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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전망대

'벼꽃' 농부의 손길에서 피어나는 아름다운 생명의 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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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회 DMZ국제다큐영화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과 관객상을 수상한 오정훈 감독의 <벼꽃>(2017)은 경기도 파주에서 친환경 농사를 짓는 농부(이원경)의 모습을 밀착 촬영한다. 별다른 내레이션 없이 농부가 벼농사를 짓는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는 <벼꽃>은 농부를 둘러싸고 있는 농촌의 풍경을 섬세하게 담아낸다. 




보는 이를 감탄하게 만드는 농촌의 아름다운 풍경은 농작물을 재배하고 수확하기 위해 매일 치열하게 살아가는 농부에게는 스쳐 지나가는 일상일 뿐이다. 그렇게 자식을 기르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 농작물을 가꾸어왔지만 농부들이 손에 쥘 수 있는 돈은 그들이 들인 노력과 헌신에 비해 터무니 없이 부족하다. 


<벼꽃>은 친환경으로 벼농사를 짓는 한 농부의 농사 과정과 계절에 따라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벼의 성장 순환 과정을 고찰한다. <벼꽃>을 연출한 오정훈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하늘과 땅이 어우러져 만들어지는 벼의 일생과 쌀에 대해서 깊게 살펴보고자 한다. 영화에도 여실히 드러나지만, 벼의 성장과 관련된 어떠한 것도 농부의 섬세한 손길을 거치지 아니한 곳 없다. 우리의 입으로 들어가는 쌀 한 톨 한 톨 모두 농부의 땀과 열정이 고스란히 베어 있다. 


농부의 손길을 거쳐 쌀로 변모하는 벼의 이야기를 담은 <벼꽃>은 벼의 성장과 그 벼를 키우는 농부의 모습만 보여주지 않는다. 벼와 농부의 곁에 항상 있지만, 그들이 미쳐 인식하지 못하고 지나가곤 하는 일상의 풍경까지 포착 하며 아름다운 에세이 필름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고자 한다. 


<벼꽃>은 농촌의 평온하고 아름다운 풍경만 예쁘게 담아내지 않는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일상에 숨겨진 농촌의 하루는 치열하고도 고된 과정의 연속이다. <벼꽃>은 벼를 얻기 위해 농부들이 얼마나 수고로운 행위를 반복하는 지를 구태여 감독의 목소리로 설명하려 들지 않는다. 오직, 농부와 벼와 농촌의 모습을 관찰하고 기록할 뿐이다. 


그 속에서 벼는 무럭무럭 자라고 어느덧 의젓한 벼로 탈바꿈 되지만, 농부의 삶은 여전히 고되고 그들의 노동은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한다. 그래서 자식같은 농작물들이 걱정되어 한시라도 자리를 비울 틈새가 없는 농부들은 거리에 나오고, 자신들의 노동과 땀과 노력을 들어 정성스럽게 키운 농작물들이 제대로 평가받기를 원한다. 그들은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고 농부의 노동과 농작물의 소중함은 존중받아야한다. 농부의 노동 뿐만 아니라 세상의 모든 노동 또한 그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받아야 한다. 




<벼꽃>은 벼의 성장을 통해 땀을 흘려 일하는 노동과 그 속에서 피어나는 생명을 존중하고자 하는 다큐멘터리 영화다. 9회 DMZ국제다큐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관객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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