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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도 프로레슬링. 원초적인 향수의 세계로 초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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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이 2009년 7월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프로레슬링의 보따리를 왕창 풀 계획인가봅니다. 무려 프로레슬링 특집으로만 연속 10주 방영하겠답니다. 약 2달 동안 같은 소재로만 방영을 하면 식상하고 지루하다는 느낌이 들텐데요, 그래도 시청자들보다 더 예능감각이 뛰어난 김태호 PD의 판단 하에 10주 방영이니 그냥 지켜만 봐야겠죠.


대부분 70년대 태생으로 구성된 무한도전 멤버들과 달리, 8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저는 프로레슬링을 잘 모릅니다. 복싱과 마찬가지로 한 물 간 왕년의 인기 스포츠였는데 어떻게 그 인기를 되살려야하나 그런 논의만 봐온 세대였죠. 외국의 유명 프로레슬링 경기를 우연히 보게됬는데 물론 짜고 치는 고스톱(?)이라고 해도 서로 할퀴고 때리고 반칙하고 이런 모습이 보기 좋지는 않았습니다. 제 취향이 아니라고 생각했죠.

그러나 낮에는 의욕없는 직장인, 밤에는 사기충전 프로레슬러 활약하는 한 남자를 다룬 김지운 감독의 '반칙왕'을 보고 프로레슬링에 대해서 "어 저거 좀 재미있네" 이 생각도 들긴했죠. 레슬러로 변신한 송강호의 연기가 훌륭했고 스토리 또한 재미있었지만, 영화 속 레슬링도 볼만했죠. 하지만 반칙왕이 개봉할 당시만 해도 이미 한국 내에서 프로레슬링은 사양 스포츠로 접어들은지 오래였죠.

아마 '반칙왕'의 김지운 감독이나 '무한도전' 김태호 pd나 어린 시절 프로레슬링에 지독한 향수를 가지고 있던 남자들임에는 틀림없어요. 김태호PD는 레슬링 이외에도 복싱에도 큰 애정을 가지고 있었어요. 복싱이나 레슬링이나 모두 다 과거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인기 스포츠였으나 지금은 축구,야구,심지어 피겨스케이팅에게까지 밀리는 원초적인 운동에 불과하죠. 못먹고 못살던 70년대만해도 박치기 하나와 권투 장갑 하나, 그리고 깡과 집념하나로 어려웠던 대한민국에 희망을 주고 부와 인기를 거머질 수 있었죠. 그러나 지금은 풍부한 자금이 바탕이 되는 선진국형 스포츠로 전세계 무대를 휩쓸고 프로레슬링이나 복싱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돈을 거머쥘 수 있으니 굳히 목숨을 걸고 맞아가면서 운동을 할 이유가 없어졌죠. 물론 축구나 피겨스케이팅, 쇼트트랙 역시 부상이 잦고 자칫잘못하다가 공 잘못맞아서 머리를 다칠 수도 있고 레슬링, 복싱 못지않게 자신과의 싸움에 힘든 훈련을 거쳐야 최정상에 오를 수 있다만, 요즘 젊은 친구들이 선호하는 운동은 축구, 야구, 농구이고 레슬링과 복싱은 기피하는 올드 스포츠가 되어버렸네요.



어떻게 보면 우리 세대는 예전 세대와는 달리 깡이 없어서 맷집이 필요한 레슬링이나 복싱을 안하려는 것도 있을 수 있네요. 그러나 이미 우리가 자라날 때부터 점점 쇠퇴해왔고 이제는 명맥조차 유지하기 힘든 운동인터라 이제는 방송에서 공개적으로 도와주지않는 이상 챔피언 방어도 하기 어려운 현실이에요. 결국 무한도전은 이제는 사양길로 접어든 프로레슬링을 준비하면서, 동시에 챔피언 벨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한 탈북자 출신 여성 복서와, 그 벨트를 가져오기 위해 돌아가신 아버지를 생각하면서 땀을 흘리면서 연습하는 일본 복서를 도와주기까지합니다.

프로레슬링은 이제 막 그 전주곡에 불과하지만, 지난 1월에 방송되었던 2주간의 복싱특집을 봤을 때 복싱에 대해서 상당히 매료를 느낀 터라, 이번 무한도전의 프로레슬링 WM7역시 예전에 김일의 박치기에 환호했던 세대에게는 그 시절의 향수를 느끼게 해주고, 반면 저처럼 프로레슬링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거나,레슬링보다 이종격투기에 더 환호하는 세대에게는 k1과는 다른 매력의 치고박기를 보여주면서 다시 한번 레슬링에 대한 관심을 이끌게 하지 않는 가 싶어요.

이미 봅슬레이, 복싱 그리고 F1특집을 통해 비인기 종목의 숨겨진 즐거움을 알리고, 해당 경기의 인기에 견인차를 톡톡히 했던 무한도전이기에 이번 무려 10주간 지속되는 레슬링 특집 역시 시들어져가는 프로 레슬링의 부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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