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영화보다 뭉클했던 무도 달력사진 속 유재석의 절규

반응형


한반도의 최대 비극인 6.25 6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이것저것 6.25를 소재로 한 영화나 드라마가 많이 만들어졌지만, 예상과는 달리 큰 관심을 받지 못했습니다. 어느 특정 이념에 치중했다는 비판을 받은 작품도 있었고, 훌륭한 배우들과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했어도 졸작이라는 평가를 받은 드라마도 있었습니다. 70년대 '똘이장군'과 같은 반공물류는  더 이상 먹히지 않습니다. 이데올로기에 얽매이기보다, 보통 사람들에게는 무의미한 이념에 대한 싸움에서 비롯된 개인간의 비극적인 운명과, 전쟁을 경계하는 메시지가 전쟁의 아픔을 겪지않은 젊은 세대들의 마음을 움직여야 합니다.


그러나 1990년대 말부터 '쉬리'와 '공동경비구역JSA'를 기점으로 '태극기를 휘날리며'로 정점을 찍으며, 훌륭한 반전영화와 분단의 아픔을 담은 작품들이 수를 놓았던 것과는 달리 이상하게 대한민국에서 만든 반전물을 점점 후퇴하게 됩니다. 위의 영화들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여명의 눈동자' 등 한 세기에 나올 만한 드라마로 시청자들의 눈이 급격히 높아져서 그런가요, 우리 한반도가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되는 한국전쟁 60주년을 되새긴다는 의미에서 나온 반전물들은 그야말로 실망스럽기 그지 없었습니다.

이제 60주년 기념 전쟁물이 대중들의 머릿속에 가물해질 때쯤, 2010년이 끝나가는 가을녘에 한 예능이 반전의 의미를 되새기고자, 자신들의 달력 특집에 전쟁을 주제로 사진을 찍습니다. 그냥 사진만 찍는게 아니라, 실제 전쟁을 치루듯이 특수효과용 폭탄이 날아다니고, 출연진들도 총에 맞아가면서, 전투 한 장면을 촬영해야했습니다. 그 중에는 총에 맞아 죽어가는 전우 김경진을 보고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촬영한 유재석도 있었고 기관총으로 적들을 막아내다가, 총알이 떨어지자 직접 몸으로 총알을 맞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한 정준하와, 유명 반전 사진에서 봄직한, 거대한 탱크를 조그마한 총으로 겨누는 노홍철 병사도 눈에 띄었습니다. 눈물을 쏟아내야할 전쟁 드라마도 아니고, 단순히 그들의 미션 중 하나인 달력 사진 찍기의 일부일 뿐이었습니다. 특히나 유재석이 김경진을 끌어앉고 절규하는 장면은 60여년 전 포화 속에서 동료를 잃은 군인의 차마 말로 담아낼 수 없는 뼈아픈 슬픔까지 느껴져 이번 달력 주제가 요하는 반전 메시지를 보다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였음은 물론, 눈물까지 맺히더군요.

순간 올해 개봉했던 한 영화가 생각나더군요. 영화 자체는 충분히 감동적이었고, 연기경험이 많지 않은 한 아이돌 출신은 기대 이상의 수준급 명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등장 인물 모두 모두다 의미없는 전쟁의 희생양이 된 불쌍한 존재였고 충분히 눈물을 흘릴만한 소재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수준 이하의 영화를 보더라도, 어떻게해서든지 장점 찾기로 유명한 한 영화 평론가가 이처럼 장점찾기 어려운 영화는 처음봤다고 할 정도로 인기 아이돌, 배우와 그들의 죽음으로 흥행에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시대정신과 전쟁영화 흐름에 벗어난다는 이유로 영화 평론가에게 큰 비판을 받았습니다. 어쩌면 한국 영화계 주류가 지나치게 좌편향이라서 그 영화가 이유없이 저평가를 받았을 수도 있구요.

하지만 무한도전 달력 사진 속에는 60,70년대 반전영화에서 괴물,혹은 악인으로 나왔던(?) 북한군의 모습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대한민국 국군으로 왜 전쟁을 치루는지 명확한 의미도 알지 못한 채 묵묵히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다가 젊은 나이에 꽃다운 목숨을 잃고, 동료들의 죽음에 절규해야하는 병사들만 남아있을 뿐입니다. 북한군도 나오지 않고, 북한군과 국군이 총을 겨누는 모습이 있지 않아도, 우리는 충분히 전쟁의 무모함과 평화의 소중함을 알 수 있습니다. 물론 한국전쟁을 소재로 한 영화, 드라마들이라면, 드라마틱한 전개를 위해 동생을 살리고자 국군에서 북한군으로 변신한 형과 국군으로 남은 동생의 피할 수 없는 대결만으로도 전쟁에 희생당한 우리 윗세대의 아픔과, 반전의 중요성을 강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남한 땅에 전쟁을 하러온 인민군도, 우리 국토를 지키기 위해 인민군에게 총을 겨누울 수 밖에 없던 국군도 피를 나눈 형제들이었고, 희생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한국 전쟁이 발발한지 60년이 지나도 대한민국은 여전히 이데올로기에 얽매이고 있고, 여전히 한 특정 이념을 강조한 영화가 버젓이 만들어지고 있어, 중요한 전쟁의 비극의 참상을 강조하기보다 그 영화에 대한 이념 논쟁만 불거질 뿐입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사지로 몰고 간 것에 대해 반성은 커녕 분단의 현실을 교모히 이용하는 당사자 후손들이 뻔뻔스럽게도 잘 살고 있고, 버젓이 누구를 코스프레하면서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강화하는 쇼가 지속되는 마당에 몇 백억을 투자한 누구의 속이 뻔히 보이는 영화보다 전쟁의 폐허만을 담담히 알리는 단면적인 사진 한 장에, 더욱 가슴이 아파오고 반전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상기하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