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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옷로비 청문회에서도 당당했던 고 앙드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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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금 별세하신 앙드레김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언제나 흰옷에 진한 눈화장이 연상되지만, 이상하게 필자에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다름아닌 옷로비 청문회에 출석한 장면이었습니다.


때는 바야흐로 국민의 정부 시절. 그 당시 대통령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검찰총장의 부인이 옷로비를 받았다는 파문으로 정국이 들썩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 검찰총장 부인이 받았다는 옷 중에는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디자이너 의상실들이 거론되었고, 대한민국에서 대표하는 디자이너 앙드레김 역시 이 웃지못할 청문회에 증인으로 참석을 해야했습니다.

중학교 시절 일이었으나 보통 연예정보지나 가십성 기사에 자주 등장할 법한 디자이너를 정치기사에게 만난 건 이색적이었습니다. 결국 상류층의 잘못된 문화가 디자이너를 법정에 서게한 셈이었죠. 이 모순된 상황 속에서 앙드레김은 희대의 명언을 남기고 맙니다. 자세히는 기억 못하나. 아무튼 그 당시 잘나가는 아구선수 이승엽도 우리 옷을 입는다는 자부심이 섞인 발언이었죠.

아니 지금 청문회를 하는 이유는 단지 그 검찰총장 부인이 앙드레김 의상실에서 옷을 맞췄나, 거기서 옷을 선물로 받았나를 물어보기 위해서 앙드레김을 증인 출석 요구한건데 난데없이 왜 이승엽이 앙드레김옷을 입는다는 발언이 왜 나오는지 그 당시에는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혹시 그 기자의 꾸며낸 이야기거나 부풀린 말이 아닐까 싶기도 하구요. 하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앙드레김 선생님이 청문회에서 굳이 그 말을 꺼내야했는지 이해가 갑니다.

앙드레김은 디자이너입니다. 이승엽을 제외하고도 너무나도 많은 대한민국의 유명인사가 앙드레김 옷을 입었습니다. 앙드레김 패션쇼는 대한민국에서 내로라하는 아이콘들이 서는 무대였고, 앙드레김의 유명한 피날레는 그 시대 최고 인기가 많은 스타들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죠. 하지만 한번도 탈세를 하지 않았고, 오히려 모범 납세자에 사회 공헌에 앞장서서 어떤 연예인보다 상당한 인기를 누리던 이 디자이너는 단지 모 부인께서 자신의 옷을 입었다는 이유로 자신의 본명까지 발히면서 법정에 서게 되었습니다. 그야말로 평생 정도를 걸어온 이 디자이너에게는 수치스러운 사건이었죠. 뿐만 아니라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서기 이전 밝혔던 김봉남이란 자신의 본명은 한동안 세간의 큰 화제가 되기도 했었죠. 또한 청문회 과정에서 나온 상당한 매출을 거둠에도 강남 압구정 의상실을 전세로 쓰고 있으며,(2003년에야 강남 의상실 건물 인수), 모범 납세자에 국산 원단을 사용한다는(심지어 생전에 경호원들과 함께 인천 모 재래시장에 자주 들리셨다는 목격담도 많았습니다.) 그의 행적들은 고위 관료부인들의 잘못된 사치에 분노하고 있었던 수많은 국민들에게 박수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그 이후 앙드레김은 대한민국 최고 디자이너로 모든 국민들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그분의 언행은 많은 개그맨들과 연예인들의 성대모사로도 널리 사랑을 받아올 정도였습니다. 비록 그 선생님을 생전에 한번도 뵌 적은 없고 그분의 드레스를 입어본 적도 없다만, 지난 아르헨티나 전에 신사동 모 카페에 가다가 그분의 의상실을 지나갔다는 이유만으로 감격스러워할정도로 그분은 대한민국의 스타였습니다. 다시는 그분의 독특한 언변과 스타일,그분의 패션쇼만의 특유한 키스 피날레를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울 뿐이네요. 그동안 좋은 일 많이 하신 만큼 좋은 곳에서 편히 쉬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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