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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전망대

선수도 없는 엔씨소프트 팬클럽, 롯데의 무관중운동 희비가 엇갈린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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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일 동아일보는 지금 선수 1명도 없는 엔씨소프트 구단에 벌써 팬클럽이 생겼다면서, 이른감이 있는 창원 시민들의 엔씨소프트 구단 애정에 관한 보도를 하였습니다. 딱히 지금 엔씨소프트가 연고지로 하고 있는 통합 창원시민들의 야구 사랑을 생각한다면 그리 호들갑스러운 소식도 아니죠. 


창원,마산,진해를 합쳐놓은 창원시는 야구의 도시 부산 못지 않게 야구에 대한 열기가 뜨거운 곳입니다. 하지만 창원을 연고로 한 프로농구단은 있어도(창원 LG) 야구단은 없었기 때문에 창원 시민들은 대체적으로 옆동네 부산을 연고로 하는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였습니다. 아무래도 같은 경상남도이기 때문에 그리고 롯데가 일년에 몇 번쯤은 마산구장에서 경기를 하였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창원, 그리고 울산도 더불어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게 되었죠.

저도 초등학교 시절인가, 언제쯤인지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아버지와 아버지 회사 동료분과 함께 마산구장으로 롯데 경기를 보러 간 적이 있었습니다. 그 당시 저는 창원에 살지만 아버지가 삼성에 다니셨고, 게다가 삼성 임직원 자녀들이라면 누구나 가입할 수 있는 라이온즈 리틀 야구단 서포터즈에 가입했던터라, 무조건 삼성편이였습니다. 지금도 삼성 자체를 응원하지 않지만, 그래도 롯데 아닌 다른 팀과 삼성이 붙는다면 은근히 삼성이 이기길 바라는 쪽입니다.

이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창원에 살 때는 그렇게 떠나고 싶었던 제2의 고향 창원에 대한 숨겨진 연민 탓인가 태어난 곳 서울에 다시 돌아왔지만, 서울을 연고로 하는 두산, LG보다 롯데 자이언츠에 더 정이가곤 합니다. 야구를 좋아하지도 않고, 보지도 않지만 롯데가 이기면 기분이 좋고, 또 지면 기분이 착잡하고 어쩔 수 없는 경상도 사람으로 되어가는 모습이 한편으로는 우습기도 하구요.

하지만 야구는 안좋아해도 롯데 자이언츠는 고향팀이라고 평생 응원할 줄 알았던 신념에 금이가는 사건이 생기고 말았으니, 바로 창원에 엔씨소프트 구단이 생긴다는 소식이였습니다. 부산 사람이 아니고 창원 사람인 사람에게는 그야말로 희소식이였습니다. 물론 창원지역이 범 롯데 연고지였기 때문에 롯데 구단의 반대가 만만치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지역을 연고지로 하는 야구 구단이 생기기를 간절히 바랐던 통합 창원시민의 염원이 더 컸을 탓인지, 아님 엔씨소프트가 KBO를 구슬러 삶았는지 결국 엔씨소프트 창단은 일사천리로 해결되었고, 현재는 많은 시민들의 지지하에 문을 열 날만 기다리고 있는 실정입니다. 게다가 아직 선수도 없는데 팬클럽까지 생겨서 성원해주는 팬들도 생겼고, 아마 엔씨소프트가 친 지역적 행보와 함께 팬들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꼴통짓만 하지 않는다면 전망이 참 좋아보입니다.

 


반면 졸지에 100만 창원 팬들을 엔씨소프트에 빼앗겨버린 롯데는 죽을 맛입니다. 사실 롯데는 엔씨소프트와 몇 년 뒤 밥그릇 싸움을 한다는 것보다 한시앞이 더 급합니다. 바로 일부 롯데 팬들 사이에서 무관중운동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어가기 때문이죠.

작년까지 3년간 로이스터 시절 롯데는 참 행복하였습니다. 롯데의 연속된 부진에 슬슬 지쳐가던 롯데 팬들도 다시 사직야구장을 꽉 메어주었고, 비록 우승은 못했지만 우승팀을 뛰어넘는 인기에 비명을 지르기도 하였습니다. 팬들 모두 롯데의 분위기를 180도로 바뀐 로이스터 감독을 사랑했고, 그렇게 롯데는 잘 굴려가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3년동안 롯데 성적을 수직 상승시켰던 로이스터 전 감독이 우승을 못한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그 자리에 프로야구 감독 경험이 없이 아마 야구만 해왔던 양승호 감독이 부임했을 때 사실 몇몇 팬들의 눈초리는 그리 곱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한 번 믿어보자는 분위기가 강했습니다. 허나 롯데의 자존심이자, 부산이 사랑하는 이대호가 작년 최고 성적을 올렸음에도 구단과의 연봉협상이 결렬되는 것을 씁쓸하게 지켜본 롯데 팬들은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이대호가 10억원 이상을 요구한 것도 아니고, 단지 7억원. 그것도 돈 욕심이 아닌 명실상부 프로야구 최고 성적을 내는 이대호의 자존심을 올려주는 것을 기어코 해주지 않는 롯데 구단이 야속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롯데 구단이 워낙 짠돌이라는 것을 잘 알기에 더이상 실망할 것도 없었습니다. 

그렇게 시작부터 삐그덕거린 롯데 양승호 체제와 팬들의 만남은 결국 가면 갈수록 폭발한 지경까지 왔습니다.  팬들은 계속 양승호 감독의 퇴진을 요구하면서 가장 최악의 수단인 '무관중 운동' 카드까지 꺼내들었습니다. 분명 평소 직설적이고 욱하는 성격의 경상도 사람들이 벌인 헤프닝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롯데팬들이 실망한 것은 단순히 성적이 좋지않아서 많은 아닙니다. 양승호 감독이 국내에 가르시아만한 타자는 많다고 내쫓은 가르시아가 한화 유니폼을 입고 연달아 홈런을 쳐서 배가 아파서 그러는 것은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롯데팬들이 봤을 때 특히나 지난 로이스터 전 감독과 비교했을 때, 양승호 감독의 그릇은 프로야구감이 아니라는 것이 최대 문제입니다. 

만약에 양승호 감독이 팬들이나 언론 앞에서 좀더 겸손하고 숙이는 자세로 들어갔다면, 그리고 선수탓이 아닌 본인 탓을 하는 모습만 보여줬어도 지금보다 성적이 더 좋지 않아도 양승호 감독을 몰아내자는 험악한 분위기까지는 없었을 것입니다. 워낙 저돌적이고 감정적인 사람들이 많은 롯데팬이기 하지만, 결국 오랫동안 롯데를 응원하면서도 구단이 팬들의 넘치는 성원에 제대로 보답하지 못한다는 사소한 불만들이 이제야 그 막혔던 혈관이 터질려고 하는 일촉즉발 상황에 온 것 뿐이죠.

하지만 그래도 야구가 좋아 롯데가 아닌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부산팬들은 여전히 자이언츠가 잘되길 바랄 것입니다. 그러나 부산팬들과 마찬가지로 오랫동안 옆동네 자이언츠에 애정을 가지고 있었던 창원팬들은 이제 더이상 롯데라는 구단에 스트레스 받아가면서 울며겨자먹기로 자이언츠를 응원할 필요가 없어졌습니다. 게다가 엔씨소프트는 거대기업 롯데와 달리 인터넷 벤처기업이라는 특색때문인지 창단 초기부터 창원 시민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그들과 함께 호흡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동안 뭘해도 응원해주는 팬들 탓인지 무대뽀 정신으로 일관했던 팀과는 전혀 다른 다가섬에 야구를 사랑하는 팬들이 반할 만한 것은 물론이고요.

물론 아무리 엔씨소프트가 시민들에게 먼저 다가가서 아양을 떤다하더라도 여전히 부산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는 팬들이 많을 것입니다. 비록 창원 출신 저역시나 엔씨소프트라는 팀이 정식으로 마운드에 올라가고, 기대 이상의 좋은 성적을 올린다고해도, 역시나 롯데 자이언츠를 함께 응원할 것이구요. 그러나 지금 롯데가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한숨만 나옵니다. 저역시나 욱하는 경상도 성격이라 그런가 계속 부산 롯데를 응원해야할지 약간 갈등이 되기도 하구요. 부디 부산 롯데 자이언츠가 창원 엔씨소프트가 본격적으로 창단을 하더라도 계속 롯데에 애정을 가질 수 있게 진심으로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구단으로 거듭나길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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