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코미디 빅리그. 박준형은 정말 심형래를 옹호했을까?

반응형



9월 17일 tvN에서 방영된 <코미디 빅리그>는 한 때 대한민국 개그계를 수놓았던 유명 개그맨들이 방송사를 불문하고 총 집합하였다는 것만으로도 큰 관심을 모았습니다. 연출자 또한 최근까지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를 이끌었다가 CJ E&M로 이적한 김석현PD였기 때문에, 과연 그가 케이블 TV로 이적 후 펼치는 개그 세계는 어떻게 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였구요. 

결과적으로 개그맨들이 설 자리가 더 하나 생겼다는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해줄만 합니다. 작년에 KBS 연예대상에서 최우수상을 받았던 김병만이 타 방송국 사장님에게 읍소한 것처럼, 얼마전 방송대상 코미디언상을 수상한 이수근의 수상소감에서 "코미디 무대가 적어 아쉽다"면서 공개적으로 토로할 정도로 개그맨들이 설 수 있고 많은 시청자들이 주목하는 방송은 KBS <개그콘서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물론 요즘 MBC에서 <웃고 또 웃고>를 창설하긴 하였고 <나는가수다>를 패러디한 <나도가수다>로 네티즌들사이에서 인기를 끌고 있지만 금요일 심야 12시 35분에 방영되고 있다는 아쉬움이 묻어납니다. 하긴 과거 MBC에 변변찮은 개그 프로그램이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마저도 감지덕지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과거 <개콘>이나 지금은 폐지된 <웃찾사>에서 최고의 맹활약을 펼쳤던 개그맨들이 다 모였다고 하지만 지금은 사정상 개그무대를 떠난 이들이 더 많아 보이기도 하였습니다. 그래도 한 때 잘나갔던 사람들이고 그동안 개그를 선보일 방송 무대조차 없어 절치부심할 이들이라고 생각하여 <코미디 빅리그>에 많은 기대를 걸면서 다시 한번 시청하였습니다.

녹화현장, 그리고 다시 한번 시청한 결과 <코미디 빅리그>에서 11팀이 선보인 개그 모두 최근에 만들어졌다가 소리소문도 없이 폐지된 개그 프로그램에 비하면 훨씬 양질의 퀄리티를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러나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몇몇 상위권 팀을 제외하고 과연 챔피언스리그, 메이저리그에 견줄 정도로 피 튀기는 리그라고 할 정도까지는 아니였던 것 같습니다. 


그 중에서 그나마 가장 괜찮았다고 평을 해주고 싶었던 팀은 단연 '갈갈스'였습니다. 직접 첫회 녹화장에 방문했던 경험으로서 관객들이 가장 뜨거웠던 반응을 보였던 쪽은 '갈갈스'와 '옹달샘' '아3인' '아메리카노' 였습니다. 역시 이들은 1위부터 4위 모두를 차지하면서 그들의 유명세에 대한 청중들의 기대치를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역시 박준형, 유세윤, 장동민, 유상무, 김미려, 안영미, 정주리의 이름값을 톡톡히 하였던 상당히 재미있는 코너였습니다. 이 중에서 쟁쟁한 개그맨 선배들을 제치고 2위를 차지한 '아3인'의 활약은 가히 큰 박수를 보내고 싶을 정도입니다. 객석에 앉아있던 일반 시민을 무작위로 선정하는 등의 관객과의 소통을 통해 기대 이상의 호평을 자아냈던 이들이야말로 자신들의 가치를 알릴 무대가 없어 무명으로 살았을 뿐. 개그 실력은 전혀 다른 유명 개그맨들에게 뒤쳐지지않는다는 점을 명확히 입증을 하였고, 또 <코미디 빅리그>가 있어야하는 이유를 여실히 보여주기도 하였으니까요. 

 


하지만 현재 박준형은 <코미디 빅리그>에서 심형래를 옹호하였다는 '개그'를 하였다는 이유로 논란이 된 듯 합니다. 사실 저 또한 녹화 현장에서 박준형이 요즘 지탄을 받고 있는 심형래를 언급한 점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약간 우려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박준형은 결코 심형래를 옹호하지 않았습니다. 사이비 교주 형식을 빌려 우리들의 죄를 사하여달라는 형식으로 단지 그가 코미디계의 천재였다는 것을 찬양하고, 앞으로 무사히 코미디언으로 돌아오라고 한 점. 그리고 혹시나 직원들이 임금체불로 몰려들어올 때 영구 특유의 '띠리리리리'를 하지 않도록 해주시옵소서를 하였다고 하나, 그건 까막득한 후배로서 현재 고초에 처한 선배에 대한 연민과 존경심 여러 감정이 교차된 찬양을 빙자한 풍자였습니다. 만약에 박준형이 일방적으로 후배로서 심형래를 두둔하는 발언을 하였다면, 그 어느 청중들도 그 자리에서 그 소리를 듣자마자 뒤집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 뿐만 아니라 박준형은 심형래뿐만 아니라 개그맨들 전체의 위상과 이미지를 훼손한 외제차 절도 곽한구, 음주운전으로 물의를 빚은 몇몇 개그맨(박성호, 황현희) 등을 언급하여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의 자기 반성과 다시는 개그맨들이 그런 불미스러운 일을 일으키지 않기를 바란다는 점을 촉구하기도 하여 눈길을 끌기도 하였습니다.

처음에 사이비 교주로 분한 박준형과 옥동자 정종철, 그리고 다이어트로 화제를 모든 오지헌과 윤석주가 만든 '네 이웃 개그를 사랑하라'로 <코미디 빅리그>의 문을 열었을 때는 아무리 tvN 때문에 근 1년만에 방송에서 개그를 선보여서 고맙다고 하나 무슨 낯뜨거운 tvN 찬양방송을 보는 것 같기도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역시나 박준형, 정종철, 유세윤, 김미려, 안영미, 정주리, 장동민, 변기수, 이재형 등 여전히 개그맨으로서 출중한 실력을 갖추고 있다고 하나 공중파 개그프로그램 무대에 설 수 없는 현재 방송계의 현실을 제대로 비꼰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그러나 박준형이 조심스레 언급한 것처럼 개그맨들의 위상이 추락한데에는 분명 개그맨 선배들의 잘못도 있었습니다. 한 시대를 풍미한 천재 코미디언에서 할리우드에 대한 도전정신이 넘치는 신지식인에서 지금은 직원들의 임금체불은 물론 여러가지 혐의를 받고 있어서 도망다니는 심형래와 외제차도박, 음주운전, 그리고 방송에서는 차마 언급하지 못하지만, 몇몇 개그맨 소속사들의 횡포 등 분명 방송국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개그계 스스로의 자성이 필요하기도 합니다. 오로지 개그맨들은 개그와 웃음으로 승부해야합니다. 만약 <코미디 빅리그>가 '빅리그'라는 이름에 뒤지지 않도록 정말 한 시절 잘나가던 개그맨들끼리 <나는가수다> 이상의 결과를 예측할 수 없는 명승부를 보인다면, 비록 케이블에서 방송한다는 한계점이 있다고 하나 분명 개그는 다시 살아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몇몇 상위 팀의 약진만 돋보이는 가운데, 나머지팀들이 과거 자신들의 위상에 못미치는 기대 이하의 개그를 선보인다면 <코미디 빅리그>는 제아무리 공룡 케이블에서 많은 돈을 투자하여 무대를 만들어주고 유명 개그맨들이 총집합한다고 해도 공중파에서 수도없이 몰락한 개그프로그램들과 같은 전철을 밟을 확률이 높습니다. 또한 한 때 최정상에 있던 개그맨들이 포진되어있기 때문에 오히려 대중들에 대한 개그에 대한 실망감이 더 커질 지도 모릅니다. 

 



다행이 <코미디 빅리그>는 매회 탈락자는 선정하지 않지만, 그 주 하위 4팀을 선발하여 본방송을 제외하고는 재방송에서 통편집당하는 벌칙을 마련하였습니다. 아주 냉정하게 판단해서 그 하위 4팀은 쟁쟁한 참가팀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하위권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라 개그 자체가 기대 이하였습니다. 이점에 대해서 청중들의 판단은 꽤나 공정했다는 점을 한 눈에 알 수 있습니다. 이미 자신들의 개그에 대한 대중들의 싸늘한 반응을 어느정도 눈치채고 있었고 하위팀으로 밀려나 자신들의 몰락을 애써 웃음으로 승화시킨 참가팀은 지금 칼을 갈고 있을 겁니다. 최종 우승팀에게 주어지는 상금 1억원보다 시청자들에게 자신들의 개그를 알리는것이 주목적인 개그맨들에게 이보다 더 심한 벌칙도 없을 듯 합니다. 앞으로 계속 나올 수 있는데 뭐가 대수라고 할 수도 있지만, 본방 시청률은 그다지 높지 않지만, 재방송이 많이 방영되는 케이블 tv 특성상 하위팀에게는 상당히 불리해보이는 벌칙입니다.

또한 앞으로 후반부에 갈수록 전반부의 열세를 뒤집을 수 있는 역전 제도가 있는터라 앞에 잘했다고 결코 안심할 수 없는 구도입니다. 물론 방송사를 불문하고 선후배 관계가 엄격하고 서로 잘 지내는 개그맨들의 특성상 1회는 오랜만에 개그맨들이 뭉친 화합의 장이였기 때문에 긴장감과 참가자들의 위기의식이 덜 할 수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회가 가면 갈수록 점점 자극받게된 하위팀들이 어떤 반전으로 자신들의 명예를 회복할지에 따라 <코미디 빅리그>는 물론 개그맨 전체의 미래가 달려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부디 이번에 재방송에서 통편집당하게된 개그팀들이 분발하여 다음 회에서는 그들의 과거 명성에 걸맞는 개그를 선보였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