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을 업으로 하는 선수들의 최종 목표는 당연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거나, 아님 선수로서 큰 명예를 쌓은 뒤 돈을 많이 버는 것이겠죠. 하지만 무엇보다도 다치지 않고 선수생활을 깔끔히 마무리하는 것이 선수들의 가장 큰 소원이 아닐까 싶네요.
몸으로 하는 운동인지라 운동선수들에게 부상은 뗄레야 뗄 수 없는 관계입니다. 부상을 당하지 않게 조심해야하겠지만, 최소한의 부상으로 최대한 빠른 회복을 하여,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게 하는게 운동선수들의 영원한 숙제인것 같습니다. 치명적인 부상을 당하면 선수생활을 은퇴하거나, 최악의 경우 평생 불구가 되거나 혹은 식물인간상태로 살아야하는 비극이 뒤따를 수 있거든요.
어떤 주 월요일 모처럼 낮에 집에 있게 되어 sbs의 인생역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때 레슬링 국가대표를 바라보던 유망주였으나 치명적인 부상때문에 선수생활을 접어야만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해온 것이라곤 운동밖에 없었기에 더욱 막막했습니다. 그래서 음식점 사업을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잘되다가 역시나 사회 경험 부족으로 번번이 실패를 거듭하였습니다. 지금에야 큰 성공을 거두어, 자신의 고교 후배 레슬링 선수들에게 음식을 만들어주며, 부상당한 후배를 걱정할 정도의 위치까지 가게 되었지만, 후배들이 레슬링을 하는 모습을 보면서, 착잡해하는 그의 표정을 보니 선수로서 못이룬 한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다가 같은 방송사의 새로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았습니다. 그 전에 케이블 연예뉴스를 통해 스포츠 의학 드라마를 만든다는 소리는 들었는데, 요즘 의학 드라마가 범람하는 시기라, 이제는 스포츠와 접목시키는구나라고 여기고 별 관심을 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우연히 헬스클럽 런닝머신 tv에서 보게 된 첫방은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sbs의 새 월화 드라마 '닥터챔프'의 여주인공 연우는 총명받던 정형외과 레지던트였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명문의대 한국대(?)출신도 아니지만, 한국대에서 레지던트를 밟으며 정형외과 의사로 차근차근 성공의 계단을 밟아가는 듯한 이 여주인공은 자신의 지도 교수의 수술 중 한 소녀를 하반신 마비로 만들어낸 실수를 발설하다가 병원에서 쫓겨나고, 오로지 공부와 의술쌓는데 집중하여 운동선수 이름 하나도 모르던 그가, 대한민국 리듬체조 기대주 한명 식물인간 상태로 만들었다고 한바탕 뒤집어놓은 태릉선수촌 의무실에 입성을 하게 됩니다. 첫 회에 그녀의 운명을 미리 친절하게 알려주는 듯, 그녀를 병원에 쫓겨나는데 결정타였던 환자가 리듬체조 유망주였고, 하필이면 그 수술 전에 금메달이 유력시되던 그 리듬 체조 선수가 경기 도중 갑자기 쓰려집니다.
의사의 한 순간의 실수로 그토록 원하던 체조를 다시 시작하기는 커녕, 장애우들에게 너무나도 가혹하기만한 우리나라와 같은 현실에서 평생 하반신 마비로 살아야하는 어린 소녀를 보니, 우리나라 여자 축구의 유망주였으나, 수술 도중 뇌사 상태에 빠져 결국 사망한 고 김지수 선수의 안타까운 사연이 오버랩되어 더더욱 슬프게 다가오더군요. 만약에 고 김 선수도 수술이 정상적으로 마무리 되었다면, 그녀 역시 오늘날 우리나라 여성 축구의 쾌거의 주역으로 국민들의 큰 환호와 박수를 한 몸에 받았겠지만, 이미 그녀는 우리 곁에 돌아올 수 없는 불귀객이 되었습니다.
김연아,박태환,박지성, 요즘 뜨는 여민지가 되는 건 그야말로 하늘의 별따기입니다. 김연아 역시 명실상부 세계 피겨여왕으로 등극하기까지 허리디스크를 달고 살았으며, 박지성 역시 축구하면서 잦은 부상에 시달려야했습니다.다행히 그들은 선수생활에 지장이 없을 정도의 부상에 그쳤지만, 닥터챔프 속의 리듬체조 선수들과 도욱처럼 평생 아픔을 안고 살아야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하는게 운동선수들입니다. 실제로도 고 김지수 선수뿐만이 아니라 오랫동안 호흡기에만 의존하면서 지내다가 끝내 우리 곁을 떠난 고 임수혁 선수 사례와 복싱 경기 도중 응급처치 실패로 우리 곁을 떠난 고 최요삼,배기석 선수도 있구요. 하지만 평생 운동에 몸을 바친 한 선수의 인생을 제대로 망쳐놓았음에도 연우의 지도교수이자 우리나라 최고의 명망받는 정형외과 의사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히려 자신의 실수를 덮기에 급급하였습니다. 드라마 속의 태릉선수촌은 한 기대주를 식물인간 상태로 빠트려서야 이제야 의무시설을 강화하겠다고 난리입니다. 경기도중 부상도 없어야겠지만, 늘 언제나 대한민국 체육계의 고질병이라고 지적만 받고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시스템 개선이 조속히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라면, 부디 의사의 한 순간 실수로 발생하는 의료사고로 어릴 때부터 오로지 운동만 해오고, 그 운동에 목숨을 건 선수들의 희망이라도 꺾지 않도록 하였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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