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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촛불집회 현장 담은 '광장' 촛불 집회 이후 세상을 고민하게 만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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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2017)은 지난해 연말에 있었던 촛불 집회 현장을 생생하게 담은 옴니부스 다큐멘터리이다. 홍형숙, 황윤, 김철민, 강유가람, 박문칠, 김정근 등 독립영화계에서 주목받는 감독들이 연출자로 참여했고, 얼마 전에 병마 끝에 세상을 떠나신 고 박종필 감독이 <광장> 프로젝트를 총괄하는 '박근혜정권퇴진비상국민행동미디어팀'에서 활동하기도 했다. 




올해 3월에 열린 인디다큐페스티발 그리고 인디포럼 등 몇몇 영화제에서 <광장>을 볼 수 있었지만, 여러 이유상 지난 25일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상영에서야 <광장>을 보게 되었다. 참으로 뜨거웠던 촛불집회가 끝나고 6개월만에 본 <광장>은 여러 의미에서 만감을 교차하게 만든다.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시키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촛불집회가 막을 내리고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지 제법 여러 시간이 지났지만, 우리의 삶은 촛불집회 이전과 크게 달라졌다고 할 수 있을까. 


<광장>에는 지난 연말 촛불집회 현장만 기록한 영상만 있지 않았다. 평소 동물 인권 운동에 큰 관심을 기울어온 황윤 감독의 <광장의 닭>과 같은 영화도 있고,  한진중공업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담은 <그림자들의 섬>(2014)로 주목받은 김정근 감독은 촛불집회가 열리던 그 시각에도 청소를 하고 있던 부산지하철 비정규직 청소노동자들의 일상을 담은 <청소>를 제작해 눈길을 끈다. <시국페미>를 연출한 강유가람 감독은 당시 촛불집회에 참여한 페미니즘 운동가들의 인터뷰를 토대로, 지난 겨울 광장에서 있었던 여러 여성 혐오 발언들을 재조명하고자 한다. 소성리 주민들의 사드 배치 반대 투쟁을 담은 <파란나비효과>(2017)의 단편 버전 <파란나비>도 <광장>에서 짧게나마 만날 수 있다. 


10명의 감독들이 각각 바라본 2016-2017 촛불집회 현장이 담긴 <광장>은 촛불집회 기록에 큰 의의가 있다. 하지만 <광장>에 참여한 감독들은 현장 기록에 충실하면서도 촛불 집회를 바라보는 자신의 생각을 담고자 한다. 황윤, 김정근, 강유가람, 박문칠은 촛불현장을 생생하게 담아 내면서도 평소 자신이 관심있었던 사회 현상, 문제들을 그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들이고자 한다. <누가 청춘을 아름답다 했는가>의 김수민 감독은 평소 강릉 지역 내 청년 인권, 진보 운동에 활발히 참여하지만 지역에서 열린 촛불집회에는 참가하지 않았던 청년 단체의 인터뷰를 빌러 청년 문제를 도외시하는 보수적인 지역 분위기를 꼬집는다. <광장>을 통해 처음으로 카메라를 들었다던 김상패 감독은 촛불집회 무대에 오른 계성고등학교 학생의 모습을 바라보며 1987년 6월 민주항쟁을 떠올리고자 한다. 


<광장>에 섰던 사람들의 상당수는 의외로 촛불집회 이후에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그들이 기꺼이 촛불을 들고 광장을 찾은 이유는 그래도 더 나은 세상에서 살기 원하는 염원이 컸다. 단순히, 정권을 교체하기 위해 촛불을 들었던 것은 아니다. 김정근 감독의 <청소>에 출연한 부산 지하철 비정규직 청소 노동자들은 촛불집회가 성공적으로 끝나도 자신들은 평생 비정규직으로 살것 같다고 덤덤하게 말한다. 물론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재인 대통령 공약대로 나라다운 나라, 사회적 약자들의 권리 신장을 위한 여러 정책들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도 짚고 넘어가야할 문제가 산더미이다. 




얼마 전, 세계시민상을 수상한 문재인 대통령은 그 영광을 촛불집회 시민들에게 돌렸다. 지금 생각해도 여러모로 대단한 촛불 집회였지만, 이제는 촛불 집회 이후의 이야기에 주목할 때이다. 앞서 말했지만 촛불 집회의 이후 세상은 온갖 부조리와 모순들로 뒤덮인 이전의 세상과는 달라야 한다. 박근혜에서 문재인으로 정권이 바꿨다는 데에 만족하지 말고, 동물인권, 여성 인권, 성소수자 인권, 장애인 인권, 세월호, 비정규직 등등 사회적 약자들의 목소리에 주목해야 한다. 그래서 <광장>이 더 많은 곳에서 상영되고 많은 사람들이 함께 보았으면 좋겠다. 촛불 집회를 다시 돌아보는 의의도 크지만, 촛불 집회 이후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하는지에 관해서 생각하게 만든다. <광장>은 26일 메가박스 파주 출판도시에서 한차례 상영을 앞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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