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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제빵왕 김탁구 같은 청년들이 많이 생길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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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빵왕 김탁구'가 드디어 종영을 했군요. 시작도 하기 전, 남자주인공이 연기경험이 많지 않다는 것을 우려로 들며, 초반에는 비꼬기도 했는데 가면 갈 수록 사람을 매료시키는 윤시윤의 연기에 푹 빠져서, 지붕뚫고 하이킥때보다 껑충 더 성숙한 윤시윤에게 박수를 보내는 바입니다.


마지막 회를 남겨두고 갑자기 탁구가 납치되는 바람에 끔찍한 결말 시나리오들이 돌아다니는 해프닝도 있었지만, 결국은 제가 예전에 예상했던대로 흘러갔어요. 어떻게보면 저같은 인간이 생각할 정도로 시시하게 끝나 긴장이 떨어지는 감도 없지 않았으나, 그 동안 뻔히 보이는 결말 속에서도 50%에 가까이 되는 사람들을 tv앞에 불려내었던 작가와 제작진 그리고 배우들의 역량을 고려해보면, 대단한 힘이 아닐 수 없지요. 그래도 상상도 하지 못했던 반전으로 무리수를 둬 지붕뚫고 하이킥처럼 끝나고 욕먹기 보다는, 이왕 끝나는거 남들이 원하는대로 행복하게 끝나면 좋잖아요.

결국 탁구는 제가 예상했던대로(?) 아니 제가 바라던대로(?) 팔봉빵집에 들어갔고, 그 자리를 큰 누나 구자경이 대신 채워놓음으로서, 제빵왕 김탁구의 비극의 시작인 남아선호사상도 어느정도 해결되었습니다. 애초부터 서인숙이 그녀를 짝사랑하던 한승재와 불륜을 해서 구마준을 낳은 것도 결국 아들을 낳아야한다는 강박관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미 딸이 2명이나 있었지만, 그 때까지만 해도 아들만이 재산과 집안을 물려받아야한다는 인식때문에, 아들을 낳기 위해서 자식을 낳다가 딸 부잣집도 여러 집안이었고, 심지어 태어나기 전에 남자,여자인지 성별감식을 한답시고, 여아들의 비중이 확 줄어들어, 성비불균형까지 초래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남자를 내세우기 위해서 그동안 수많은 음모를 꾸미던 서인숙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구일중 핏줄에 서인숙 자궁 속에서 태어났지만 늘 뒷전이었던 구자경이 회사를 물려받게 되었으니, 굳이 아들을 낳기 위해서 고생을 할 필요가 없었죠.

그러나 구자경이 그녀가 그토록 바라던 거성가를 경영하게 된 데에는 탁구의 내려놓음이 없으면 불가능했습니다. 탁구는 청산공장을 살리고, 히트빵을 만들었다는 이유로 주주들에게 압도적으로 대표이사 자리를 무난히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탁구는 안정된 생활과 거성식품 대표가 되면 자동적으로 따라오는 부와 명예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자신이 좋아하는 빵만드는데 집중을 하고자합니다. 물론 탁구말처럼 경영과 빵만드는 것은 다릅니다. 탁구는 빵에 대해서는 천부적인 능력이 있고, 명인일지는 몰라도 기업을 관리하는 능력은 아직 검증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구자경은 빵 만드데는 소질이 없어도, 마케팅과 기획 능력은 아버지 구일중 회장의 능력을 그대로 이어받았습니다. 구일중같이 빵도 잘 만들고, 경영능력도 탁월하면 두말나위없겠지만, 그렇지 않은 이상은 경영능력이 더 뛰어난 구자경이 회사를 맡는게 맞지요.

허나 탁구를 보니, 비록 암산 능력은 되지 않지만, 그의 성품을 보니 회사 경영도 잘 할 것 같습니다. 세부적인 일이야 누나나 그가 믿을만한 전문 경영인에게 맡기면 되고 자신은 거성식품 빵공장과 신제품 개발부에서만 머물러도 되겠지만, 굳이 그는 거성가와는 비교가 안되지만, 그래도 마음놓고 오로지 그가 좋아하고 잘 할 수 있는 조그마한 팔봉빵집으로 들어갑니다. 그것도 잠시나마 거성가에서는 대표이사직도 맡았던 친구가 아무리 명성이 있다해도 중소기업정도도 안되는 빵집에서 빵을 만든다는 것은 보통 사람으로서는 취하기 어려운 선택이지요.

요즘 20대들 취업이 안되서 난리입니다. 그러나 중소기업이나 산업현장은 일손이 모잘라다고 하소연입니다. 저역시 아버지가 대기업을 다니시다가 중소기업을 다니셔서 중소기업에 다니는 사람들의 고충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복지후생이나 처우는 격차가 너무 많이 나고 있고, 어쩌면 저희 집도 아버지가 어느정도 대기업을 다니셨기에 이 정도라도 편하게 먹고 사는 것이구요.
그렇기 때문에 요즘 젊은이들을 고생스럽다고해도, 몇 년간 취업을 못하는 한이 있더라도 좀 더 좋은 직장에서 시작을 하고 싶어야합니다. 조그마한 회사에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전문인이 될 수도 있지만, 말만큼 쉬운 일은 아닙니다.

요즘 젊은이들에게 눈을 낮추고, 자신이 잘 할 수 있고, 도움이 되는 분야에서 경력을 쌓으라고 조언을 하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그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허나 처음부터 좋은 직장에서 시작한 친구들과 비교해볼 때, 자신의 경력을 높인답시고 들어간 회사들과 시작부터가 하늘과 땅 차이입니다. 대기업에서 보조업무를 맡을 바에는 중소기업에서 실무를 쌓고 그 뒤 경력사원으로 더 좋은 직장에 이적하는 방법도 있지만, 그 과정까지가 너무나도 고되고 처우도 좋지 않은 편입니다.

몇몇 기성세대의 말대로 요즘 젊은이들이 어려운 것을 회피하고 편한 것만 찾는 다는 소리 어느정도 인정합니다. 허나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만큼 나약하지 않습니다. 그들도 남들과 똑같이 토익공부하고 스펙쌓고 안정된 직장에 들어간다는 바늘구멍을 뚫기보다는,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원하는 일을 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교육 과정은 자신이 뭘 잘할 수 있는지, 자신의 흥미가 뭔지 돌아볼 시간조차 없었습니다. 그저 고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만 열심히 해라. 그럼 대학교 때 저절로 될 수 있다는 뜬구름잡는 희망아래 오로지 주입식 암기와 창의력없는 공부만 해왔고, 그 결과 대학교에서도 자신이 뭘 하고 싶다는 것 조차 모른채, 남들 다 하는 대로 또 고등학교 때 공부했던 것 이상의 공부를 하고, 남들과 똑같은 길을 갈 수 밖에 없는 면도 없지 않습니다. 반면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명확해도, 부모님의 반대와 현실의 여건상 눈물을 머금고 포기하고 안정적인 직장을 찾는 친구들도 있구요.

그런 현실 속에서 충분히 대접을 받아야하는데, 여전히 저평가를 받고 있는 제빵인을 꿈꾸는 젊은이를 소재로 한 드라마가 나왔다는 것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아마 이 드라마를 계기로 어느 분이 늘 입버릇처럼 하는 말 처럼 굳이 대학을 가지 말고 공무원, 사무직을 꿈꾸지 말고 기술을 배우라는 목소리에 힘을 얻을 것 같구요. 그러나 드라마를 계기로 제빵업계 매출은 오르는 한이 있더라도 이 드라마를 계기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천부적인 기술을 살려보겠다는 젊은이들과 어린이는 그 분이 기대했던 만큼 많이 나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한 때 나도 김탁구처럼 제빵계의 거장이 될거야라는 희망도 꿈꿀 수 있겠다만, 우리나라의 현실 상 김탁구처럼 빵을 만들어서 성공하고, 노력에 대한 인정을 받는 것은, 거성같은 번듯한 회사를 차리지 않는 이상, 아니 강남역의 00제과나 유명한 주상복합단지에 가게를 차리지 않는 이상 상당히 어려운 일입니다. 그걸 잘 알기에 부모들도 아이들이 기술을 배우는 대신, 펜대를 잡기 원하는 거구요. 그러나 이왕이면 지금 자라나는 세대는 김탁구와 같은 장인들도 대기업 총수처럼 존경받고, 김탁구처럼 성실하고 건실하고 오로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빵을 향해 묵묵히 달려가는 어린이들이 많아졌음 좋겠습니다. 그런 환경을 만드는 몫은 동시대를 살고있는 우리들의 몫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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