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농사만 짓고 살았고 크고 작은 송사에 휘말릴 없이 한적하고 소박한 삶을 영위하던 소성리 주민들에게 큰 변화가 찾아온 것은 마을에 웬 무기가 배치된다는 소식이 전해진 이후부터 였다.
다큐멘터리 영화 <소성리>(2017)는 별탈 없이 잘 살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과거 한국전쟁으로 가족을 잃은 아픔을 겪은 소성리 할머니들이 사드 배치를 계기로 그들 자신과 특별한 이해관계가 없는 정쟁에 휘말려 평범한 삶을 박탈당하는 수난기에 주목한다.
여느 농촌마을과 다를 바 없이 농사 짓고, 주민들끼리 모여 담소를 나누는 소성리의 일상적인 풍경을 전달하는 도입부가 유독 긴 것도, 사드 배치로 삶에 대혼란을 겪은 주민들의 변화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하는 연출의도와 부합한다.
한적한 시골 마을에서 격렬한 투쟁의 현장으로 탈바꿈된 소성리라는 공간과 그 속에 살고있는 사람들에 주목하는 <소성리>는 사드 배치에 앞서 오래전부터 사람이 살고 있었던 장소에 관한 영화다.
한반도 평화를 위해 배치된다는 사드가 법 없이도 잘 살고 있었던 사람들의 일상의 평화를 망치는 순간, 조용히 소성리 마을과 주민들을 응시하던 <소성리>는 그 때서야 묵직한 질문을 건넨다. 과연 평화가 무엇일까. 사드 배치를 둘러싼 여러가지 정치적, 경제적 이해 관계를 따져보기 전에,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일상을 침해하는 것이 옳다고 할 수 있을까. 사드 배치 찬반 의견을 떠나 한번 쯤 생각해볼 만한 질문이다.
사드 배치 문제로 인해 조용할 날 없는 소성리이지만, 그럼에도 소성리 주민들의 삶은 계속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연일 지속되는 싸움에 지쳐있을 법도 하지만, 생기를 잃지 않는 소성리 여성 주민들의 환한 웃음으로 끝나는 영화는 일상의 소박한 평화를 위해 지금도 투쟁 전선에 나서는 소성리 주민들을 위로하고 함께 하고자 한다. 1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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