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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사임당. 한국의 다빈치코드를 꿈꿨지만, 현실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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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다빈치코드' 


신사임당이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추앙받던 60,70년대에도 영화, 드라마로 만들어지지 않았던 신사임당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재구성한 SBS <사임당, 빛의 일기>(이하 <사임당>)의 포부는 원대했다. 역사적으로 전해지던 사임당 일대기를 과감히 비틀어, 사임당 같지 않은 사임당 이야기를 보여주었으며, 여기에 수백년을 훌쩍 건너뛰는 타임슬립과 '금강산도'의 비밀을 더해 다소 밋밋해질 수 있는 극적인 재미를 살리고자 했다. 




6.1%(4월 19일, 닐슨코리아)-8.3%(4월 20일, 닐슨코리아) 


하지만 시청률은 기대 이하였다. 이영애, 송승헌이라는 이름값이 무색해지는 초라한 성적표이다. 24회가 방영하던 지난 19일에는 전국민적 관심이 쏟아지던 KBS 대선후보 초청토론이 <사임당>과 동시간대에 방영했기 때문에, 6.1%라는 시청률도 겸허히(?) 받아들일 수 있겠지만, 지난 20일 방영한 25회에서도 전날보다 시청률은 1.8% 상승했지만, 한자리수로 떨어진 시청률은 쉽게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수목극의 절대강자 KBS <김과장>이 종영한 현재의 수목극 타임은 춘추전국시대다. <사임당>을 비롯해 방영하고 있는 공중파 수목 드라마의 시청률이 다 그만그만하다. <김과장>이 끝난 후, 항상 9~10%를 머물던 <사임당>의 시청률에 반등이 있지 않을까하고, 제작진은 내심 기대하고 있었겠지만, 오히려 8%대로 떨어졌다. 그나마 8%라는 시청률도 이영애, 송승헌 덕분이라는 분석도 있다. 


제작 단계에 들어가기 이전부터, 이영애가 합류한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되었던 <사임당>이 정작 방영을 하고 난 이후 시청자들의 차가운 외면을 받는 것일까. 이유는 여러가지 이겠지만, 사임당이라는 인물에 대한 현대적인 재해석을 넘어, 역사 왜곡으로까지 번질 수 있는 창조적(?) 전개가 오히려 시청자들의 반감을 샀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아무리 역사적 인물을 기반으로 한 픽션극이라고 해도, 정도껏 해야한다. <사임당> 드라마를 보고 있자면, 주인공 이름이 사임당 일뿐이지, 우리가 알고 있던 사임당하고 특별한 관계가 없어 보이는 허구 인물에 가깝다. 실존 인물이기 때문에, 역사에 기록된 그대로 드라마를 진행 하라는 말은 아니다. 만약에 사료에 적혀있는 대로 사임당의 이야기를 드라마로 만들라고 하면, 도덕책도 아니고 하품만 질질 나올게 뻔하다. 그만큼 지금까지 전해지는 역사책에 기록된 사임당이라는 인물은 그 자체로는 존경받아 마땅하지만 30부작 드라마로 만들기에는 대중들의 흥미를 끌 요소가 많지 않다. 박정희 정부에 의해 현모양처의 상징으로 국가적 추앙을 받았던 시절에도 사임당을 소재로 한 드라마,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았던 결정적인 이유다. 


그 시절에 비해서 역사적 인물에 대한 해석이 한층 자유로워진 2010년대. <사임당> 제작진은 사임당의 일대기를 드라마로 만들면서, 사임당과 관련된 지극히 기본적인 사실 관계를 제외하고 모든 설정을 완전히 뒤바꾼다. 하지만 실존 인물을 기반으로 한 픽션극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너무 나갔던 사임당의 재해석은 신사임당하면 '현모양처'가 단박에 떠오르는 시청자들에게 이질감을 안겨준다. 


사임당이 드라마가 만들어낸 허구의 인물 '의성군 이겸'과 플라토닉 사랑을 나누는 설정도 시청자들 사이에서 호불호가 엇갈린다. 어떤 시청자들은 첫사랑 사임당을 잊지 못해, 그녀 주위를 맴도는 이겸의 순애보를 좋아하기도 하지만, 현모양처로 못박힌 신사임당의 정신적 불륜을 곱게 보지 않는 시청자들도 상당수다. 그리고 드라마를 계속 봐야 알겠지만, 역모죄에 걸려 감옥에 갇혀있다가 우여곡절 끝에 이탈리아로 도망간 이겸이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의 모델일지도 모른다는 설정까지 이어질 전망이다. 




사임당 이야기를 가지고 '금강산도'에 이어 이제는 '한복을 입은 남자'의 등장 인물은 누구인가 추리까지 들어간 <사임당>이 시청자들에게 건네고 싶었던 메시지는 무엇일까. 드라마가 시청자들에게 꼭 거창한 의미 부여를 안겨줄 의무는 없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사임당>이 하고 싶은 이야기가 무엇인지 모르겠다. 만약 사임당과 이겸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애달픈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굳이 사임당이라는 역사적 인물까지 끌어와야할 필요가 있었을까. 애틋한 로맨스를 기반으로 만든, 한국의 다빈치코드가 되고 싶었지만, 이도저도 아닌 드라마가 되어버린 <사임당>의 결말이 사뭇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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