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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무한도전 달력.운과 재능보다 빛나는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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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잔인한 걸 꼽는다고 하면, 누군가는 다 가지고 누군가는 탈락의 고배를 마시고 모든 것을 잃게된다는 것이지요. 개개인의 능력 발휘와 능력있는 자를 우선시하는 신자유주의 사회에서는 승자가 모든 것을 다 가져가는 것이 만고의 진리이지만, 만약에 그 진리대로 1등만 모든 걸 차지한다면 이 세상은 아마 제대로 돌아가기가 어려울 것입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렇지 못한 자들이 반기를 들 수도 있으니까요.

아주 예전에 '배틀로얄'이라고 하는 일본 학원영화가 있었어요. 그야말로 1등만이 살아남고 나머지는 처참하게 목숨을 잃을 수 밖에 없는 그런 잔인한 영화였죠. 워낙 눈뜨고 못볼 장면이 많아서 그 영화를 아직까지 못보고 있지만, 사실 그 영화만 왜이리 잔혹하다고 비난할 수 밖에 없어요. 지금 아시안게임만 봐도 우리나라는 은메달을 따도 아쉬운 2등이라고 치부해버리는 그런 나라니까요.

가끔 무한도전은 서바이벌 게임이라는 형식으로 우리들의 은연중에 퍼져있는 일등에 대한 압박감과 집착, 그리고 일등만이 모든 걸 독식하는 이 사회를 묘하게 건드립니다. 하긴 대가가 있어야 뭔가 악착같이 하고자하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고, 그 과정에서 자신이 원하는 걸 가지고자 하는 이간질과 모사가 시청자들을 즐겁게 해주긴 합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 서바이벌 형식을 벌이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결국 일등을 해서 제작진이 약속한 상품을 주어도 패자에게 나눠주고 죽을 힘을 다해서 이겨도 원하는 소원 하나 제대로 말하지 못하는 상황들만 속출할 뿐입니다. 역시나 서바이벌 형식으로 진행된 도전 슈퍼달력모델도 1등은 달력 표지 앞면 모델을 시켜주고, 그 과정에서 탈락하면 달력 모델 하차는 물론 누드를 찍어야하는 벌칙을 내려 결과 발표 때마다 긴장감을 최고조에 이끌어내곤 합니다.

무한도전 멤버들 모두 누드사진을 피하고자 혹은 2011년 달력에 자신을 메인으로 내세운 사진을 더 많이 걸게하기 위해 악착같이 사진을 찍습니다. 처음에는 난생 처음 해볼법한 전문적인 모델 수준의 화보 촬영이 어색해하였지만 점점 가면 갈수록 이제 표정,포즈 모두 전문적인 모델 저리가라할 정도로 완벽합니다. 수준또한 나날이 상향평준화가 되어 이제는 모든 컷이 베스트고, 하나라도 버리가 아까운 그런 난감한 선택의 기로까지 놓여있습니다.



너무나도 상향평준화가 된 8월 달력 사진들을 보고, 순간 잊고 싶은 제가 속한 88만원 세대들이 처한 현실이 불연듯 생각나더군요. 지금 20대 구직자들의 스펙들을 보면 너무나도 완벽합니다. 어학,인턴,학점,봉사활동,공모전 수상 경력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완벽 그 자체입니다. 예전같았으면 대기업에서 모셔갈 정도의 인재들이 월급도 작고 일은 많이 시키는 중소기업에 울며 겨자먹기로 가거나, 혹은 취업 준비생으로 남는 것이 오늘날 20대들의 우울한 자화상입니다. 아무리 나는 대학 1학년때부터 죽어라 토익공부를 하고, 어학연수를 다녀와도 내 경쟁자가 나보다 더 매력적인 스펙을 가지고 있으면 탈락하는게 우리네 삶이라면 삶이겠죠.

과연 그렇게 남들보다 더 잘나 보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스트레스를 받는 삶을 순응해야 좋은지는 더이상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미 제가 속한 88만원 세대는 기성세대에 의해서 정해진 룰을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그냥 그들이 원하는대로 묵묵히 그 작업을 열렬히 수행하고 있으니까요. 왜 너네들은 그렇게 사니를 묻기 보다 어떻게 하면 그 무리 중에서 튀어 보여서 좋은 직장에서 적당한 연봉을 받고 버텨나가는 팁을 주는 것이 현재 20대들에게는 더 가슴에 와닿겠다는 진리를 이제야 깨달았거든요.

하지만 우리 주위에는 나보다 잘난 사람이 너무 많아요. 집안도 좋고 타고난 유전자도 좋아 나보다 덜 노력해도 모든 걸 가질 수 있는 친구들이 널렸단 말이죠. 개네들과 저는 출발선상이 같지 않아요. 그렇다고 제가 평생 개네들 밑에서 시중이나 들면서 살 수는 없잖아요. 그러나 세상은 점점 어떤 부모 밑에 태어나서 어떻게 자랐고, 또 어떤 재능이 있느냐로 점점 신분이 고착화되어가고 있어요. 맞는 말이에요. 그러나 아직은 그 모든 우수한 조건을 극복을 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원래 태생적으로 잘난 친구들보다 더 많은 진지함과 열정 피나는 노력이 필요하겠지만요.



제 주위에는 늘 자신의 처한 환경을 탓하면서 그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하지 않는 대학생들이 너무나도 많습니다. 저도 남 걱정할 처지는 아니지만 솔직히 한심합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는 결코 좋은 학교는 아니지만 본인만 열심히 하면 은행도 취업할 수 있고, 공무원도 충분히 될 수 있는 그런 학교입니다. 그런데 왜 그런 학교에 들어간 본인의 능력을 탓하면서 왜 미리 자신의 한계를 설정하고, 그마저도 허송세월을 보내는지 일년 먼저 산 선배로서 도저히 이해가 안되네요.

저 역시 저보다 학벌 좋고 집안도 좋은 아이들이 마냥 부럽습니다. 그러나 아주 집안이 잘나지 않은 이상 그 대학을 가기 위해 들인 시간과 또 그 대학 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서 몸부린친, 저같은 듣보잡 대학교 학생은 모르는 그런 고생들을 떠올리면 개네들이 향후 얻는 보상과 대가는 당연한거에요. 단순히 학교다닐 때 공부 잘해서 몇 십 년간 편하게 잘 먹고 사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이제 명문대를 졸업해도 꾸준히 자기계발을 하지 않는 이상 뒤쳐질 수 밖에 없는 무한 경쟁 서바이벌 사회니까요.



다른 무도 멤버들보다 화보 촬영 경험도 있고 모델로서 탁월한 재능과 포스까지 갖춘 노홍철이 탈락하고 전혀 모델의 비쥬얼이라고 생각할 수 없는 정형돈이 각광받는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무한도전 도전달력모델처럼 향후 제가 살아갈 시기는 그야말로 예측 불가입니다. 아마 여전히 그 시대에도 지금 각광받는 학벌좋고 능력좋은 친구들이 저보다 더 나은 직업을 가지면서 윤택하게 살고 있겠죠. 하지만 오히려 점점 세상이 변해갈 수록 의외의 사람에게 기회가 돌아갈 수 있고, 또 그 시대가 원하는 흐름이 변할 수 있을 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 기회는 단순히 운이 좋아서 한 두 차례 찾아오거나 유지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천부적인 재능은 없어도 노력하는 사람에게 그 영광이 돌아가는 것 같습니다. 비록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왜 이 모양 이꼴이고, 결국은 운이 좋고 선천적으로 타고난 사람이 잘 되는 세상이라고 우울해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현재 지금 사회를 보면 점점 열심히 살아가는 사람들을 계속 우울하게 하는 것 같아 가끔 야속할 때가 있기도 해요. 그래서 천부적으로 타고난 노홍철이 탈락하고 반면 유재석은 달력모델 초반에는 식상하다는 혹평을 극복하고  세상의 여럿 타고난 배우,모델들과 작업한 한복연구가 박술녀 선생님에게 극찬까지 듣는 성과까지 얻음은 물론 이번 달력모델에도 당당히 1위를 차지하였구요. 따지고 보면 유재석이란 인물 자체가 메뚜기로 막 mc계에 발을 디딜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잘나갈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겁니다. mc를 처음볼 때는 아무말 못하고 그저 다른 mc들 보조만 맞추기만 하였던 그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특유의 노력과 깡으로 대한민국 최고 국민mc가 되었고 지금까지 박술녀 선생님 말씀처럼 몇 년동안 꾸준히 1인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정형돈 역시 특유의 성실함으로 이제는 제법 웃기는 멤버로 자리매김을 하였구요. 물론 그들 역시 선천적으로 타고난 엔터테이너임은 부인할 수 없어요. 허나 비록 타고난 재능은 다른 연예인들보다는 부족하듯하나 매사 진지함과 노력으로 다른 이들의 재능을 뛰어넘고 늘 호평을 받는 그들이 있기에 매주 토요일 무한도전이 기대되어지네요.  아직 우리가 살고있는 세상도 노력하는자가 운과 타고난 사람을 이길 수 있다는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 결과 같은 일이 꼭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어야 저같이 잘난거 하나없는 평범한 사람들도 계속 희망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갈 수 있으니까요.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하였고 저작권은 무한도전 제작진과 mbc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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