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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해피투게더 송준근의 짓궂은 결혼 선물 요청도 흔쾌히 받아주는 유재석의 뜨거운 후배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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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일 밤 11시 25분 해피투게더는 늘 그랬듯이 사우나에서 문을 엽니다. 그 다음 그날 초청된 게스트들의 얼마정도의 수다가 이어지더니, 그 다음에는 선물을 내건 게스트들의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약간 파헤치더니, 발음하기 어려운 단어들을 말해서 실패하면 물총세례를 받는 손병호 게임으로 대충 마무리. 

해피투게더의 모토는 뭐니해도 목요일밤을 많은 이들이 함께 행복하게 즐기고자 하는 방송입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사람들에게 다소 친숙하게 다가오는 사우나에서 몇 년 째 방송을 이어나가고 있으며, 처음 예능에 임한 초대 손님의 마음마저 편안하게 해주는 mc 유재석이 변함없이 게스트들과 시청자들을 반갑게 맞아주고 있습니다. 이제는 식상하다 싶을 정도의 매뉴얼이 된 해피투게더를 여전히 많은 이들이 지나치지 않고 시청하는 것도 어쩌면 아직까지 유재석이라는 손님들을 편안하게 맞아줄 수 있는 호스트가 있기 때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죠. 

여타 대한민국 대부분의 토크쇼가 다 그런 식이지만 특히나 해피투게더는 어떤 게스트가 오느냐에 따라 프로그램의 재미가 현격히 차이가 납니다. 탁재훈, 김준호, 전현무 등 해피투게더를 빛냈던 손꼽히는 게스트들이 나오면 다음날 인터넷 상에서 크게 화제가 될 정도로 대박이고 단순히 영화, 드라마 출연이 목적인 듯한 배우님들이 나오시면 유재석은 물론이거니와 mc군의 막내 신봉선까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 정도로 녹화 내내 진행자들의 한숨이 깊어져 갑니다. 

그래도 9월 8일 방송분처럼 김준호를 필두로 하여 김대희, 박성광 등 어느 정도 웃음을 보장해줄 수 있는 게스트들이 나오면 일단은 안심입니다. 개그맨 최강자 1차전이라는 주제 하에 펼쳐진 개그콘서트 대표 개그맨들의 입담대결은 역시나 해피투게더 중에서도 베스트 게스트로 꼽히는 김준호에게 돌아갔습니다. 보통 스탠딩 개그맨 출신들이 무대에서나 사석에서는 그렇게 웃기다고 해도 유독 해피투게더, 무한도전 같은 예능에서는 주눅이 든다는 개그맨들의 특성상 해피투게더에 내놔도 진행자들과 제작진들을 안심시키는 분량을 마음껏 뽑아내는 김준호의 존재는 해투같이 상당부분 게스트의 역량에 의존하는 프로그램에서는 그야말로 천군만마를 얻은 듯 합니다.  

허나 9월 8일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을 꼽자면 최강자로 선정되어 한우 1등급 세트를 받은 김준호라기보다, 게스트가 아닌 진행석에 앉아있는 다른 인물을 찍고 싶습니다. 오프닝 때 다가오는 10월에 결혼하는 곤잘레스 송준근이 결혼을 하는데 대부분의 주요 혼수품을 선후배 동료 개그맨들에게 선물로 받아 해결하는가 봅니다. 그가 개그맨들에게 혼수품을 얻어내는 수법은 기가 막힐 정도로 기발합니다. 그의 예비 신부가 수많은 세탁물 앞에서 울고 있는 사진 한장 보내는거. 너무나도 불쌍해보인 나머지 차마 거절을 못하게 하는 사진 한장에 그 사진을 본 개그맨들 모두 다 두손 두발 다 들 수 없었습니다.

 


이윽고 송준근은 진행석에 앉아있는 유재석에게도 사진 한장을 건넵니다. 이번에는 냉장고에 들어갈 품목들이 베란다 바닥에 너저부리 펼쳐진 가운데 썩은 바나나를 들고 울고 있는 여자친구 사진이였습니다. 송중근으로부터 평소 유재석 선배님이 사람 좋기로 유명하다는 말을 남기면서 반강요적으로 이 사진을 건네받은 유재석은 한 치의 주저함도 없이 미소를 건네면서 고개를 끄떡끄떡 거리면서 제가 냉장고 하나 선물해 드리겠습니다면서 유쾌하게 그의 제안을 받아들였습니다. 박미선, 신봉선이 크게 놀란 나머지 입이 떡 벌어지고 송준근은 그 자리에서 행사 공치고 해투 녹화온 것이 다행이라면서 환호의 예스를 외칩니다.  

 


송준근이 사진을 건네면서 유재석이 사람좋기로 유명하다면서 말뚝을 받기는 하였지만, 너무나도 빨리 흔쾌히 냉장고 사주기로 약속한 유재석의 표정이 너무나도 해맑았습니다. 그 때 유재석의 표정을 보니 방송에서 요구하니 억지로 들어주는 티가 팍팍 나기보다 개그맨 후배가 결혼을 하는데 내가 냉장고 한 대 사줘야지하는 선배의 마음이였습니다.

사실 유재석의 후배 사랑은 9월 8일 해피투게더에서만 드러난 것이 결코 아니였습니다. 최근에만 봐도 무한도전 '정총무가 쏜다' 편을 진행하면서 신인 개그맨들에게 가장 힘든 것은 배고픔이라면서 정말 후배들을 걱정하는 표정이 한눈에 가득 보였던 유재석이였습니다. 그리고 전날 열린 mbc 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난 이후에는 앞으로는 후배들과 함께 개그를 펼치고 싶다는 수상소감을 밝혀 눈길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유재석뿐만이 아니라 김병만, 이수근도 큰 상을 받고 난 이후 늘 개그맨들이 개그를 펼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호소할 정도로 아주 몇몇 잘나가는 개그맨들을 빼고는 대다수 희극인들이 처해있는 상황은 썩 좋아보이지는 않은 편입니다. 

 


본인 역시 힘겨운 무명생활을 오래 겪었던 개그맨으로서, 그의 과거를 보는 듯한 후배들에게 많은 연민과 애정을 쏟는 유재석인터라 까마득한 후배 송준근의 다소 짖궃은 냉장고 선물 요구에도 한치의 망설임없이 사주겠다는 말이 쉽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강호동과 더불어 대한민국 개그맨 출신들 중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를 받은 사람으로서 냉장고 한 대 얼마 안되는 돈이라고 생각될지도 모르나, 전 소속사와의 분쟁때문에 받아야할 출연료도 제대로 받지 못하여 소송까지 걸었던 유재석이였습니다. 그래도 다른 개그맨들이나 일반 직장인들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많은 돈을 벌고 있지만 별로 친한 것 같지도 않아보이는 후배의 갑작스러운 요구에도 웃으면서 바로 송준근이 원하는 확답을 내놓은 유재석의 마음 씀씀이가 빛났던 방송이였습니다. 만약에 게스트가 아니라 진행자도 최강자로 선정할 수 있었던 상황이였다면 어제 방송에서 가장 돋보였던 개그맨은 단연 유재석으로 꼽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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