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초 30부작으로 기획된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은 지난 13일 축소 종영을 발표한 바 있다. "짜임새를 견고히하고 속도감을 높이는 등 재편집에 심혈을 기울이던 차, 사전 제작으로 완성된 30회차 내용 중 전개에 불필요하다고 판단되는 장면은 과감히 걷어내고 이야기 구성을 새롭게 재배치했고, 이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2회차 분량이 줄어 28회로 종영하게 됐다."는 설명과 함께.
하지만 종영이 한 회 남긴 상황에서도, <사임당>의 시청률은 도통 오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한 자리 수를 맴돌게 된 <사임당>은 대선 후보들간의 토론이 있었던 지난 19일에는 6.1%(닐슨코리아 기준)이라는 자체 최저 시청률을 찍기도 했다. 요즘 제일 핫한 대선 토론과 맞붙었기 때문에 생긴 할 수 없는 결과라고 하나, 이영애, 송승헌 등 최고의 스타와 함께한 드라마라고 하기엔 정말로 아쉬운 시청률이다.
재편집에 들어갔다는 <사임당>은 확실히 사임당(이영애 분)과 의성군 이겸(송승헌 분)의 애절한 사랑에 초점을 맞춘 듯하다. 지난 27일 방영한 <사임당> 27회 내용은 온통 이겸을 구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사임당의 이야기로 채워져있었다.
아무리 마지막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고 하더라도 <사임당>이 보여주고 싶었다는 예술가로서 사임당의 재평가는 이미 사라진 지 오래다. 드라마에서 보여준 사임당의 예술가적인 면모를 굳이 꼽자면, 어려운 살림 때문에 종이 만들기 사업에 뛰어들고, 의성군의 도움으로 어진화사가 된다는 정도? 하지만 이는 역사적으로 전해 지지 않았던 허구라 시청자들의 반발도 만만치 않았다.
무엇을 보여줘도 시청자들의 반응이 미지근 하니, <사임당>은 자연스레 사임당과 이겸의 이뤄질 수 없는 안타까운 러브스토리에 온 힘을 쏟는다. 이 또한 현모양처의 상징인 사임당이라는 인물과 어울리지 않는 설정이라는 비판이 있긴 했지만, 사임당과 이겸의 러브라인은 반응이 꽤 좋기도 했다. 이에 힘을 받은 <사임당>은 이겸 때문에 마음 고생하고 숱한 눈물을 쏟는 사임당에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한다.
그런데 말입니다. 조선 중기 시대. 비운의 왕족과 시대를 앞서간 비범한 여성 간의 애절한 사랑이야기를 보여주고자 했다면, 굳이 '사임당'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우지 않았어도 괜찮지 않았을까. 오히려 '사임당'이라는 제목이 드라마 <사임당>에 대한 편견을 더 부추기는 것 같다. 사임당을 재해석하는 드라마를 만든다고 했기에, 역사적 고증에 대한 부분의 평가가 더 엄격해질 수밖에 없었고, 역사적으로 전해내려오는 내용보다 작가가 새롭게 창조한 허구가 많았던 드라마는 자연스레 비판의 시선이 가해진다.
만약에 주인공 이름이 사임당이 아니라, 사임당을 떠올리게 하는 허구의 인물 이었다면, 그래서 드라마 제목도 <사임당>이 아니라 완전히 다른 제목이었다면, 이 드라마는 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면 여자 주인공과 남자 주인공 간의 사랑이야기도 많은 이들의 공감을 얻었을 것이고, 반응도 더 뜨거웠을 것이다.
하지만 시작부터 '사임당'의 굴레에 갇혀버린 드라마 <사임당>은 대놓고 팩션극을 지향했음 에도 불구, 역사 왜곡이라는 오명과 함께 이영애, 송승헌의 출연에도 시청률 한 자리 수를 기록한 인기없는 드라마로 기억 되었다. 굳이 '사임당'을 고집한 제작진의 선택이 두고두고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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