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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도 텔레파시.사람들이 모두 같은 마음을 가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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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6년이라는 시간이 지났군요. 솔직히 6년 전 무모한 도전이라는 프로그램을 보았을 때는, 이 프로그램 곧 폐지될 줄 알았습니다. 유재석이 고양 시민운동장에서 분량 걱정할 정도로 초기에는 유재석 하나만 믿고 노홍철,정형돈 등 예능에서는 낯선 인물들로 가득찬 그야말로 무모한 프로그램이었죠. 하지만 무한도전이 나름 괜찮은 프로그램으로 저에게 각인시키게 된 계기는 뉴질랜드인가 어디를 캠핑카 하나로 갔던 특집이었습니다. 그 당시 다른 프로그램은 호화 해외 로케이션으로 지나친 외화유출을 하는 것 같이 눈쌀이 찌푸려지던 당시라 저비용으로 다른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매우 평범하지만 사람냄새 물씬 풍기던 해외 특집이라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네요.

그 후 무한도전은 놀랄만한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방송에서는 친하지 않아도 애써 친한 척을 해야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나 다소 어색한 관계라는 정형돈과 하하와 친해지게 한다는 프로그램을 만들지 않나, 하하가 요즘 런닝맨에 함께 출연하고 있는 송지효를 좋다는 이야기도 서슴없이 할 정도로 무한도전은 멤버들 사생활 폭로도 눈에 거슬리지 않을 정도로 터트려주었습니다. 그게 효시가 되어 이제는 방송에서는 하지 말아야할 이야기도 다 해버리는 시대가 되었지만, 무한도전이 방송이라는 가상과 리얼의 경계를 제일 먼저 허문 예능의 시초라는 사실은 굳이 일일이 언급하지 않아도 인정을 할 수 밖에 없거든요.



평소 카메라 앞에 서지 않는 김태호PD가 유재석과 택시 안에서 잊혀진 계절을 부를 정도로 가을을 타서 그런지 무한도전 영상도 예능답지 않게 지극히 감성적인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했습니다. 이처럼 무한도전은 이제 리얼 예능 창시자라는 타이틀에서 벗어나 예능의 경계를 벗어나고 있습니다. 다른 프로그램 역시 무한도전 그 이상으로 자기네들 취향에 맞게 감동을 주고 있지만, 무한도전 만큼 젊은 감각을 유지하는 예능은 흔치 않은 것 같습니다. 어떤 기자는 웃음을 상실했고 영상만 이쁘다고 혹평을 날리기도 하지만, 스마트폰으로 영상통화까지 가능한 시대에 서로의 교감 하나만을 의지해서 그 와중에 지난 6년간의 추억을 공감하는 것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네요.

비록 예능답지 않게 어디에다 웃어야할지 모르겠지만, 텔레파시 덕분에 시청자로서 나름 6년간의 무한도전을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던 것 같습니다. 저는 제가 처음으로 무한도전을 보던 캠핑편이나 귀신잡기 혹은 최근에 직접 가서 보았던 레슬링 특집이 기억에 남는데 정작 멤버들 간에도 서로 생각이 다르더군요.



레슬링에서 감동의 투혼을 보여준 정형돈은 의외로 하하와 추억을 공유한 여의도 공원을 뽑았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하하와 참으로 어색한 관계였는데 하하가 소집해제 하고 무한도전에 복귀를 한 이후 가장 서로에게 의지를 하는 관계가 된 것 같아, 오랫동안 두 사람을 지켜본 시청자로서는 그야말로 감개무량입니다. 노홍철 말대로 무한도전 첫 회 분량 걱정하던 유재석은 역시나 첫 회 황소와 함께 줄다리기 했던 고양시민 운동장을 기억에 남는 장소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정작 노홍철은 유재석의 첫 회를 언급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분량을 위해 회의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요즘 일주일에 한번은 꼭 모인다는 압구정동 연습실에 죽치고 앉아있더군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커피는 혼자 마시는 커피라고 비꼬임 당하던 박명수는 돈가방을 뺏다가 상처가 난 여의도 한강공원을 꼽더군요. 여드름 브레이크에서 맹활약이후 길메오에서 고정출연이 확정된 길은 개인적으로 인천 부두를 추억의 장소라고 했지만, 요즘 박명수 밑에서 예능을 배우고 있는 터라 그와 추억이 있는 여의도 공원에 찾아갔지만, 역시나 같은 여의도 공원에 있었던 정형돈을 스치고 지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결국 레슬링 이후 터닝포인트를 맞았던 정준하와 하하만이 장충체육관에서 서로와의 교감을 확인했습니다. 사실은 너무나도 많은 추억이 있는 터라 어디를 가야할지 모르는 것이겠죠.

제가 레슬링이 기억에 남는 건 제 생일날 레슬링 보러 2시부터 5시까지 혼자 땡볕에서 줄을 섰고, 직접 그 감동을 체험했기 때문이죠. 게다가 깊은 여운을 안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난데없이 무한도전이 레슬링을 우롱했다는 악의적인 기사에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습니다. 티비에 레슬링이 나오면 채널돌리기 바빴던 제가 무도 레슬링 덕분에 레슬링의 재미를 알게되었는데 레슬링이 끝나자마자 무한도전을 깎아내리는 기사부터 나오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더군요. 반면에 최근 빙고특집에서 이대나 홍대에서 직접 무한도전 멤버를 보신 시민들은 빙고특집이 가장 기억에 남을 수 있구요. 

같은 대한민국 국민이고 무한도전을 사랑하는 시청자라고해도 이번 텔레파시 특집을 보고 잔잔해서 좋았다는 분들도 있겠고, 반면에 재미없다는 분들도 계시겠죠. 이처럼 사람의 취향과 생각은 각각 다릅니다. 어디에서나 모든 사람들이 일심동체로 한 마음 한 뜻을 가지긴 어렵습니다. 그래서 구성원들의 동질감을 높이기 위해 국가별 스포츠 경기를 개최하는 것이고, 여러가지 캠패인을 벌이고, 학교 의무교육을 통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비전과 의무를 가르쳐주는 것이죠.

하지만 단 몇 초면 GPS를 통해 서로 있는 위치까지 확인할 수 있다는 이 나라는 지금 니편 내편 나눠서 싸우길 바쁩니다. 아무리 과학기술이 발달하고 서로 어디에 있는지 금방 확인할 수 있고, 인터넷이라는 공간을 통해 서로의 의견을 신속히 전달할 수 있어도 우리는 예전보다 서로의 마음을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아니 이제 우리들은 자신들이 만들어놓은 벽하고만 교류를 하는 것 같습니다. 정형돈이 너 몇 번이나고 물어봤을 때, 노홍철이 제대로 된 답변을 안해줬다고 금새 노홍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만들어져야 할 정도로 이제 우리 사회에서 서로를 믿고 기다려줄줄 아는 예의와 한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그리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이해해주는 배려 자체가 실종되어 가는 것 같습니다. 아무리 옆에 잘 터지는 스마트폰이 있으면 뭐합니까. 우리들은 내 옆에 있는 사람 마음조차 헤아려줄 수 없고, 나와 생각이 다르다면 가차없이 비판부터 해버리는데요. 비록 지금 기준으로는 답답하긴 하지만, 오히려 믿음 하나만으로 친구를 기다리던 옛날이 더 그리워질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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