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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제빵왕 김탁구.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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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의 주인공 김탁구는 분명 구일중의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김씨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탁구를 받아들이는 대신, 구일중의 호적에는 올리지 않겠다는 구일중의 부인 서인숙 때문이었죠. 그래도 서인숙 몰래 이름도 바꾸고 호적에는 올릴려는 시도는 했겠다만 난데없는 탁구의 실종으로 탁구는 김탁구로 남게되었습니다. 게다가 아버지 구일중을 아빠, 아버지가 아니라 회장님이라고 부르고요. 어제 마지막 부분에 구회장님이 직접 "내 아들 탁구야"라고 했기때문에 이제부터 탁구는 당당하게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있을 지도 모르지만, 아무리 구일중 부인 서인숙 몰래 밖에서 낳은 자식이라고 해도 한씨의 핏줄을 가진 구마준은 구씨에 구일중을 아버지라 부르니 이건 도대체 어떤 영문인지 모르겠네요. 이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지 못했던 홍길동보다 더 심각한 사태입니다.

  

하지만 탁구의 할머니 홍여사는 탁구의 어머니 김미순이 구일중 회장님 사이에서 낳은 자식이라고 탁구를 구회장네 집에 데리고 갔을 때 탁구를 흔쾌히 받아들였어요. 그러나 만약에 마준이가 구일중 회장 자식이 아니라 한실장 자식이라는걸 생전에 아셨다면 어찌하셨을까요? 그 사실을 알고 바로 돌아가신 이후, 아직도 영정 사진 속에서 시퍼런 눈으로 서인숙을 째려보면서 두고보자 하고 계시죠.

 

제빵왕 김탁구 초기에 막장 논란이 빚은 건 단순히 주인공 김탁구가 세컨드 자식이라는 설정때문은 아닐거에요. 그렇게 따지면 조선시대 왕조와 양반가는 모두 다 막장의 굴레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본부인이 엄연히 살아있음에도 대놓고 첩을 데리고 사는 세상. 부인들에게는 자기 죽으면 정절을 강요해놓으면서 말이죠. 그래도 평생 첩을 보면서 부들부들 떨어야하는 부인들을 위해서 나름 그녀들의 자식들을 위해주기 위해 서얼제도를 만들어서 격이 다른 첩의 자식들에게는 심각한 불이익을 안겨주었죠.

 

태종 시대만해도 태어난 아이의 신분을 아버지를 계승하게 하여, 첩의 자식들도 아버지가 양반이라면 엄마가 노비라도 얼마든지 양반이 될 수 있었고, 과거 시험을 봐서 관직에 진출할 수도 있었죠. 그러나 예상 외로 첩의 자식들이 부인들의 자식들 을 많이 제쳤나봅니다. 그도 그럴것이 노비가 양반 나으리를 꼬시려면 미모는 기본이고 어느정도 머리가 있어야하지 않을까요(?) 결국 천한 것들이 태생자체가 고귀한 분들을 자꾸 꺾어버리니 결국 엄마가 천민인 것들은 문과는 못보게 하고 상대적으로 낮은 무과나 잡과에 응시하게 제한해버립니다. 아버지는 양반이나 문과를 볼 수 없었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신분은 중인계급하고 동등해 버렸고, 그래서 중서라고 불리기도 했답니다. 그 뒤 조선시대 왕들 중 가장 진보적이었던 정조 때 서자출신인 박제가와 이덕무가 규장각 검서관 등용이라는 파격적인 인사도 있었듯이, 세월이 갈수록 능력이 있어도 첩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꿈을 펼치지 못한 홍길동의 눈물샘도 갈수록 줄어들었으나, 여전히 회장님의 숨겨진 자식이라고 주장하는 분들의 친자소송은 여전히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제빵왕 김탁구가 초기에 막장이란 소리를 들으면서 주목받은 건 단순히 구일중이 본처 서인숙이 아닌 다른 여자와의 관계를 통해 김탁구를 낳았다는 건 아닙니다. 그건 이미 조선후기 홍길동전에 나온 이야기 아닙니까. 다만 이 드라마가 더욱 화제가 되었던 건, 조선시대는 아니었건만 여전히 여자는 남성에게 종속되어야한다는 강박관념이 강했던 시대에 재벌가 여자가 혼외정사로 아들을 낳았다는 것이죠.

 

서인숙이 한실장과 부적절한 관계로 아들을 낳은 건, 구일중보다 한실장을 더 사랑했기 때문이겠죠. 그러나 들키면 모든 걸 다 잃을 각오를 하면서도 한실장과 관계를 통해 아들을 낳고자한건 아들을 낳지 못하면 그룹, 집안 내 자신이 설자리가 줄어들기 때문이죠. 지금이야 아들보다 딸이 좋다는 분들도 많아졌지만, 그 당시만해도 아들만이 대를 물려받고, 아들에게 사업을 물려주고, 딸은 다른 집에 시집가면 그만이라는 시절 아닙니까. 지금에야 굳이 다른 방법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이미 낳았던 두딸에게 거성식품을 물러주거나 아님 전문경영인 쓰면 되지만, 그 당시에는 유교의 영향으로 남아선호사상이 똘똘 뭉쳐버린 나머지 아들아니면 안된다는 세상이였죠.

 

결국 구일중이 밖에서 데리고 왔던 김탁구는 엄연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제빵회사 회장 아들임에도 불구하고, 아버지의 성조차 쓸 수 없는 홍길동이 되어버렸고, 어머니 서인숙의 부적절한 관계를 통해서 낳은 한실장 아들 구마준 역시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를 수 없는 기구한 인생을 살게 되었습니다. 구일중의 세컨드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서 태어난 건 아니고, 구일중의 가짜 아들로 태어나고 싶어서 서인숙의 배로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저 남자는 정식으로 혼인을 맺은 부인이 아니라 다른 여자에게 아이를 낳게해도 된다는 오랜 악습과 여자에게 지나친 억압을 강요했던 역사, 그리고 아들만이 모든 걸 해결해준다는 잘못된 강박관념들이 김탁구와 구마준을 세상에 내놓게 된거죠.

 

구일중과 다른 여자와의 관계에서 김탁구를 낳았으니, 서인숙의 바람역시 용서해야하는 건 아닙니다. 그러나 탁구가 엄마 손을 잡고 구회장네 집에 나타났을 때, 서인숙의 따가운 눈초리와 아들 하나 더 얻었던 구회장에 비해서 구마준이 구일중의 아들이 아니라는 건 아는 순간, 서인숙과 마준이 잃을 것은 너무나도 많네요. 빵공장이 구일중의 손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구일중의 피를 이어받은 사람이 뒤를 잇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자신의 친자가 아니라고 마준을 내치기에는 그동안 기른 정도 있어 보이네요. 이 드라마가 어떻게 흘려갈지 궁금하지만, 구일중의 서자인 김탁구나 한실장의 숨겨진 아들인 구마준이나 홍길동 처지인지라 지금은 빵과 서유경이란 여자, 그리고 아버지를 놓고 대결을 펼치고 있지만 언젠가 둘이 손을 맞잡지 않을까 싶네요. 둘다 어른들의 잘못된 이기심에서 비롯된 희생자들이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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