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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코미디 빅리그. 최고의 개그맨 총집합이 무색한 엉성한 개그 한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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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요 근래 들어서 방송을 보고 실망을 한 적이 거의 없습니다. 왜나하면 아예 비난이 나올 만하거나 아니다 싶은 프로그램은 숱체 보지를 않으니까요. 하지만 tvN 토요일 9시에 방영하는 <코미디 빅리그>(이 프로그램은 티빙(tving.com)에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까지 심하게 뒷통수 칠 줄은 몰랐습니다. 필자가 첫회, 2회를 모두 녹화현장까지 찾아가면서 보러 다닐 정도로 워낙 <코미디 빅리그>에 대해서 기대를 많이 해서 그런걸까요? 솔직히 개그콘서트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김석현PD 지휘 하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개그맨이 다 나와서 메이저리그, 프리미어리그만 운운하지 않았어도, 이처럼 큰 상실감은 느끼지 않았을 지도 모릅니다. 

아직 2회 방영분이니, 프로그램 자체에 대해서 평가를 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코미디 빅리그> 프로그램 자체의 취지는 좋았습니다. 공중파에서 변변한 개그 프로그램이 없어 그래도 공중파 메이저 예능에서 개그를 선보일 수 있는 김병만이 KBS 연예대상에서 상 받으면서 타 방송사 사장님에게 개그 프로그램 만들어달라고 읍소하는 마당에 공중파보다 상업성을 더 따지는 케이블 방송사에서 개그 프로그램을 만들어준다는 것은 개그맨들에게나 개그를 사랑하는 팬들에게나 다 고마운 일입니다. 요즘 유행하는 서바이벌 형식으로 순위를 매긴 뒤에 탈락자는 없지만, 하위 4팀은 재방송에도 짤리고, 얼굴에 밀가루를 투척하는 벌칙을 내린 것도 꽤 흥미진진해 보입니다. 또한 갈수록 경쟁이 느슨해지지 않도록 후반부에 더 많은 승점을 주는 제도도 매력적이기도 하구요.

하지만 문제는 최고의 개그맨들을 위한 무대에, 정작 최고의 개그맨이 무색한 몇몇 개그맨들의 부진이였습니다. 네 아직 초반부니까, 다른 팀들보다 더 안 웃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의 더 큰 문제는 그동안 자신의 개그에 대한 업그레이드 자체가 되어 있지 않았다는 것과 관객들에게 기존과 차별화된 새로운 웃음을 보여주겠다는 고민이 부족해보인다는 것입니다. 

하다 못해 2주연속 5위를 차지한 한현민, 이재형, 정진욱으로 구성된 '쫄탄'은 재미 요소에는 다소 부족하더라도 짜임새있고 고민한 흔적이 역력한 반전 개그가 돋보였습니다. 물의를 일으킨 개그맨들에게 일침을 가하였던 '갈갈스'의 박준형, 정종철, 오지헌은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였지만 과거 무를 갈고, 자신들의 독특한 얼굴과 머리를 때리면서 자학하는 개그가 아닌 사이비 교주 형식의 새로운 형식 개그를 도입하였다는 데 큰 점수를 주고 싶구요. 하지만 2주 연속 3위를 차지한 '아메리카노' 이지만 그 팀의 주축인 안영미가 이미 <개콘>에서 '분장실의 강선생님'으로 구성된 여자들간의 선후배 위계질서 개그, 4G의 박휘순의 눈뜨고는 못봐줄 여장,  '꽃등심' 이국주 본인의 남다른 몸매로만 승부하는 오래전에 써먹었던 상황 묘사는 자칫 식상함까지 들게 할 수 있습니다. 

원래 고기도 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고, 제 아무리 한 때 잘 놀았던 사람이라도 오랫만에 스테이지에 서보면 그 환경이 낯설게 다가오기 마련입니다. 그러나 그렇게 따지면, 현재 <코미디 빅리그>에 서게된 개그맨들 모두 다 같은 입장일 것입니다. 심지어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선배들을 제치고 2주 연속 2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한 '아3인'은 무대에서 주목도 받지 못한 일개 무명들로 구성된 팀입니다. 하지만 그들은 개그의 실력은 유명세와 비례하지 않는다는 것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큰 성과를 얻었습니다. 그들이 선택한 관객에 따라 콩트의 재미가 달라지는 대 모험이긴 하지만, 관객들과 함께 호흡하고자하는 열정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반면 2주 연속으로 하위 4팀에 머무르게된 김형인과 윤택의 '비포 애프터' , 박휘순, 김기욱, 양세형의 '4G', 이국주, 전환규의 '꽃등심'은 유행어만을 의식할 것이 아니라 콩트 개그의 기본부터 다시 세워야하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비포 애프터팀은 지난주 꼴찌라는 불명예를 안고 포맷 전체를 바뀌어 11위 탈출에는 성공했으나, 여전히 하위권에 불과합니다. 차라리 <나는가수다>처럼 출연자 모든 가수들이 우열을 가릴 수 없이 어쩔 수 없이 순위를 가려서 하위권에 머무르면 위안이라도 되겠지만, 현실은 정반대라는 것이죠.

더욱 놀라운 건, 상위권의 순위도 지난 주와 똑같다는 것입니다. 물론 신인으로 구성된 '아3인'이 상당히 잘하였습니다. 지난주에 이어 2주연속 1위를 차지한 옹달샘도 지난주보다는 약한감이 없지 않지만 여전히 웃기긴 하구요(그런데 옹달샘도 마지막의 대머리 독수리 유세윤과 구더기 장동민의 정면 대결이 통편집의 굴욕을 당하기도 하였습니다). 만약에 다음주 3회분에서도 이러한 구도가 계속 유지될 경우에는 과연 최고의 기량을 가진 팀들끼리 대결인가 싶을 정도의 회의감까지 들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노래잘하는 가수들만 모인다는 <나는가수다>만 해도 가수들간의 순위가 매주마다 다르니까요.  


<코미디 빅리그>는 그동안 침체되었던 개그를 부활시키기 위해 수많은 개그맨들이 자사 방송사까지 버리면서 혈혈달신 케이블로 넘어오게한 꽤나 의미있는 방송입니다. 각 방송사에서 잘나갔던 개그맨들이 한 자리에 모인 만큼 그들 어깨에 달린 책임감은 더욱 막강합니다. 지금 이 방송이 잘 되어야 누구보다 상업성을 따지는 tvN에서도 시즌2, 시즌3를 계획할 수 있는 것이고, 잘하면 공중파에도 더 많은 코미디 프로그램이 황금 시간대에 방영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 <코미디 빅리그>에서 최고의 개그맨 결정전에 전혀 어울리지 않은 이름만 유명한 개그팀의 공연을 보면 과연 각 공중파 방송국에서 앞다투어 개그맨들을 위한 무대를 꾸며준다고해도 과연 그 기대에 제대로 부합할 수 있을지나 의문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생판 무명으로 구성된 '아3인'이라도 어느 유명한 선배들보다 빵빵 터트려줘서 천만 다행입니다. 선배들은 이제 감이 많이 떨어졌지만 기회를 얻지 못한 후배들이라도 개그를 살릴 수 있다는 희망이라도 갖게 해주니까요. 제발 심각할 정도로  안 웃기는 최고의 개그맨들님. 아직 8회분이 남았으니 개그의 틀부터 바로 잡고 아직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던 본인들의 내공을 유감없이 보여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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