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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모두가 대상인 무한도전만의 반전. 말하는대로 이뤄지는 감격의 무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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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무한도전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는 2011년 최고 기대작 중 하나였습니다. 무한도전을 잘 모르는 사람들은 '나는가수다' 열풍 이후 음악 열풍에 편승한 특집이 아니였나라고 싶기도 하지만, 사실 무한도전은 2년마다 자신들만의 가요제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애들 장난처럼 시작된 1회 가요제도 요근래 듣기 힘들었던 노래였다면서 잔잔한 열풍을 일으킨데 뒤이어, 2년 뒤 대한민국의 유수의 가수들과 함께한 2회 가요제는 무한도전의 음원 판매때문에 다른 가수들 음반이 피해를 본다면서, 음반 판매를 중지하라는 압력(?)이 들어올 정도로 가요계의 잔잔한 파문을 일으켰습니다. 그 뒤 어느 해보다 음악에 대한 관심도가 급격히 높아진 무한도전 가요제에 대한 기대치도 더 커질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전문적으로 음악을 다루지 않은 무한도전 제작진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으로 작용할 수도 있었죠.

하지만 무한도전 김태호PD는 무한도전 가요제에 기대하는 시청자들의 기대는 물론, '나는가수다'는 물론이고 다른 음악프로그램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임팩트한 무대를 만들었습니다. 점점 천편일률화되어가고 있는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쉽게 볼 수 없는 파리돼지앵의 탱고부터 시작해서 스윗콧소로우만의 하모니가 돋보이는 첫 마디만 들어도 금세 흥얼거리게 만드는 정주나요,  신나는 레게음악의 돋보이는 센치한 하하의 찹쌀떡과 그리고 몸이 저절로 흔드는 최신 트렌드를 반영하고 2ne1의 박봄의 피쳐링이 돋보인, 박명수, 지드래곤 GG의 바람났어까지 각계 장르를 넘나드는 음악의 향연에 보다 다양한 음악을 추구하는 시청자들을 만족시켰습니다. 

 

물론 무한도전 가요제도 출연자들간의 경쟁을 유발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었습니다. 바로 발매하는 무한도전 가요제 앨범 자켓 단독 표지모델이라는 특권이였죠. 나는가수다처럼 이 중에서 제일 못해서 떨어지는 것도 아닌데, 모든 가수들이 표지모델 욕심이 났는지 서로를 은근슬쩍 경쟁하는 모습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 가요제는 말그대로 음악을 위한 축제였습니다. 1위 욕심에 서로를 경계하는 참가팀들이 정작 다른 가수들의 무대가 시작되었을 때, 웃으면서 몸을 흔들면서 음악을 즐기고, 또 상대방의 노래에 박수쳐주고 환호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정작 대상이 발표되자 그 참을 수 없는 긴장감은 이루말할 수 없었죠. 게다가 가장 최약체로 분류되었던 정형돈, 정재형의 파리돼지엥팀마저 예상을 뛰어넘는 격정의 무대로 무한도전 가요제에 대한 기대감을 업그레이드 시킴과 동시에 그 외 모든 가수들이 최선을 다해 공연을 하였기 때문에 솔직히 누굴 대상으로 줘야할지 궁금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나 무한도전 가요제는 나는가수다가 아니였기 때문에, 모든 참가팀에게 대상을 남발하는 생각지도 못했던 반전을 선사하였습니다. 그러나 공동 대상이라는 것에 내심 실망을 하면서도, 다들 김태호PD의 공정함에 수긍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모든 팀들 다 대상이였고, 어느 하나 쳐지는 무대없이 하나같이 완벽했고, 덕분에 그 자리에 있던 청중들과 시청자들 모두 신나게 놀 수 있었으니까요.

 


흔히 이런 축제는 대체적으로 관객들을 열광시키고 신나는 음악 위주로 돌아가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유재석의 인생사를 담은 '말하는대로'를 밀고자 하였던 이적도, 본무대에서는 1991년 한 때 압구정 나이트를 휘젓었던 유재석을 그리는(?) '압구정 날라리'라는 복고 댄스풍 음악을 내세울 수 밖에 없었고, 평소 레게음악으로 큰 사랑을 받았던 10cm 또한 강렬한 로큰록이 인상적인 죽을래 사귈래와 발랄한 레게풍인 찹쌀떡 중 어떤 노래를 부를 지 공연 당일까지 결정하지 못한채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결국 10cm는 그 두 곡을 다 부르는 관객들에게는 즐겁기만한 반칙을 선사하기도 하였습니다) 그러고보면, 관객들을 전혀 배려하지 않는, 아니 가수들 본인들도 부르기 어려운 '순정마초'의 정재형의 뮤지션다운 고집스러움에 혀를 내두룰 수 밖에 없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신나고 발랄한 댄스곡 사이에 혼자 삼천포로 빠지는 괴이한 늪이 되어버릴 수 있었죠. 그러나 무한도전 가요제의 음악적 기대치를 가장 최고치로 끌어올린 것은, 남들이 뭐라해도 끝까지 자기만의 음악세계를 고집하였던 정재형이였습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공짜로 아니 상당히 저렴한 비용으로 한 편의 멋진 뮤지컬 공연을 보는 듯한 기분이였습니다. 불과 50일 전만해도 가수들을 경악케하는 노래로 큰 화제를 모았던 정형돈이 카리스마가 넘치면서도 섬세한 '순정마초'를 배테랑 뮤지컬 배우답게 멋드러지게 소화할 줄을 누가 알았겠습니까.

 


그리고 노래하는 사람에게는 치명적인 콧소리를 아름다운 화음을 곁들어 어느 누구도 따라할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도 편안한 멜로디로 재창조시킨 스윗소로우, 아이돌 출신으로만 인식되었던 바다의 청아하면서도 남자들을 푹빠지게하는 목소리를 널리 각인시킨 사랑의 노래를 만들어 뮤지션으로서 자신의 가치를 재입증한 길, 최신 트렌드를 선도하는 차세대 뮤지션답게  온 관객들을 환상의 도가니로 몰아넣었던 지드래곤, 공연의 황제답게 '흔들어주세요'로 마지막 피날레의 대미를 장식하는 최상의 열정을 선보인 싸이, 로큰록에서부터 레게까지 장르를 넘나드는 천부적 재능을 가지고 있는 10CM 모두다 우열을 가릴 수 없는 최고의 뮤지션이였습니다. 각자 자기가 추구하는 음악적 세계가 다르고, 또 두터운 마니아층을 가지고 있는 뮤지션들인만큼 감히 이들을 일렬로 세워 평가할 수는 없었습니다.

 


원래 음악이란 개인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달리 받아들여지는 지극히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7곡 모두 제 마음에 쏙 들었지만, 그 중에서도 본선 진출곡이 아니고 음원 제공도 되지않는 유재석, 이적의 처진달팽이의 스페셜 무대인 '말하는대로'가 가슴에 더 와닿는 것은, 제가 20대이기 때문입니다. 마치 내가 남몰래 쓴 일기장 속 내용과 비슷한 혼잣말을 담고 있기 때문에 유재석 역시나 20대에 겪을 수 밖에 없었던 애환과 고통에 동감을 느끼며 흐르는 눈물을 꾹 참아야만 했습니다. 

 


반면에 현재 연인과 알콩달콩 예쁜 사랑을 나누는 커플들에게는 '바닷길'의 달콤한 바다 목소리가 듣는 이의 감정에 촉촉하게 스며들게하는 '나만 부를 수 있는 노래'가 가장 가슴에 와닿을 것이고, 신나는 일렉트로닉 음악을 선호하는 젊은층에서는 GG의 '바람났어'에 더 높은 점수를 줄 것 이구요. 이처럼 각 개인마다 추구하는 장르도, 그리고 어쩔 때는 강렬한 비트 사운드가 돋보이는 음악을 듣다가, 반면에 차분해지는 노래로 자신의 울쩍한 마음을 달래곤 하구요. 그렇게 시시각각 분위기에 따라서 색다른 음악을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우리가 살아가면서 느끼는 소소한 잔재미이자 힘들 때 큰 힘이 되어주곤 합니다. 

 


하지만 현재 대중음악은 모 아니면 도 이런 식이였습니다. 후크송이 유행을 하면, 너도나도 후크송, 소울이 히트를 치면, 갑자기 소울을 부르는 가수가 넘쳐나듯이 이 시대 젊은 대중들은 아니 엄밀히 말하면 열정적으로 음악을 찾아듣지 않은 사람들은 TV에서 주구장창 나오는 음악을 좋은 노래인양 그대로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 와중에도 꿋꿋이 자기만의 확고한 음악적 세계를 추구하고 어려운 시기를 버틴 뮤지션들이 있었고, 그 덕분에 이제라도 편식을 안하고 모든 음악을 꼭꼭 섭취하면서 극심한 취업난과 두려움에 점점 시들어져만가는 청춘의 감정을 다시금 싹피울 수 있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다행입니다. 그리고 아무리 세상은 점점 다양한 음악을 원한다고해도 경쟁이 붙어있는 이상 자칫 한 장르로만 국한 될 수 있는 가요제에서 뮤지션다운 고집으로 자신들만의 음악을 내놓아, 오랜만에 음악의 다양한 매력에 흠뻑 빠지게해준 7팀의 뮤지션들에게 대중의 한 사람으로서 고맙기도 하구요.



비록 시작은 초창기 정형돈, 정재형처럼 어설프고 어딘가 못미더워보이기도 하였습니다. 허나 가면 갈수록  말하는대로 생각하는대로 그 이상 무언가가 이뤄지고, 게다가 모든 뮤지션들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격려를 아끼지 않았던 무한도전이 아름다웠습니다. 비록 아쉽게 본선 무대에서는 선보이지 않았지만 스페셜 무대로 꾸며졌던 유재석, 이적의 '말하는대로' 노래야말로 어려운 상황속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꿈을 향해 걷고자하는 수많은 청년들은 물론, 천편일률적 가요계에서도 가수의 길을 걷고자하는 이 시대 뮤지션들을 응원하는 무한도전식 감동의 메시지로 다가와 더욱 사람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남겼던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였습니다. 
덕분에 2년 뒤에 있을 무한도전 가요제는 어떻게 진화를 하고, 대중들을 놀라게하는 어떤 특별한 무대가 준비되어있을지, 그리고 어떤 실력파 뮤지션이 그 영광을 차지하게될지 벌써부터 새로 쓰게될 무한도전 가요제 역사가 기대되네요. 아직도 무한도전이 계속 끊임없이 진화하는 모습으로 우리 곁에 남아있다는 것이 다행이고 행복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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