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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전망대

이정재와 정성모를 다시 보게 한 모래시계 앙코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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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5년 제가 살던 창원에는 sbs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신문을 통해서 모래시계가 큰 화제라는 소식만 접했을 뿐, 모래시계를 볼 수도 없었습니다. 지금이야 지방방송에서 제가 보고 싶은 방송이 나오지 않으면 인터넷을 통해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고, 실시간으로 볼 수도 있지만 그 당시에는 인터넷도 발달되지 않았던 시기라 그저 지방민의 설울을 느끼면서 이래서 빨리 서울로 돌아가야한다는 목표가 생긴 것 같습니다.(게다가 전 9살때까지 서울에 살다가 아버지 직장때문에 연고도 없던 창원으로 이사를 갔었거든요). 아무튼 모래시계하면 최민수,고현정,박상원보다 서울살던 사촌오빠가 군대가기전 저희 집에 놀려왔는데 모래시계를 보지 못해서 아쉬어하는 모습이 맨먼저 생각나는 거 보면 지금은 마음만 먹으면 전세계 모든 방송을 볼 수 있는 문명의 혜택에 큰 감사를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모래시계를 봤어도 초등학생에 불과했던 저는 상당히 이해하기 어려웠을 듯 합니다. 몇 년 후 동네 비디오가게에서 그 화제의 모래시계 비디오 테이프를 봤을 때, 온 국민이 다 봤으니 우리 가족도 봐야한다는 강박관념에 예약까지하면서 모래시계 비디오 테이프 하나 얻었을 때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였습니다. 그러나 막상 테이프를 비디오 플레이어에 넣고 보니 아직까지 뭐도 모르는 초등학생이였던 저는 도대체 비디오 장면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알 방도가 없었습니다. 특히나 제가 살던 곳은 지역출신 대통령이 나와도 등을 돌리던 경상도였던터라 어느 누구도 1980년 5.18 광주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가르쳐주는 이 하나 없고 정치는 저에게 먼 나라의 이야기뿐이였습니다.

그러나 그 뒤 모래시계를 다시 한번 제대로 본 적이 없었지만, 모래시계 배경이 되었고, 주인공 태수와 우석의 운명을 갈라놓았던 그 장면이 우리 나라 역사에서 아픈 손가락의 하나라는 사실을 안 순간, 모래시계가 얼마나 대단한 드라마인지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당시만해도 쉬쉬했던 사실을 다뤘던 모래시계 제작진들에게 경의를 표했을 뿐, 여전히 모래시계 드라마를 보지 않았던 터라 최민수가 얼마나 대단했고 드라마 완성도가 얼마나 높았는지는 평가조차 할 수 없었죠. 그저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숱하게 회자되었고 패러디되었던 최민수의 마지막 대사 "나 떨고있니"와 고등학교 수학여행 잠깐 들린 정동진에서 모래시계의 일부만을 파악했을 뿐이죠.

그러다가 15년이 지난 어제야 아주 간략하게나마 모래시계를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버지께서 즐겨보시던 드라마 세자매가 끝난 후 특집 프로그램이 방송된다는 기사는 보았는데 그 특집 프로그램이 sbs20년동안 방송국을 빛내준 인기 드라마를 소개해주는 포맷으로 방송하는 줄을 몰랐습니다. 몇 십 부작 방송을 고작 50분 방송으로 압축하여 지금까지 대한민국 최고드라마로 손꼽히는 모래시계의 모든 면을 보여주기에는 역부족이었으나, 귀가시계라고 불릴만큼 모래시계를 애청했던 시청자분들은 물론, 모래시계 이름만 들어봤지, 어떤 드라마인지는 몰랐던 저같은 젊은 세대에게도 15년전 만들었던 불후의 명작의 감동을 느끼게 해주는 그야말로 뜻깊은 시간이 아니었나 싶네요.

비록 짧은 장면 장면들로 이뤄졌지만 다들 하나같이 시청자들들 울렸던 명장면들이고 편집또한 이어지지 않는 장면들을 깔끔하면서도 나름 자연스럽게 이어질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어 다시 한번 모래시계의 추억을 회상하는데 아무런 걸림돌은 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현재 방영되고 있는 드라마에서는 느낄 수 없는 배우들의 명연기와 짜임새있는 스토리 그리고 현 시대에서는 감히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소재, 구구절절 시청자들을 울리는 대사로 이래서 사람들이 여전히 모래시계를 찾고 최고의 드라마로 추어올리는지 이제야 알 듯 싶었습니다.



모래시계를 보지 않아도 최민수,고현정,박상원의 활약은 익히 듣고 잠깐 언급된지라 15년전에도 흐트럼없는 연기력과 지금까지 변치않는 외모들에 저절로 감탄을 표할 수 밖에 없더군요. 특히나 모래시계 이후 아쉽게 대중들과 이별을 하였으나 다시 브라운관에 돌아와 시청자들에게 힘이되는 카리스마넘치는 연기를 선보이는 고현정의 예나 지금이나 훌륭했던 그녀의 미모와 연기를 보는 즐거움과 여자들은 물론 남자들도 십 여년동안 최민수 성대모사를 남발하게 할 정도의 멋진 연기를 보여준 최민수, 그리고 15년 뒤에도 젊은 여자들을 설레게하는 부드러운 남성미를 자랑하는 박상원의 샤프한 이미지까지 그야말로 젊은 시절 보여줬던 그들의 연기는 최고 그 자체였습니다.

모래시계 중에서도 가장 하이라이트 장면만 편집되어 모든 장면들이 인상적이였고 최민수가 마지막에 숨을 거두는 장면 역시 보는 이를 안타깝게 하지만 특히나 가장 눈물났던 컷은 단연 고현정의 보디가드 이정재가 정성모때문에 위기에 처한 고현정을 살릴려다가 장렬하게 최후를 맞이하는 장면이였습니다. 이정재를 좋아해도 이정재의 연기에 대해서는 높이 평가를 하지 않는 편이였는데, 고현정을 위해 목숨까지 바치는 헌신적인 남자였으나 애석하게도 끝내 고현정의 마음을 사로잡지 못하고 묵묵히 고현정 그림자만 밟아야했던 불쌍한 이정재의 인기가 그 당시 어느정도 였는지 알만한 정도입니다. 만약에 저도 저희집에 모래시계만 나왔어도 아니 비디오로 빌려봤을 때 잘만 보았어도 이정재 앓이를 했을 건데, 왜 이제야 이정재 연기인생 중 가장 호평을 받던 장면을 이제야 봤는지 그야말로 애석할 정도입니다. 올 여름 뜨겁게 달군 '제빵왕 김탁구'에서 극악무도한 악역 한승재 실장으로 제2의 전성기를 구가함은 물론 악역임에도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정성모의 실감나는 악역연기또한 참으로 인상적이였습니다. 역시 그의 한승재 연기가 우연히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을 새삼스레 느끼게 되었고 지금에서야 악역이 사랑을 받지만 모래시계 방영 당시에는 참으로 안좋은 소리 많이 들었을 법합니다. 인터뷰나 정성모를 알아보고 찾아오는 소녀팬들에게는 한없이 따스한 분으로 보이시던데 어떻게 때려주고 싶을 정도로 미운 연기로 미친 존재감을 선보이는 동시에 드라마 한편까지 명작으로 만드는 그의 능력에 감탄을 보낼 뿐입니다.



정성모는 '제빵왕 김탁구'를 통해 그의 진가를 알고있었던 터라 15년 전에도 악역 연기를 참 잘하셨구나 이 생각뿐인데 이정재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기대이상이였습니다. 모래시계 이후 이정재는 많은 작품에 출연을 하였고, 명실상부 대한민국 대표 남자 스타로 자리매김을 하였지만 연기보다 비쥬얼이 강조되었던 몇몇 작품을 제외하고 배우 이정재보다는 모래시계 고현정 보디가드 혹은 스타일 좋은 멋진 남자로 각인되고 있는 듯 합니다. 모래시계 이후 백재희와는 180도 다른 바보연기는 물론 다양한 캐릭터를 연기하였는데 워낙 멋진 외모를 가져서 그런가 여전히 연기보다는 비쥬얼이 우선시되는 배우로 비춰지고 있는 듯 싶습니다. 그러나 모래시계에서 이정재가 마지막까지 고현정을 지키다가 정성모에게 맞아 숨어 멎어지는 순간 제가 알고 있던 봐줄만한건 비쥬얼뿐인 이정재가 우수수 무너지는 느낌이였습니다. 그 장면만큼은 이정재가 아니라 오직 온몸을 다해서 윤혜린을 지키겠다는 그것도 자신이 아닌 박태수만 바라보는 여자를 지켜봐야하는 해바라기가 떨궈지는 비장한 최후를 보는 것 같아 저도 모르게 눈물이 뚝뚝 흐른 것 같았습니다. 저 역시도 이정재만큼은 아니라도 나름 괜찮은 남자가 저를 평생 지켜줬음 하는 쓸데없는 망상까지 들게 되더군요. 실제 그럴 일은 제 주제에 어려울 듯하고 아무튼 제가 남몰래 가진 대리만족을 느끼게 해준 동시에 오랜만에 절 울린 이정재의 진가를 15년만에 알게 된 만큼 앞으로도 이정재의 얼굴과 몸만 유심히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그의 연기도 챙겨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 이전에 시간이 되면 꼭 모래시계 처음부터 끝까지 제대로 챙겨봐야겠습니다.에어시티 이후 한동안 이정재에게 헤어나오지 못했는데 아마 모래시계를 제대로 보게되면 더욱더 이정재에게 헤어나오지 못할 듯 싶습니다.

오늘은 새벽수업이 있어서 11시 이후에 이웃방문이 가능할 듯 싶습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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