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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썰전 200회. 다시 전원책을 돌아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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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화를 월요일에 한다던데 그걸 하루나 이틀 정도 늦추면?” 




지난 5일 JTBC <썰전> 200회를 맞아 축하인사를 건네던 손석희 JTBC 보도부문 사장이 지른 한 마디는 <썰전> 제작진의 가슴을 후벼판다. 요즘 같이 하루가 멀다하고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관련 소식이 쏟아지는 비상시국에서는 <썰전> 제작진도 화요일, 수요일 녹화 혹은 생방송 진행이라도 하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누구 때문에 생방송 진행을 못하고 있다는 것을 손석희 사장님도 잘 아시면서. 


지난 10월 말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가 본격적으로 터졌을 때, <썰전>에서 고정 패널로 출연하는 전원책 변호사는 <썰전>이 생방송 체제로 진행하지 못하는 것을 두고두고 아쉬워했다. 하지만 이를 보다 못한 진행자 김구라의 한 마디 “아니, 누구 때문에 생방송을 못하는건데요?”




그 당시만해도 <썰전>의 완벽한 편집력에 감쪽같이 속았던 시청자들은 방송 활동 외에도 워낙 바쁜 전원책, 유시민의 스케줄 때문에 <썰전> 생방 진행을 못하는구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어갔다. 하지만 지난 2일 <JTBC 신년특집 대토론 -2017 한국 어디로 가나>(이하 <JTBC 신년특집 토론>)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그제서야 누구 때문에 생방을 못한다는 김구라의 하소연이 구구절절이 와닿기 시작했다. 그래서 <JTBC 신년특집 토론>만 없었다면, <썰전> 제작진들에게 녹화를 하루, 이틀 정도만 늦춰라는 손석희 사장의 당부에 이어 시청자들도 “힘들어도 지금같은 시기에는 화요일, 수요일 녹화로 진행해주세요.”라고 여론을 몰아갈 수 있었겠다. 하지만 <JTBC 신년특집 토론>을 다 본 이상, <썰전> 제작진에게 차마 무리한 부탁을 하지 못하겠다. 속된 말로 이게 다 전원책 때문이다. 


박근혜, 최순실이라는 건국 이래 최대 게이트가 도와 주기는 했지만, 아무리 종편이라고 해도 평일 오후 11시라는 황금 시간대에 정치관련 이슈 토크쇼를 진행하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물론 <썰전> 초기에는 정치, 시사, 사회 이슈 토크 외에도 박지윤, 허지웅 등과 함께 당시 화제가 되었던 연예계 관련 이슈를 짚기도 했다. 그 이후에는 최진기, 장도연 등과 함께 경제관련 이슈를 짚기도 했다. 


2016년 1월, 전원책과 유시민을 새로운 패널로 출연 시키면서 <썰전>은 정치, 시사, 사회 관련 토크에만 집중한다. 그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전국민적으로 정치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때가 아니라, 아무리 논객으로 유명세를 떨쳐 왔던 전원책과 유시민이라고 해도 정치, 시사 분야만 논하는 <썰전>이 잘 될지 의문이었다. 그러나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 이전에도 전원책, 유시민의 <썰전>은 평균 3~4% 정도의 시청률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썰전>과 동시간대 방영하는 KBS <해피투게더 시즌3>이 좀처럼 3~4%의 벽을 넘지 못하고, 이 시간대에 여러 예능 프로그램을 배치했던 MBC가 맥을 못추는 것을 봤을 때, 종편임에도 3~4%의 유지하는 것은 대단한 인기다. 




박근혜, 최순실 게이트에 맞물려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간 <썰전>은 지난 12월 1일 방영한 195회에서 10.2%(닐슨 코리아 수도권 유료가구 기준)라는 자체 최고 시청률을 기록 하기도 했다. 지금도 평균 7~8%의 시청률은 거뜬히 유지하는 <썰전>은 이미 10%를 돌파한 JTBC <뉴스룸>과 함께 공중파 부럽지 않다. 


하지만 2013년 방영이래 <썰전>이 제일 잘나가고 있고 200회라는 겹경사를 맞은 이번주. 하필이면 <JTBC 신년토론>에서 감정 조절에 실패하며 ‘버럭’ 이미지만 강하게 남긴 전원책이 대형 사고를 터트리니 <썰전>으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비상 사태를 맞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불행 중 다행이라고 <JTBC 신년토론> 때문에 평상시보다 녹화를 하루 뒤로 미루었던 <썰전>은 지난일 있었던 <JTBC 신년토론>에서 다소 성숙하지 못한 모습을 보여준 전원책을 질타하며 프로그램을 시작한다. 전원책 역시 <JTBC 신년토론>에서 자제를 하지 못한 그 스스로를 질타하고 있었고, 자신으로 인해서 상처를 입으신 분, 그 모습을 보고 불편해하신 시청자들에게 사과의 인사를 건넸다. 




<JTBC 신년토론>에서 전원책이 보여준 실망스러운 모습 때문에 단단히 뿔난 시청자들이 전원책에게 다시 마음의 문을 열어줄지는 미지수다. 그러나 <썰전>은 애초 전원책과 유시민의 티격태격에서 오는 케미 때문에 즐겨보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전원책 사태로 인해 큰 타격을 받지는 않을 것 같다. 지난날 있었던 전원책의 대형 실수마저, 웃음 소재로 승화시킨 <썰전> 아닌가. 


그러나 토론에 임하는 데 있어 자신의 주장은 강하지만, 자신과 생각이 다른 이들에 대한 배려와 공감대는 떨어지는 전원책의 단점이 여실히 들통난 이상, 향후 방영되는 <썰전>에서는 남의 이야기도 잘 듣고, 무조건 화를 내지 않는 전원책의 새로운 모습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는 그동안 전원책의 단점을 편집으로 용케 가려왔던 제작진의 능력만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독한 혀들의 전쟁’이라던데 ‘독한 혀’가 나쁜 뜻이 아닌 토론을 통해 실체적인 어떤 것에 가까워지기 위한 방법론으로서의 독한 혀로 유지해나갔으면 좋겠다.”




<썰전>에 바라는 손석희 사장의 진짜 당부는 이러했다. 손석희 사장이나 시청자들이나 <썰전>에 기대하는 것은 패널들의 입담이 아니라 토론이라는 형식을 통해 그들이 짚고자하는 문제의 실체에 가까워지는 것이다. 시청자들이 <JTBC 신년토론>의 전원책을 보고 실망한 것은 <썰전>에서는 속시원히 말 잘하고, 상대 패널 유시민하고 사이도 좋아보이던 양반이 사실은 감정 조절 능력도 부족하고, 앞뒤 안가리고 자신의 말만 하는 사람이었다는 괴리감에서였다. 하지만 이미 물은 엎어졌고, 중요한 것은 지금 이후부터이다. 이미 제작진, 김구라, 유시민이라는 멍석이 잘 깔려져있는 <썰전>에는 전원책만 잘 하면 된다. 전원책 하나 때문에 JTBC <뉴스룸>에서도 차마 할 수 없는 속시원한 정치 이야기가 오갈 수 있는 <썰전>이 흔들리는 것은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썰전> 제작진이 패널교체를 단행하지 않는 이상, 전원책의 각성이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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