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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김무명을 찾아라' 추리보다 돋보이는 무명 배우들의 빛나는 열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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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7일 첫 방영한 tvN <김무명을 찾아라>는 특정 장소와 사람들 속에서 완벽한 연기를 펼치고 있는 무명배우 '김무명'을 찾아내는 잠입추리 버라이어티쇼를 표방한다. 7일, 8일 이틀 동안 1부, 2부로 나뉘어 방영하는데 1부에서는 남양주에 있는 봉선사를 배경으로 진짜 스님 중 스님 혹은 거사 연기를 하고 있는 무명배우를 찾는 컨셉으로 진행되었다. 




<김무명을 찾아라>에서 가장 흥미로운 요소가 있다면, 스님 연기를 하고 있는 가짜, 즉 무명배우들은 진짜 스님처럼 보이려고 완벽하게 연기하는데 오히려 진짜 스님들이 설계자 최수종의 지령에 따라 어설픈 행동으로 연예인 추리단 정형돈, 이상민, 슬리피, 정진운을 교란시킨다. 이런 속성상 배우들보다 스님들이 더 눈에 잘 띄고 시선을 집중시킨다. 특히, 스님처럼 안 보이려고 작정하고 코믹모드에 들어간 철견스님, 수용스님, 용안스님은 그래서 더 진짜같이 보인다. 


반면, 실제 봉선사에 기거하는 스님, 거사, 보살들 사이에서 진짜 스님처럼 보여야했던 배우들은 정말로 빈틈없이 맡은 역할에 최선을 다한다. 정목스님을 연기했던 배우 이준녕 같은 경우에는 매의 눈으로 사람들을 예의주시 관찰 했던 연예인 추리단도 완벽히 속일 정도로 스님 역을 차분히 잘 해내었다. 초반 연예인 추리단에 의해 발각 되었던 지혁(지안스님 역)은 스님들의 행동을 그대로 재연한 완벽한 연기에도 불구, 운동으로 도드라진 근육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끝까지 숨길 수 없었지만, 저녁 공양 준비 임무를 맡으며 조용히 생활연기에만 전념한 이준녕은 무사히 미션을 끝마칠 수 있었다. 




<김무명을 찾아라>는 진짜 스님들 속에서 잘 알려지지 않는 배우를 찾는 쾌감에만 집중하지 않는다. 이 프로그램에서 가장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면 진짜처럼 보이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무명 배우들의 열연이다. 아예 대놓고 X맨을 자처하는 스님들의 희생덕분에 배우들이 추리단의 레이더망을 살짝 피해간 것도 한몫했으나 그만큼 배우들도 실제 봉선사에서 수도하는 스님들처럼 보이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날 방송에 '김무명'으로 등장한 지혁, 최낙권, 이준녕 모두 정체를 감쪽같이 속일 정도로 훌륭한 연기력을 갖춘 뛰어난 배우들이다. 다만 대중들에게 그들의 이름과 얼굴을 각인시킬 수 있는 계기가 없었을 뿐이다. 비단, 이런 배우들이 지혁, 최낙권, 이준녕 뿐이겠는가. 지금은 충무로 히든카드로 각광받고 있는 조우진은 <내부자들>(2015) 출연 전까지는 잘 알려지지 않는 배우 중 한 사람이었다. 송강호, 설경구, 황정민, 김윤석, 이성민, 유해진, 오달수 등 내로라하는 대배우들에게도 길고긴 무명 시절이 있었다. 8일 방영하는 <김무명을 찾아라> 2부에서 설계자로 등장하는 박철민은 긴 무명 끝에 스타로 거듭난 입지전지적 배우다. 




방송의 힘을 빌리긴 했지만, 배우로서 뛰어난 자질을 과시하는데 성공한 '김무명'들이 <김무명을 찾아라> 출연 계기로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김무명을 찾아라>라는 프로그램은 멍석만 깔아줄뿐, 방송 이후 그들이 오랜 무명에서 벗어나는 것은 철저히 그들 역량에 달려있다. 하지만 상업영화, 드라마 단역에 머물렀던 그들이 사람들 앞에 나설 이렇다할 기회가 많이 없었다는 점을 고려해볼 때, <김무명을 찾아라>의 출연은 상당히 고무적인 사건임이 틀림없다. 




그래서 김무명들은 딱 방송 1회 분량 예능 출연을 위해 기꺼이 머리도 밀었고 그 힘들다는 108배도 묵묵히 해냈다. 결국 끝까지 자신의 정체를 숨기는데 성공한 이준녕은 눈물을 흘렀고, 연예인 추리단 또한 자신들의 실패에도 불구 이준녕의 성공에 진심어린 박수를 보낼 수 있었다. 기대 이상으로 재미와 감동 두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김무명을 찾아라>의 남은 1회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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