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화전망대

나문희 여우주연상 수상. 그 울림이 크게 다가오는 이유

반응형

원로배우 나문희가 지난 27일 열린 제1회 더 서울어워즈에서 영화부문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그녀로서는 첫 여우주연상 수상이요, 여든을 바라보는 노년 배우가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지난 9월 개봉한 <아이 캔 스피크>(2017)에서 열연한 나문희가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아이캔스피크>에서 보여준 나문희의 연기는 어디 하나 흠 잡을 데 없이 완벽했고, 진한 울림까지 선사했다. <아이 캔 스피크> 시나리오 기획 단계에서부터 나문희 외에 그 어떠한 배우가 생각나지 않았다는 김현석 감독의 말처럼, 나문희 없는 <아이 캔 스피크>는 앙꼬없는 찐빵처럼 느껴질 정도다. 


<아이 캔 스피크>에서 나문희가 맡은 나옥분은 동네에서 한 두명 쯤은 있을 것 같은 열혈 할머니이다. 동네 민원왕으로 불리는 나옥분은 구청 직원들에게 있어서 상대하기 싫은 두려운 존재다. 하지만 박민재(이제훈 분)과의 만남을 통해 조금씩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 나옥분은 영화 말미, 그동안 어느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지 못했던 아픈 과거를 꺼내기 시작한다. 그리고 옥분의 용기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용기와 감동을 선사한다. '위안부' 소재를 차용한 것 외에 다소 평이한 전개를 보여줬던 <아이 캔 스피크>가 그럼에도 수많은 관객들을 울린 배경에는 역시 옥분 역을 맡은 나문희의 존재감에 있었다. 


그동안 여러 드라마, 영화를 통해 정감있는 연기를 선사했던 나문희는 이 시대 최고의 배우였다. 그럼에도 유독 상복과 거리가 멀었던 나문희는 배우를 시작한 지 56년만에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기쁨을 얻었다. 사실 나문희는 여우주연상을 받기 이전에도 누구나가 인정하는 최고의 배우였고, 귀감 되는 어른이었다. 다만, 여우주연상은 거둘 뿐이다. 


나문희의 수상은 가뜩이나 여성 배우의 기근에 시달리는 영화계에 적지 않은 울림을 선사한다. 대부분 남성 중심 서사, 남성 캐릭터 위주로 움직이는 한국 상업영화에서 여성 배우가 설 자리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오죽하면, 문소리와 같은 독보적인 여성 배우가 자신이 연출한 <여배우는 오늘도>(2017)를 통해 나이가 들 수록 입지가 좁아져가는 여성 배우의 현실을 지적할 정도다. 


그래서 77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주연을 맡고, 여우주연상까지 수상한 나문희가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한국 영화계에는 더 많은 나문희, 김혜자, 윤여정, 문소리와 같은 중량감있는 여성 배우들이 필요하다. 나문희를 앞세운 <아이 캔 스피크>가 평단의 호평은 물론 흥행에도 성공한 것처럼, 여성 배우를 앞세운 영화도 얼마든지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고 잘 될 수 있다. 나문희의 성공과 수상이 그걸 잘 보여준 셈이다. 


더 서울어워즈에서 생애 첫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는 오는 11월 5일 열리는 37회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이하 영평상)에서도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는 겹경사를 맞게 되었다.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수상도 유력해보이는 나문희의 전성시대는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전망이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