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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를 떨게하였던 가왕 조용필의 진면목. 그는 따뜻하고 겸손한 진짜 국민가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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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떨고 있니?" 90년대를 풍미했던 '모래시계'의 명대사가 아닙니다. 가왕 조용필이 보는 앞에서 그의 노래를 불러야하는 가수들의 마음입니다. 그만큼 9월 25일에 펼쳐진 <나는가수다> 가왕 스페셜로 꾸며진 중간평가는 그동안 치뤄졌던 어떤 중간평가보다도 더 떨리는 분위기에서 진행되었습니다. 1984년에 데뷔하여 카네기홀 무대에도 서봤다는 인순이도 사뭇 긴장할 정도였으니까요. (게다가 하필이면 당일 아침에 3년 전 세금 문제가 거론된지라) 

대한민국 가요계에서 조용필이라는 이름을 빼고 가요를 논할 수 없듯이, 그는 가요계의 산 전설입니다. 조용필 이전에도 나훈아, 남진이라는 양대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어 그들만 가수다라는 시절도 있긴 하였습니다. 그러나 1980년 조용필이 데뷔한 이후에는 가히 조용필의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라디오 드라마의 주제곡이기도 하였던 '창밖의 여자'로 단숨에 주목받는 스타로 등극했던 조용필은 그 뒤 그 당시 한국 가요에서는 처음으로 시도되었던 신시사이저의 '단발머리'로 막강한 오빠부대까지 조성합니다. 그 당시 조용필을 좋아하던 소녀들이 30년이 지난 지금도 조용필의 팬으로 활동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조용필은 단순히 대중들에게 인기만 좋은 가수로만 머물지 않았습니다. 아마 <나는가수다>를 보신 분들은 알겠지만 조용필은 30년전 대히트를 기록했던 '창밖의 여자'를 무려 20분만에 작곡할 정도로 자신의 노래의 상당수를 직접 만드는 싱어송라이터입니다. 게다가 시대를 한참 앞질러갔던 '단발머리'를 들으면 그 노래를 잘 모르는 사람에게 최근 나온 노래라고 들려줘도 전혀 손색이 없는 세련되고 깊이있는 곡으로 대중음악 발전을 앞당기기도 한 뮤지션이기도 하구요. 가수로서 대중적 인지도도 상당하면서, 가수로서 가창력에, 직접 곡을 쓰는 능력을 모두 다 갖춘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거기에다가 얼마전 소록도 공연 소식을 들으신 분들을 잘 아시겠지만, 조금더 조용필에게 가까이 다가가는 분들을 모두 다 환한 미소로 안아주는 인품과 후배 가수들을 살뜰이 챙기는 인자함까지. 그야말로 실력도, 인품도 가히 국민가수 조용필입니다. 

그런 거장 앞에서 그것도 그분의 노래를 부르라고 하니 가수들은 그야말로 죽을 맛이였습니다. 자우림 김윤아는 <나는가수다>는 정말 독한 프로그램이다라고 평하기도 하였습니다. 특히나 지난 주 무한 경련으로 보는 이들이 안타까워했던 김경호는 하필이면 첫 중간 경연에서 조용필 선배님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되는 일종의 '시련'을 겪게 되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김경호는 오래전에 조용필의 초대를 받아서 댁에도 찾아갔었고, 조용필 앞에서 노래를 부른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김경호였습니다. 사실 김경호뿐만 아니라 모든 가수들이 하나같이 경직되어있는 얼굴이었습니다. 

그렇게 모두 가왕 앞에서 떨면서 애써 미소짓고 있는 후배들에게 가왕님께서는 노래 부르는 것을 보니 너무나도 긴장하셨다면서 오히려 긴장하면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면서 선배로서 따스한 조언을 건내었습니다. 앞으로 떨지 말고 자신들의 본 실력을 발휘하라는 후배들을 위한 마음이었습니다. 하나같이 자신의 독특한 창법이 있는 이름난 가수들을 서바이벌 경연으로 평가를 한다는 그 자체는 마음에 들지 않지만 그래도 <나가수>에서 자신의 노래를 부르는 후배들을 위해서 어려운 발걸음을 해준 선배이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지난 5월 <나가수>에서 박정현이 재해석을 하여 화제를 모았던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는 직접 그녀가 부른 노래를 다운로드해서 들어봤다면서, 박정현이 노래를 부르기 전 간절히 원하던 바람대로 노래 너무 잘했다면서 칭찬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김경호가 언급한대로 큰 고글을 쓰고 있는 조용필은 무덤덤한 자세로 그 고글 뒤에 숨겨진 표정을 알 수 없는, 그래서 더욱 긴장하게 만드는 무언가의 힘이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그는 모든 후배들이 부르는 노래를 다 듣고 있었고, 자기 노래에 대해서는 누구보다 잘 아는 최고의 전문가로서 후배들이 앞으로 어떻게 노래를 진행시켰으면 좋겠다라는 편곡 방향까지 친절히 알려줬습니다. 특히나 조용필 노래는 이미 편곡까지 완벽하게 끝내어 더이상 손 볼 대가 보이지 않았기에 내로라하는 가수들도 어떻게 가왕의 노래를 불러어야지 난감했을 찰나. 원곡자 조용필이 직접 꼼꼼이 알려주는 편곡방향은 가수들 모두에게 큰 힘으로 다가왔을 법 합니다.  

 


더욱 가왕 조용필이 대단한 존재라고 느껴진 것은, 그 어떤 가요 평론가보다 더 자세히 각 가수들의 특징과 장단점을 모두다 제대로 꿰뚫고 있다는 점입니다. 워낙 직설적으로 독설 형태로 말씀하시기보다 칭찬을 먼저 하시면서 그 다음에 고쳐야할 사항을 알려주시는 스타일이지만, 이미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논란이 되었던 윤민수의 과잉 감정 표현에 대해서 감정을 조금만 더 억제하면 더 좋은 노래가 나올 수 있겠다하는 진심으로 윤민수를 위한 조언을 해주었습니다. 또한 김경호에 대해서는 그의 특유의 바이브레이션을 평소보다 반으로 처리했음 좋겠다. 장혜진의 느릿하면서도 슬픈 '모나리자'에 가사가 슬퍼도 감정 절제가 필요하다면서 빠르고 신나게 전개되었으면하는 충고에,  반주 비트에 대한 예리한 지적까지, 가수이기 전에 음악가로서의 면목을 짧은 시간 내에 유감없이 보여주었습니다. 

 


모든 가수들이 부른 노래를 경청하고 앞으로의 진행방향에 대해서 꼼꼼이 알려준 가왕은 후배들이 자신의 노래를 너무나도 잘 불러주고 있다는 것에 크게 만족하는 듯하였습니다. 어떻게보면 다소 무례하다까지 느낄 정도로 받아들여지는 박명수의 땡 개그와 조용필을 브라더라 외치는 지상렬의 무리수 개그도 웃으면서 받아주는 너그러운 인품에 <나가수> 경연에 나간다면 1등을 못할 것 같다는 겸손함에 가왕의 인간적이고도 따스한 면모가 한 눈에 드러나더군요. 

 


가왕 조용필의 <나가수> 중간 평가에 왕림한다는 소식을 들을 때만 해도 벌벌 떨떨 가수들이었지만, 마지막에는 조용필과의 헤어짐이 너무나도 아쉽게 다가왔습니다. 실로 오랜만에 가왕이 나온다는 이유만으로 본 경연 이상으로 떨리고, 많은 이들이 가왕에 열광케한 진면목을 잠시나마 느끼게 되어서 행복했던 역대 최고 <나가수> 중간 평가로 꼽고 싶습니다. 이왕 <나가수>에 나오신 김에 방송에서는 쉽게 들을 수 없는 그분의 라이브를 듣고 싶은 염원이 있었지만, 그 분이 15년 만에 방송에 나오신 것만으로 만족해야겠습니다.

역시 조용필은 소문대로 그 존재만으로도 많은 이들을 흥분케하면서, 또 사람들에게 음악으로서 앞으로 살아갈 수 있는 희망을 주는 분이십니다. 그렇게 오로지 가수로서 삶에 충실한 조용필이 있었기에, 우리 대중들의 귀를 즐겁게해주는 음악을 더 많이 접하게 되지 않았을까요? 역시 조용필은 이 시대의 진정한 작은 거인이자, '가왕'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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