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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전망대

농구 고연전. 돌아온 오빠부대 이상민이 그리웠던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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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XTM ‘라이벌 매치는 단순히 케이블 TV에서 주관한 한 때 대한민국 농구계를 주름잡았던 선수들의 친선 경기 그 이상이였습니다. 고연전(연고전)답게 양교에 재학중인 응원단이 몰려와 선배들은 응원함은 물론, 고려대, 연세대 총장님까지 자리를 해주셨더군요. 게다가 연세대 출신인 가수 겸 유명 프로듀서 박진영은 고연 OB전에 이벤트 형식으로 진행하였던 연예인간 농구경기에서 JYP 산하 김태우, 2AM 진운까지 대동하여 예사롭지 않은 농구실력을 선보이고, 그 후에 있었던 고려대, 연세대 간의 경기에서도 끝까지 다 지켜보며 모교인 연대를 열렬히 응원하였건만, 결국 연대가 졌더군요. 그 외에도 김창렬이 그의 아리따운 부인과 함께 농구장을 조용히 찾아와 즐겁게 농구 관람을 하기도 하여 눈길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뭐니해도 이번 고연
OB전을 빛낸 것은 침체되어가고 있는 농구발전을 위해 용기를 내어 다시 나와준 고려대, 연세대 출신 왕년 농구 스타들이였죠.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우지원, 김병철, 김훈, 양희승 등 이름만 들어도 농구팬들의 가슴을 설레게하는 스타플레이어들이 거의다 총출동하였다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아쉽게도 1995년 고연전 최고 주목받았던 현주엽은 나오지 않았고, 서장훈은 아직 현역인터라 나오지 않았지만 특별 해설위원으로 참가하여 팬들의 아쉬움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도 하였습니다. 1995년 고연전의 최고 볼거리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1년 선후배로서 그 때부터 고연전 못지않은 라이벌 관계를 이어나갔던 서장훈과 현주엽의 대결이였는데, 아쉽게도 그 대결은 혹시나 있을 다음 이벤트에서나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또한 프로 데뷔부터 은퇴 시점까지 올스타전 인기투표에서 한번도
1위 자리를 뺏기지 않았던 최고 스타플레이어 이상민의 전격 합류로 잠자고 있던 많은 농구팬들의 관심을 끄는데 대성공을 거두기도 하였습니다. 사실 지난주 월요일까지만해도 그의 합류는 불투명하였습니다. 그는 은퇴 이후 미국에서 지도자 교육을 받고 있었고, 일정상 고연전 참여가 불가능하였습니다. 고연전 참여를 망설이고 있던 이상민이 참가를 마음에 굳힌건 다름아닌 연세대 박수교 감독 전화 통화 덕분이였습니다. 딱 한마디만 하셨다더군요 “(여기 안나오면) 인생 종친다

 

이상민의 연고전 합류 소식을 이후, 이번 연고전 티켓을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굴린 팬들이 있을 정도로 역시 이상민은 이 시대 최고의 농구스타였습니다. 은퇴 이후 농구공 한번 제대로 잡아본 적이 없고, 한국 농구는 물론이요, 미국 NBA 농구도 잘 보지 않을 정도로 농구와 거리를 두었다고하는데, 그의 날카롭고도 정확한 패스는 현역시절 못지 않았습니다. 비록 자유투를 잘 넣지 못하여 해설을 맡은 후배 서장훈에게 본의아니게 핀잔을 듣기도 하였지만, 그가 공을 잡을 때마다 체육관을 떠나갈 정도의 환호에 변함없는 그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뿐만아니라 경기 후에 있었던 기자회견에서도, 기자회견이 끝났어도 수많은 기자들이 그를 둘러싸고 근황을 물어보는 화기애애한 풍경이 마치 팬클럽 모임을 보는 듯하였고, 프레스룸 주위에는 그를 보고자 수많은 팬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진풍경을 낳기도 하였습니다. 이 모든게 다 오랜만에 언론과 팬들에게 모습을 드러낸 최고의 스타만이 가능한 일이지요.

 

저역시나 한 때 농구를 좋아했고, 지금도 농구를 좋아하는 팬으로서 오랜만에 농구코트에 선 문경은, 이상민, 전희철, 우지원, 김훈 등이 참 반가웠습니다. 게다가 김병철은 올해 초까지 현역으로 뛰던 선수이기에 역시 몸놀림이 오랫동안 코트에서 물러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몸놀림이라던지, 공 던지는 실력이 최고조이더군요. 최근까지 프로로 뛴 김병철이 있었기에 16년전과 달리 고려대가 연세대를 10점차 내외의 여유롭게 이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지난주 월요일 휘문고에서 휘문고 농구부와 고려대와 연습경기를 할 때만 해도, 과연 고려대가 이번주 일요일에 있었던 고연전에서 제대로 공이나 잘 놀릴 수 있는지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였습니다. 2년 전 무릎수술을 받아 오랫동안 농구를 하지 않았던 양희승의 컨디션은 최악이였고, 김병철 혼자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안쓰러웠습니다. 아무리 이제 은퇴한 선수들이라고하나 상태가 심각해보였습니다. 그러나 어제 경기를 보니까, 다 연대 선수들을 혼란에 빠지게 위한 계획된 연막작전이였습니다. 이제는 SK나이츠 감독이 된 문경은, 요즘들어 방송활동이 부쩍 는 우지원, 그리고 경기 5일 전에야 한국에 일시 귀국하게된 이상민 등의 바쁜 스케줄로 연습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연세대와 달리, 고려대같은 경우에는 김병철이 하루도 빠짐없이 연습에 참여했다고 하더군요. 문경은과 함께 SK나이츠에서 코치로 활동하는 전병철은 감독 문경은에게는 허벅지가 아파서 연습 못했다고 하소연까지 했다는데, 알고보니 이번 고연전 경기하면서 문경은에게 말 한마디도 안할 정도로 꼭 연대를 이기겠다는 집념으로 똘똘 뭉쳐있었다고 합니다. 게다가 연습경기에서는 안습 그자체였던 양희승이 정작 본경기에서는 언제 그랬다는 등 펄펄 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하였구요. 아무튼 1995년 연세대에게 진 이후 잠못이루는 나날들이 많았던 전희철, 김병철, 양희승 등에게는 16년만에 두다리 쭉 뻗고 잘 수 있겠네요.

 

물론 이번 경기의 목적은 농구발전과 과거 같이 활동했던 선수들간의 친목도모가 우선이였지만,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자세는 단순한 친목경기가 아니였습니다. 아무래도 고려대, 연세대라는 타이틀이 걸려있었던터라 선수들은 다시 예전 대학시절로 돌아가 오로지 상대팀을 이기기위한 각오가 남달라 보였습니다. 때문에 예전 농구대잔치 못지않게 거친 플레이로 일관했고, 다들 경기에 집중한 나머지 반칙과 그에 따른 항의도 상당히 날카로웠습니다. 비록 고대가 크게 앞서긴했지만, 두 팀 모두다 최선을 다했고, 이긴팀도 진팀도 모두다 만족스럽고 속이 후련한 요근래 농구에서는 보기 힘든 명승부였습니다.

 

과거 농구에는 연세대 고려대라는 라이벌전도 있었고, 이상민, 문경은, 우지원, 전희철, 현주엽 등 연예인 못지않은 오빠부대를 거느린 스타선수들이 참 많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이 프로농구에 진출을 하고 그들이 30이 넘고 은퇴를 하였지만, 유감스럽게도 그들의 뒤를 잇는 농구선수들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그래도 제가 고등학교 다닐 때인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김승현이라는 외모와 실력을 겸비한 혜성같은 존재가 있었지만, 지금은 이상민, 우지원처럼 이름만으로 수많은 팬들을 불러모을 수 있는 농구선수가 거의 없습니다. 오죽하면 제가 한창 농구 좋아하던 시절 입에 달던 소리가 아니 이상민, 서장훈은 이미 30대 중반이 가까워오는데, 언제까지 그들에게만 매달릴 것이나였습니다. 농구가 계속 인기를 끌려면 새로운 스타들이 나와줘야하는데 농구는 그들을 넘을 수 있는 스타플레이어가 없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시간이 가면 갈수록 예전보다 더 뛰어난 기량을 가진 선수들이 넘쳐나는 야구, 축구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었죠.

 

또한 한 때 국가대표도 겸했던 1995년 농구대잔치 세대들이 은퇴를 한 이후 야구, 축구 등 타 종목과는 달리 국제적인 경기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하는 것도 농구 침체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습니다. 최근 유력한 정치인인 한선교를 KBL 총재로 선출하여, 다시 한번 농구를 활성화시키겠다는 야심찬 포부를 밝혔으나, 아마 제2의 이상민, 현주엽이 나오지 않고, 대대적으로 KBL 마케팅에 변화를 시도하지 않는한 농구가 살아나는 일은 결코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실 이번 고연OB전도 CJ E&M이 먼저 주선한 일입니다. 농구협회가 아니라 케이블 방송국에서 침체된 농구를 부활시키고자 연고대 출신 선수들을 어렵게 집합시켜 다시 한번 1995년 농구대잔치를 기억하던 팬들에게 다시 한번 농구의 진정한 즐거움을 선사하는 것이 반갑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가면 갈수록 사람들에게 외면받는 농구계의 현실을 다시 한번 느끼게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때 농구를 미친 듯이 좋아했지만 농구에 대한 애정이 거의 잊혀져가는 지금, 이번 경기를 계기로 다시한번 제 마음 한켠 속에 자리하고 있던 농구에 대해 부쩍 관심이 다시 늘게 된 것 같습니다. 이 열기를 그래도 올해 겨울에 있을 프로농구에서 그대로 이어받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 프로농구에 등을 돌린 팬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한 KBL의 농구 부활을 위한 실질적인 방안마련과 절치부심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그래야 이상민, 문경은, 전희철, 우지원 등의 계보를 이을 수 있는 유능한 선수들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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