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모든 막장 드라마가 다 그러하지만, KBS <완벽한 아내>는 도대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드라마인지 모르겠다. 이 드라마에서는 구정희(윤상현 분)에게 광적인 집착을 보이는 이은희 역을 맡은 조여정의 소름끼치는 싸이코패스 연기, 자신의 필요에 따라 박쥐처럼 움직이는 구정희의 야비한 모습만 보인다. 이 드라마에서 지극히 정상인 심재복(고소영 분)은 자연스럽게 묻힌다.
시작은 나쁘지 않았다. 비록 시청률은 당시 경쟁작이었던 SBS <피고인>이 워낙 강했던 터라 시작부터 한 자리에 머물러 있었지만, 조여정에 대한 호평과 함께 드라마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도 호의적이었다.
하지만 드라마가 흘러갈 수록, 아무리 악인 캐릭터가 강해야 드라마가 산다고 해도 병적이다 못해 제대로 정신이 나간 이은희는 시청자들에게 엄청난 피로감을 안겨 준다. 완벽한 막장의 진수를 보여주는 <완벽한 아내>의 시청률이 4~5%대의 머물고 있는 것도 시청자들이 감내할 수 있는 전개의 수준을 완전히 뛰어 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싸이코패스 연기를 완벽하게 소화해내는 조여정의 연기는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조여정이 이은희 역을 맡지 않았다면, <완벽한 아내>는 4~5%대의 시청률도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조여정이 있었기에 초반 어느정도의 화제를 모을 수 있었고, 비록 이은희 캐릭터에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지만 조여정의 연기는 훌륭하다는 반응이라도 얻을 수 있었다.
지난 25일 방영분에서 이은희는 기어코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가둔다. 완벽한 싸이코패스인 이은희에게는 일말의 죄책감도 없다. 자신의 행복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아무렇지 않게 저지르는 이은희에게 심재복을 정신병원에 가두는게 대수인가. 심지어 이은희는 자기 대신 정나미(임세미 분)를 죽인 죄를 뒤집어 쓴 엄마 최덕분(남기애 분)를 두고 "나하고 브라이언을 죽도록 괴롭히더니 잘됐지 뭐."라면서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어린 시절 부모에게 학대를 받은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이은희는 구정희에게 집착하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그것도 정도 껏이다. 이은희의 거듭된 악행은 이은희가 가지고 있는 돈 때문에 이은희에게 붙어서 시청자들의 분통을 터트리게 한 구정희까지 돌아서게 만든다. 당연히 이은희는 정나미와 죽음에 암묵적으로 방조한 구정희 또한 공범으로 몰아가며, 그를 쉽게 놓아주려고 하지 않는다. 하지만 기지를 발휘하여 정신병원을 탈출한 심재복과 대면한 구정희는 특유의 박쥐본성을 발휘하여 이은희를 자기에게서 떼어 놓으려고 한다. 결국 이은희는 심재복에 의해 잡혔고, 다시 정신병원에 갇히게 된다.
그런데 아직 이 드라마가 몇 회 더 남아있는터라, 이은희는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다. 또다시 복수를 꾀하다가 완벽한 몰락으로 마무리 짓겠지. 누군가에게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이코패스를 드라마를 통해 그려내는 것은 좋으나, 이렇게까지 막무가내로 나갈 필요까지 있었을까. 조여정의 역대급 사이코패스 열연이 아쉬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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