록 도움을 주는 징검 다리 드라마이다. 


셜록팬들에게 특별한 선물을 안겨주기 위해, <셜록> 제작진은  <셜록>의 원작 <셜록 홈즈>가 만들어진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가기로 한다. 여왕이 지배하고 있었지만, 여성에게는 참정권이 인정되지 않았고, 남자들은 부엌에서 요리를 할 수 없었던 그 시대. 셜록 홈즈(베네딕트 컴버배치 분)는 예나 지금이나 탐정이란 본업에 충실하고, 의사인 존 왓슨(마틴 프리먼 분)은 전역한 군의관으로 절친한 친구 셜록의 수사를 돕는다. 셜록을 아들처럼 챙기는 허드슨 부인, 시즌3에서 왓슨 박사와 결혼하는 메리 모스턴, 셜록의 친형 마이크로프트 등 원작에서 그대로 인용 했던 주요 캐릭터들이 빅토리아 시대로 돌아간 드라마 <셜록>을 뒷받침한다. 





1890년대나, 2010년대나 늘 제멋대로인 고기능 소시오패스 셜록이 이번 스페셜 드라마에서 부닥친 사건은 일명 ‘유령신부’로 불리는 연쇄 살인 사건이다. 자살한 한 여성의 시체가 살아나서 남자들을 죽인다는 사건을 맡게된 이후 꽤 오래 시간 힘들어하던 셜록의 고뇌가 무색할 정도로 사건은 의외로 쉽게 실마리가 잡힌다. 여자는 아무리 똑똑해도 집에서 살림하는 것 외에 그 어떤 사회 진출도 허용되지 않았던 1895년. 남편들의 학대에 참다 못한 여자들은 결국 반기를 일으키며, 오랜 시간 꿈꾸어왔던 여성 참정권 운동도 비밀리에 진행 시키고자 한다. 


유령신부 사건으로 골머리를 앓던 동생에게 사건 해결의 열쇠가 될 수 있는 의뢰인을 소개한 셜록의 형 마이크로프트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가 틀렸고, 그들(여성)이 옳았다고. 1890년대 만들어진 ‘셜록 홈즈’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드라마 <셜록> 또한 원작 그대로 셜록, 왓슨 두 남자의 이야기가 주를 이룰 수밖에 없다. 하지만  <셜록>이 다시 태어난 2010년대 영국은 아서 코난 도일이 살았던 1890년 영국과 다르다. 여권이 예전에 비해 크게 성장하였고, 각종 소설, 드라마, 영화에서 여성 캐릭터는 단순히 남성 주인공의 조력자가 아닌, 스토리의 핵심을 책임지는 역할로 요구되어진다. 





<셜록:유령신부>에서도 극의 중심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이는 언제나 그랬듯이 셜록과 왓슨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방영된 드라마와 달리 다소 흥미로운 부분이 있다면 왓슨과 그의 애인 메리 모스턴과의 관계다. 남성이 여성 위를 군림 하던 빅토리아 시대 답게 왓슨은 그 시절을 살았던 보통 남성들처럼 부인 메리를 집에서 밥이나 하는 존재로 폄하한다. 하지만 셜록, 왓슨과 달리 일찌감치 여성의 능력을 인정했던 마이크로프트와 손을 잡은 메리는 보란듯이 사건 해결에 크나큰 역할을 해낸다. 드라마 <셜록>에서 셜록을 흠모하는 부검의 몰리가 남장여자로 등장하는 씬 또한 흥미진진하다. 


새로운 <셜록> 시리즈를 기대했던 팬들에게, 혹은 <셜록>을 극장 스크린을 통해 처음 접했던 관객에게 <셜록:유령신부>는 다소 실망스러운 이야기로 다가올 수도 있다. 하지만 오랜 셜록팬들에게 있어서 <셜록:유령신부>는 그간 시즌3까지 이어진 <셜록>의 역사를 한눈에 짚어가면서, 동시에 본 드라마에서는 미처 다루지 못했던 여성 캐릭터들의 뒷이야기를 접할 수 있는 깜짝 선물과 같았다. 하지만 국내에서도 아무리 인기있는 시리즈라고 할 지라도, 애초 극장판으로 제작된 것이 아닌 스페셜 드라마를 한 편의 독립된 영화인것처럼 개봉해야했는지는 의문이다. 어디까지나 시즌4를 기다리는 드라마 <셜록> 팬들을 위해 만들어진 특별한 이야기만큼, 딱 그 정도만 받아들였으면 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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