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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도.유재석,정형돈 진지함이 만들어낸 최상의 달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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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6년 동안 정형돈은 개그맨 출신임에도 지지리도 웃기지 못하는 캐릭터였어요. 시청자들의 하차요구도 있었고, 심지어 웃기는 것빼곤 다 잘한다는 소리를 듣는 굴욕까지 당했습니다. 그래도 정형돈이 그나마 오로지 웃음이 최고 가치인 예능이란 살얼음판에 살아남은 것은 적어도 그는 웃기는 능력이 없어도 늘 언제나 최선을 다한 모습이 시청자들의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유재석 역시 예능 역사상 전례드문 진지하면서도 배려가 돋보이는 착한 컨셉 진행자입니다. 개그맨임에도 불구하고 94년 이후 기억에 남는 유행어가 거의 없다는 것이 유재석으로는 치명타가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박명수가 상당한 유행어를 쏟아냈음에도 불구하고 유재석은 한 마디 한 마디에 남을 헤아리는 유창한 언변으로 10여년 째 최고 mc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3월 달력모델에는 10여년 동안 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았던 착하고 모범적인 모습이 식상하다는 평가를 들었습니다. 유재석을 원하는 광고주들에게는 유재석이라는 이름이 주는 신뢰감이 필요했겠지만 보다 다양한 결과물을 제시해야하는 슈퍼모델로서는 늘 언제나 같은 선하고 반듯한 유재석의 강하게 뇌리에 박히는 이미지는 최악이 되는 셈이죠.

하지만 이제 유재석은 한번 꼴지를 한 이후, 1위도 해보고,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습니다. 그것도 유재석에게 주어진 광고 컨셉은 그에게 불리한 편이였습니다. 촬영할 때보다 늘 수준급의 사진을 내놓는 타고난 모델은 박명수와는 달리 유재석은 어떤 그림을 그려도 탄성을 자아내는 독특한 비쥬얼도 아니었고, 또한 그가 꺼려하는 뱀, 그리고 다른 모델들은 반가워하지 않았던 김경진과 함께 촬영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달력 모델을 통해 유재석이 왜 대형 히트친 유행어 없이 오랫동안 최고 진행자의 위치를 굳건히 지켜왔는지 다시 한번 인정할 수 밖에 없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유재석의 가장 큰 매력으로 아직 예능이 낮은 초보 게스트들에 대한 배려라고 합니다. 그러나 그동안 유재석의 진행스타일을 곰곰이 지켜본 적이 없는터라 그가 착한 이미지인것을 알겠는데 딱히 배려가 있다고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단지 그 성격이 남에게 싫은 소리 못하는 스타일이 아닌가로만 여겼죠. 그러나 지난 5월 뱀과 촬영을 하고 사진 촬영에 낯선 김경진을 대하는 모습을 보고 아 유재석이 왜 여전히 시청자들은 물론이고 게스트들까지 함께 하고 싶어하는 mc인지 정확히 깨달았습니다. 무서워서 도망을 갈 법한 뱀을 다독여 결국 유재석과 뱀이 진정한 하나가 된 모습을 연출하고,  쟁쟁한 형들 사이에서 어쩔 줄 몰라하는 예능 초보이자 동시에 사진 촬영 및 연기가 낯선 김경진이 최상의 연기를 보여주게 한 건 그야말로 남의 마음을 헤아려줄 수 있는 유재석이 아니면 불가능한 일이였죠.

하지만 유재석은 이미지가 식상하다는 이승연의 혹평을 들은 이후, 자신의 변치않는 이미지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였던 것 같습니다. 덕분에 그는 이번 셰익스피어의 5대 희극 중 하나인 '한여름밤의 꿈' 연극 무대를 배경으로 한 7월 달력에서 연극에 잔뼈가 굵은 배우 조민기로부터 그동안 유재석에게 볼 수 없는 면모를 볼 수 있었다는 호평을 받았습니다. 실제로 정형돈에 밀려 아쉽게 2위를 차지했지만 허미아를 사랑하다가 요정 퍽의 실수로 인해 졸지에 헬레나를 사랑하게되었지만, 그래도 허미나를 진정으로 사랑한 라이샌더의  애절한 눈빛만 보여질 뿐, 제가 알고 있었던 유재석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출산을 주제로한 달력 모델에서 혹평 한번 들은 이후 유재석은 늘 언제나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하였습니다. 아쉽게 1위는 하지 못했던 적이 많았지만 기복없이 선전한다는 것은 실제로도 늘 성실한 자세로 꾸준히 최고mc자리를 지켜오는 유재석을 면모를 보는 듯 합니다.

이번에 1위를 차지한 정형돈은 최상의 조건은 커녕 신체적으로 불리한 조건을 타고난 모델입니다. 표정은 매사 진지하나 그가 나오는 사진은 우량아 포스를 연상시킵니다. 그래서 심사위원들이 항상 아쉬워하는 모델이였죠. 마치 뭐든지 열심히 하는데 정작 웃기지 못했던 정형돈의 과거 모습을 보는 듯 하였구요. 그러나 타고난 최고 모델들과 여러번 작업했던 오중석 사진작가는 그런 정형돈의 진지한 표정이 좋다고 합니다. 비록 최고의 예능인은 되지 못하지만, 열심히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정형돈은 그렇게 자신의 지지자들을 모았고, 현재는 최고의 상승세를 이어나가고 있고, 그 진지함의 대가로 7월 달력에서는 자신의 불리한 팔,다리 길이를 극복함은 물론 다른 멤버들에 비해서 아주 평범한(?)분장에도 불구하고 한 여인에 대한 왜곡된 사랑으로 비극으로 이끌뻔 했던 야심만만한 드미트리우스를 훌륭히 소화해냄에 따라 당당히 1위까지 차지합니다.



갑자기 생뚱맞은 이야기이지만, 이번주 무릎팍 도사 토니 안 편을 보니, 이수만 sm회장이 토니안과 주저없이 계약한 이유가 바로 건전지때문이였다는군요. 건전지가 떨어져서 그것을 사오기 위해 전력을 다해 질주하는 토니안을 보고 뭐든지 열심히 할 친구같았다는군요. 사실 유재석과 정형돈이 아주 웃기는 사람들은 아닙니다. 요즘 정형돈이 슬슬 웃기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 잘 웃기는 개그맨들은 많습니다. 유재석 역시 오랜 무명생활이 있었고 처음부터 수려한 언변을 가진 진행자는 아니였습니다. 그러나 유재석과 정형돈이 크게 웃기는 예능인이 아닐지라도 그들보다 더 재능이 타고난 사람들보다 큰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매사 진지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면서, 비록 시일은 걸리지만 언젠가는 결국 남들을 만족시키는 최상의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때문입니다. 2011년 슈퍼 달력 모델에서도 유재석,정형돈 특유의 진지함과 노력이 돋보였습니다. 그들을 보면서도 물론 운과 타고난 재능,그리고 도움을 주는 지인도 따라줘야하지만 역시 느리면서도 꾸준한 거북이가 돋보일 수도 있다는 한 줄기의 희망을 얻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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