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강(<사임당, 빛의 일기>) 2약(<김과장>, <미씽나인>)"
드라마에 대한 혹평이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어찌되었던 수목극 1위를 놓치지 않았던 SBS <푸른 바다의 전설>이 끝난 이후, 그 바톤을 이어받은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 또한 <푸른 바다의 전설>처럼 수목극의 절대 강자가 될 것이라고 다들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일단 <사임당>에는 MBC <대장금>의 대성공 이후 약 13년 만에 브라운관에 복귀한 이 시대 최고 한류스타 이영애가 있었다. 그리고 이영애만큼은 아니지만, 그 역시도 한류스타로 각광받던 송승헌까지 출연한다. 캐스팅만 봐도 <사임당>의 압도적인 승리였다. 실제로 <사임당>은 1,2회 연이어 방영한 지난 26일 각각 15.6%(1회), 16.3%(2회, 닐슨코리아 전국기준)을 기록하며 압도적인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승세를 완전히 굳히는가 했다.
반면, <사임당>과 동시간대 붙는 KBS <김과장>과 MBC <미씽나인>은 소재는 흥미로워 보이지만, 이렇다할 톱스타가 없다는 것이 <사임당>에게 크게 밀릴 약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김과장>의 남궁민이 SBS <리멤버-아들의 전쟁>(이하 <리멤버>), SBS <미녀 공심이>로 상승세를 타고 있다고 한들, <사임당>의 이영애-송승헌에 비해서 약해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사임당>, <김과장>이 방영하기 전에 나왔던 지난 이야기일 뿐이다. 1회 때 <푸른바다의 전설> 마지막회에 앞서 7,8%(닐슨코리아 기준)이라는 그리 나쁘지 않은 시작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보인 <김과장>은 결국 3회만에 전회 대비 시청률이 4.6% 이상 뛰어 오르며 12.8%을 기록하더니, 4회에서는 끝내 13.8%으로 <사임당>을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했다.
이른바 김과장, 아니 남궁민의 반란이 시작된 것이다.
일단 <김과장>은 참 재미있다. 속칭 말해 이 드라마에는 시청자들의 속을 답답하게 하는 '고구마'가 없다. 드라마가 전개 에서부터 모든 등장인물들이 하나같이 속 시원한 '사이다'이다. 그 중에서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인물은 주인공 김성룡(남궁민 분)이다. 애초 착하고 정의로움과 영 거리가 먼 김성룡은 돈을 위해서라면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악당에 가깝다. TQ그룹 경리부 과장에 입사하기 전부터 다니던 회사에서 소소하게 삥땅을 쳐왔던 김성룡의 목표는 덴마크 이민이다. 요즘 30~40대 엘리트 직장인들이 가장 이민을 떠나고 싶어한다는 북유럽 이민 설정부터 현실감이 팍팍 느껴진다. 하지만 예상대로 TQ그룹에서 한몫 제대로 챙겨 덴마크로 도망가려는 김성룡의 꿈은 얼마 못가 좌절된다. 대신 김성룡은 부정부패로 얼룩진 TQ그룹의 개혁을 위해 꼭 필요한 해결사로 서서히 입지를 굳어가는 중이다.
행여나 상사 서율(준호 분)이 저지른 비리가 자신에게 덤터기 씌어지기 전, 회사에서 짤리기 위해 일부로 회장 아들에게 악다구니를 쓰고 그에게 주먹까지 휘두르는 김성룡의 캐릭터는 똘기로 가득하다. 그런데 일찌감치 <리멤버>에서 재벌 망나니 남규만으로 인생 캐릭터를 만들어낸 남궁민이 똘기 100% 김성룡의 옷을 입으니, 살아있는 TQ그룹 경리부 김과장 그 자체다.
<김과장> 이전에 남궁민의 최고 인생 캐릭터는 단연, <리멤버>의 남규만이었다. 하지만 사실상 그의 첫 원톱 주연작 <김과장>에서 남궁민은 남규만까지 잊게 하는 그의 연기 인생이래 최고의 캐릭터를 만나게 된다. 여기에 이영애, 송승헌까지 제치고 시청률 1위를 차지한 영광은 덤이다. 아직까지 <김과장>(13.8%), <사임당>(12.3%)의 시청률은 1.5% 내외 차이로 크지 않지만, 남궁민의 <김과장>은 재미있다고 입소문이 계속 나고 있는 반면, <사임당>을 둘러싼 네티즌들의 반응은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으니 시청률 격차가 더 벌어질 확률도 높아 보인다.
<김과장>이 이룩한 대역전극은 드라마는 스타 캐스팅도 무시 못하지만, 결국은 배우들의 연기가 더 중요하고 드라마 자체의 완성도에 달려있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한다. 특별한 스타 캐스팅은 없지만, <김과장>은 모든 캐릭터를 맡은 배우들이 하나같이 자신에게 맞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맛깔스럽게 제 역할을 해낸다. 당연히 드라마에 민폐를 끼치는 연기 구멍도 없다. 그 중에서 눈에 띄는 것은 원톱 주연을 맡은 남궁민이다. 드라마 전개 자체도 흥미롭지만, <김과장>은 남궁민의 원맨쇼만 봐도 시간 가는 줄 모르는 재미가 느껴진다. 그리고 남궁민과 적대적 관계에 놓인 서율, 그 외 직원들과의 호흡도 좋은 편이다. 실제로 <김과장>의 시청자들은 남궁민과 준호를 두고 서로 적임에도 불구, 일종의 브로맨스 관계를 보여주고 있다고 해석하기도 한다. 단순히 선과 악으로 캐릭터들을 나누기 보다 더 나쁜 놈과 덜 나쁜 놈으로 입체적으로 캐릭터를 창조한 <김과장>의 뛰어난 구성 덕분이다.
드라마의 성공 덕분에 남궁민은 이제 명실상부 믿고 보는 원톱 배우로 입지를 굳힐 것이다. 이영애-송승헌으로 압축되는 <사임당>을 앞선 <김과장>의 짜릿한 역전극도 흥미롭지만, 한류 스타 캐스팅에 목메지 않아도 드라마 내적인 완성도만 뒷받침되면 충분히 흥행할 수 있다는 <김과장>의 성공 사례가 반갑다. 이제 꽃길만 걸을 날만 남은 남궁민의 삥땅펀치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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