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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석은 작년 '지붕뚫고 하이킥'에 출연하기 전만해도 불혹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총각연기를 하는 최절정 동안 미남연기자였습니다. 제가 너무 어렸을 때 청춘 스타로 이름을 날렸던 분이라 그 시절 그 분의 히트작을 기록하지 않지만, 아무튼 2000년대 초반 그 당시 최고 인기드라마였던 '인어아가씨'에서 중년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젊은 총각의 연기를 능청스럽게 잘 하시던 정보석을 보고 정말 하늘이 내려준 동안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이제 그분의 나이에 맞게 고등학생의 아빠 역할을 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지붕킥 초반에는 적응이 되지 않는 해프닝도 있었습니다.
늘 젊은 총각연기만 하신 것이 아니라 정보석은 늘 언제나 여자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멋진 역할의 옷을 입으셨습니다. 우연히 지난 주 일요일 mbc '해피타임'에서 정보석과 김혜수, 그리고 이제는 고인이 되신 김주승이 함께 출연한 1993년작 '여자의 남자'의 하이라이트 부분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 당시 전형적인 나약한 지식인이였지만, 김혜수가 모든 걸 다 갖춘 남자 김주승의 아내였음에도 불구하고 정보석 때문에 사랑의 도피를 하다가 결국 김주승의 총에 숨을 거두는 그런 슬픈 드라마였습니다. 이처럼 정보석은 한번 쯤 여자 혹은 주부님들이 꿈꾸는 로망 그 자체였습니다.
그러나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얼굴은 잘생겼으나, 무능하기 짝이 없고 심지어 자신의 딸 벌인 신세경에게 열등감을 느낀 나머지 그녀를 괴롭혀도 결코 미워할 수 없는 해리 아빠 쥬얼리 정에 출연한 이후, 정보석은 그동안 짊어지고 있던 멋지고 근사한 남자를 훌훌 털어버립니다. 그 이전에도 '대조영' 등을 통해서 연기변신을 꾀했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이야말로 '젠틀맨' 정보석의 제2의 전성기를 알려주는 신호탄이 된 셈이죠.
하지만 정보석은 지붕뚫고 하이킥에서 성공적으로 코믹연기자로 대변신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이에 안주하지 않고 지붕뚫고 하이킥과는 정반대의 이미지 즉 정말 제대로 된 악역으로 아직도 쥬얼리정 해리아빠를 잊지못하는 시청자들에게 큰 충격을 안겨줍니다. 심지어 시청자들은 자이언트 속 조필연을 보고 저 아저씨가 해리아빠, 쥬얼리정이 맞나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곤 합니다. 그만큼 정보석의 악역연기가 훌륭하다는 이야기죠.
자이언트는 초반 김수현,남자현,여진구 등 아역들의 소름돋는 명품 연기에도 불구하고 당시 최강자 동이에 밀려 약세를 보였습니다. 또한 아역에서 성인연기자로 본격적으로 교체할 시점에는 성인들의 연기가 아역보다 못하다는 악평도 받았습니다. 또한 자이언트 스토리 특성 상 특정 사상과 인물을 띄워준다는 오해와 논란도 많이 받았습니다. 그러나 자이언트는 점점 치밀해지고 탄탄해지는 전개와 주인공들뿐만 아니라 오랜 경험에 빛나는 중년 연기자들의 힘으로 시청률 30% 안착에 성공하면서 오랫동안 mbc에 월화극을 내줘야했던 sbs 드라마국을 웃게 해주었습니다. 모든 연기자들의 연기가 하나같이 인상적이고 한치의 눈도 뗄 수 없지만 그 중에서 가장 빛나는 연기는 자이언트의 모든 갈등의 시발점이자 모든 인물들을 똘똘 뭉치게하는 진정한 악역 조필연을 맡은 정보석이 아닐까 싶네요.
하나같이 보통 사람들보다 잘나고 똑똑한 등장 인물들이 조필연 하나 이기지 못해서 낑낑대는 모습은 자칫 유치하고도 식상한 구도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자이언트는 조필연 한 명으로 모든 이야기가 만들어져도 오히려 큰 긴장감과 박진감넘치는 스토리를 만들어 낼 정도로 조필연의 캐릭터는 그야말로 완벽 그 자체입니다. 저만 그런지 몰라도 왜 모든 출연진들이 조필연 하나에 대적하기 위해서, 실제 역사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는 반민주정부에 협조했던 사람들조차 졸지에 훌륭하시고 양심적인 분이 되는지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를 할 수 없습니다. 여전히 자이언트는 역사적인 개연성과 해석 부분에서 아쉬움이 드는 측면은 없지 않아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모든 것을 잊게하고 자이언트 드라마 하나에 몰입할 수 있는 건, 시청자들 또한 주먹을 불끈 쥐게하는 파렴치한 악의 축 조필연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죠. 어떻게 보면 작년 큰 인기를 끌었던 선덕여왕의 '미실' 못지않은 아우라와 포스,그리고 비범성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무리 좋은 역할이라도 그 역할을 맡은 배우가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면 배우 연기에 대한 혹평은 물론 드라마 전체에 대한 몰입도와 완성도가 떨어지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정보석은 애초부터 잘 만들어진 캐릭터를 100%이상 뛰어나게 해석하여 한국 드라마 역사상 손에 꼽는 명품 악역으로 승화시켰습니다. 덕분에 자이언트 드라마도 살고, 다른 등장인물 또한 절대 악 조필연에 대적하는 개연성까지 얻게 되어, 그 결과 시청자들의 사랑을 듬뿍 받게 되었습니다.또한 배우 정보석 역시 2년 연속 그의 기존 신사 이미지를 벗어버리는 카멜레온 같은 연기변신 성공으로 다음 드라마가 기대되는 명품 배우로 우뚝 서게 되었습니다. 비록 조필연이 자이언트 메인 주인공은 아니지만 자이언트로 sbs 월화극을 몇 년만에 1위 시키고, 초반 약세에서 인기드라마로 발돋움시킨 일등 공신임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어느 해보다 치열함이 예상되는 올해 sbs 연기대상은 아무래도 정보석씨에게 돌아가야할 것 같습니다.
사진들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했고, 저작권은 sbs와 자이언트 제작진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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