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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내 딸 금사월이 기록한 높은 시청률. 막장 드라마는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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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지난해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MBC <압구정 백야>에 내린 제재가 정당 하다는 판결이 나와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이 소식을 접한 네티즌들의 반응도 대부분 <압구정 백야>에 대해 부정적인 반응이었다. 그도 그럴 듯이, <압구정 백야>는 소위 막장 드라마라고 불리는 드라마들 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드라마 였다. 임성한 작가의 트레이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등장인물의 비명 횡사는 여전했고, 그 외 여러 논란이 되는 장면, 대사들로 드라마를 보지 않아도, 실시간 연예 기사로 <압구정 백야>의 내용을 접하는 네티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였다. 





하지만, 네티즌들의 여론과 달리, <압구정 백야>는 방영 기간 내내 준수한 시청률을 기록한 성공작(?)이다. <압구정 백야> 외에도 임성한 드라마를 여러 편 방영하며, 짭짤한 재미를 본 MBC가 임성한 작가는 물론이고, 이런 류의 드라마를 절대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하지만 임성한 작가는 <압구정 백야> 집필 도중 돌연 은퇴를 선언했고, 이제 이 쪽 방면으로 명성이 높은 작가는 KBS <수상한 삼형제>, <왕가네 식구들> 문영남, SBS <아내의 유혹>, MBC <왔다! 장보리> 김순옥이 있다. 문영남 작가가 캐스팅 이견 등으로 좀처럼 신작을 내지 못하는 가운데, <왔다! 장보리>로 화려한 재기에 성공한 김순옥 작가는 MBC <내 딸, 금사월>을 발표하며, 연이은 흥행 불패를 이어가고 있다. 


<내딸, 금사월>은 출연 배우들과 한복에서 건축으로 소재만 바뀌었을 뿐, 드라마 전개나 캐릭터 설정은 전작 <왔다! 장보리>의 판박이다. 정작 타이틀롤을 맡은 여주인공보다 그녀를 괴롭히는 악녀 오혜상(박세영 분)의 존재감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도, 똑같다. 그런데 <내딸, 금사월>이 <왔다!장보리>와 완벽한 차별화를 이룬 것이 있다면, 바로 여주인공 친엄마로 등장하는 전인화다. 사실 드라마 제목에서 암시하다 시피, 이 드라마의 진짜 주인공은 금사월(백진희 분)이 아니라, 그 금사월을 내딸이라고 부르는 신득예(전인화 분)다. 그녀의 남편 이기도 했던 강만후(손창민 분)을 향한 신득예의 피도 눈물도 없는 복수극이 전면으로 펼쳐진 가운데, 결국 31일 방영분에서 신득예는 강만후에게 어느정도 복수에 성공했고, 그녀 때문에 하루아침에 전재산을 잃은 강만후와 그의 가족들은 거리에 나앉게 되었다. 





이 날 방송분의 화룡점정은 단연, 가족들이 가지고 있는 모든 카드마저 정지되어 강만후의 딸 강달래(이연두 분)의 금반지를 팔아, 편의점에서 라면을 먹는 강만후 가족의 이야기이다. 아무리 재산이 압류 되었다고 한들, 준재벌에 가까웠던 집안이 숨겨둔 재산없이 꼼짝없이 거리에 나앉는다는 설정도 황당하지만, 이 드라마에서 보는 이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하는 이는 주인공 금사월이다. 그동안 자신이 강만후, 오혜상에게 당해 왔던 것을 생각하지 못하고, 그저 강찬빈(윤현민 분)과의 이별만 야속한 금사월. 그래서 자신을 위해 복수극을 펼치는 엄마 신득예를 거부하며, 독설을 퍼붓는 금사월은 이 드라마에서 발암, 고구마로 통한다. 오죽하면, 드라마 제목을 <우리 엄마, 신득예>, <오! 혜상>으로 바꾸라는 우스개 소리가 네티즌들 사이에서 큰 설득력을 얻을까. 


<아내의 유혹>처럼 휠체어, 가발, 안경 만으로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시키는 이런 드라마에 상식적으로 납득이 갈 수 있는 개연성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그냥 이런 드라마는 흘러가는 대로 낄낄 거리며 보는 것이 최고다. 아니면 아예 보지를 말던가. 





하지만 34.9% 라는 높은 시청률이 말해주듯이, <내딸, 금사월>이 끝나도, 이런 드라마는 계속 만들어질 것이며,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며, 끈질긴 생명력을 자랑할 것이다. <압구정 백야>에 대한 제재가 정당 하다는 판결이 나와도, 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없다. 그래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의식하여, <압구정 백야> 보다는 수위가 덜한 장면으로 대체될 뿐, 막장 드라마는 오래오래 살아남을 것이다. 단, 시청률이 잘 나올 때까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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