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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이하늘을 떨게한 신대철이 예능에? 놀러와를 살린 전설적 기타리스트들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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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도균, 김태원, 신대철 이 세 사람을 21c에 tv에서 그것도 예능 프로그램에서 볼 줄이야?오죽하면 가요계의 악동 이하늘이 신대철의 남다른 위엄에 쩔쩔 매는 진풍경이 보여질 정도로 신대철의 예능 출연은 그야말로 놀라웠다. 요즘 날로 늘어가는 이 전설적인 기타3인방의 인기에 힘입어 대한민국에서도 톱스타만 찍을 수 있다는 스마트 디바이스 광고를 찍었지만, 음악 프로그램이 아닌 순수 예능 에서 이 세사람이 뭉친 것은 처음이란다. 그래도 김도균, 김태원은 작년 현 <나는가수다> 연출을 맡고 있는 신정수PD 시절 백두산 VS 부활 록의 전설 특집 코너로 <놀러와>에 출연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TV에 예능을 하는 지 몰라 그동안 다큐멘터리(?)만 봤다는 신대철은 현재 KBS <서바이벌 밴드 톱밴드>에서 심사위원과 멘토로 활약하는 것을 빼곤 본격적인 예능 출연 자체가 처음이다. 

작년 <놀러와>에 백두산과 부활이 출연했을 때, 시나위의 신대철도 함께 나왔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그러나 평소 과묵하고 진지한 성격의 신대철을 잘 알기에, 그저 바람으로 끝나는 듯 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철이 김도균, 김태원과 '록의 전설 3대 기타리스트' 편으로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만으로도 방영 전부터 많은 록마니아들의 관심을 끌었고, 그야말로 <놀러와>만이 할 수 있는 기획이었다.

<놀러와>에서 전 신정수PD의 업적이 있다면, 대한민국에서 기획 토크쇼라는 개념을 만들어서, 기존 토크가 우선이었던 쇼에 음악을 접목시켰다는 것이다. 가장 대표적인 예가 대한민국 음악계에 일대 '파란'을 일으킨 세시봉 특집이었다. 평소 세시봉이 그들끼리 만나서 노는 대로 이야기를 하다가, 바로 통기타를 들고 노래를 부르고, 물 흐르듯이 '음악'이라는 세대를 불문한 공통어로 인위적이고 보다 자연스럽게 토크가 진행될 수 있다는 것을 넌지시 알려준 좋은 예였다. 그 뒤에 음악 예능의 인기에 힘입어 세시봉 다음 전설들이 자신들의 위엄을 뽑낼 수 있는 <나는가수다>가 창설되었고, 어찌하다보니 신정수 PD는 그 <나는가수다>로 자리를 옮기게 되었고, 이제는 신정수PD와 함께 호흡을 맞추던 이지선PD도 <나는가수다>로 자리를 옮기고, 대신 <나는가수다> 공동연출을 맡게된 김유곤PD 단독으로 <놀러와>를 맡게되었다. 그리고 김유곤PD가 맡자마자, <나는가수다> 꼴찌 특집에 이어 이번에는 방송에서 웬만하면 모시기 어렵다는 신대철이다.

그럼 평소 TV에서 만나보기 어렵다는 신대철을 방송에 끌어들인 결정적인 이유는 뭘까? 신대철은 뮤지션이다. 그렇기 때문에 신대철이 아닌 신대철이 치고 있는 기타연주를 더 보여주고픈 사람이다. 신대철, 김도균, 김태원 같은 뮤지션들에게 필요한 것은 돈도 돈이지만 무엇보다도 자신들의 기타 연주를 널리 알리고, 더 많은 무대에 설 수 있는 기회다. 그 기회를 얻고자 김태원은 알코올 중독에서 헤어나와 본격적인 예능 출연을 시작했고, 우주로 날아가고픈 김도균도 다시 재결성한 백두산의 리더 유현상과 함께 예능 나들이를 시작했다. 아마 그들의 최전성기는 1980년대에, 아니 2000년대 초반만해도 가히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록을 위해 국물있는 음식도 안 먹고, 한 여름에도 기타리스트로서의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해 가죽의상 혹은 거추장스럽게보일 법한 무게있는 징 등의 장식을 달고사는 로커들에게 음악 프로그램도 아니라 재미가 우선인 토크쇼에 출연할 일은 전혀 없어보였다. 

 


하지만 로커로서 자존심까지 버린 예능 출연 이후, 10년 전만해도 마니아가 아니면 "록은 시끄러운 음악" 하면서 귀부터 먼저 닫았던 티아라 소연 또래의 청년들이 이제는 서서히 '록'을 즐겨듣는 진풍경을 낳았다. 아니, 어떻게보면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이라는 록의 전설의 방송 행차로, 그동안 숨죽이면서 살아온 그 당시 팬들이 지금이야말로 록을 살릴 절호의 기회라면서 '대동단결' 한 측면도 없지 않다, 그러나 새로 록에 입문하기 시작한 대중들이 없다면, 지금처럼 방송, 광고계에서 너도나도 이 전설의 3인방을 모셔가고자하는 막강한 영향력까지는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은 그들이 활동하기 시작한 1980년대에도, 전설로 추앙받는 2010년대에도 그들이 추구하는 음악은 변함이 없다. 다만 강산이 2번 바뀌다보니, 다시 그들의 음악이 재조명받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그 변화의 흐름에는 로커로서는 자칫 '변절'이라고 불릴 만한 록의 전설들의 예능 출연과 망가짐도 주저하지 않는 눈물겨운 대중성 확보에 있었다. 실제로 김태원이 KBS <남자의 자격>과 MBC <위대한탄생 시즌1> 출연으로 부활 공연을 보러 오는 사람이 많이 늘었고, 김도균 또한 연이은 예능 출연으로 무대에서 어떤 옷을 입어야할지 행복한 고민에 빠질 정도니, 이쯤되면 그들의 외도는 결과적으로 '록의 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신대철은 김태원, 김도균과 달리 방송하고 전적으로 친하지 않은 유형이다. 과거 록의 대부 신중현 아들에 기타도 잘치고 거기에다가 순정만화 주인공처럼 잘생기기까지한 신대철을 그렇게 질투했지만 그렇기 때문에 나이가 들어 많은 청춘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김태원과 다소 엉뚱해보이긴 하지만 상냥한 성격을 가진  매너남  김도균과는 달리 신대철은 싫고 좋다는 표현이 뚜렷하다. 이하늘이 함부로 건들 수 없을 정도의 남다른 위엄과 포스. 시종일관 과묵하고, 진지해보이고 어쩌다 말하면 <톱밴드> 심사할 때처럼 독설을 퍼부을 것 같은 저승사자 이미지를 가진 인물이 바로 신대철이다. 한 때 돈을 벌기 위해서 이것저것 여럿 기타 세션을 맡았으나, 자기가 어떤 연주를 했는지조차 모르는 돈은 벌기 싫다면서 그 자리에서 바로 세션을 때려친 경력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제 아무리 예능 출연이 신대철 개인과 록의 발전에 큰 도움이 된다고하더라도 <톱밴드>처럼 대놓고 아마추어 록밴드를 선발하지 않는한, 신대철은 제 아무리 인기 예능이라도 나가지 않을 가능성이 더 높다. 

 


그런 그가 그토록 많은 이들이 기대하던 록의 전설 3인방에 한자리에 뭉치는 진풍경에 기꺼이 합류한 것은, 예능에서 자신의 기타 연주를 선보일 수 있음은 물론, 한 때는 지지고 싸우고 볶은 라이벌들이었지만, 이제는 서로를 존경하고, 록을 위해 함께 뭉치는 기타치는 친구들과 좀 더 편안하게 과거 로커로서 자신이 살아왔던 에피소드를 털어놓을 수 있었기 때문은 아니었을까? 아무튼 방송에서 김태원, 김도균, 신대철을 한 자리에 볼 수 있음은 물론, 한 때 솔로 활동으로 김태원과 신대철의 위기를 불러일으킨 장본인 김종서가 고개를 떨구며 진심으로 미안해하는 표정까지. 비록 한시간 정도의 짧은 시간이었지만, 1980년대 후반부터 지금까지의 록의 흥망성쇠를 쏙쏙들이 볼 수 있는 의미있는 시간들이었다. 다만, 2주 분량을 해도 충분히 이야깃거리가 많은 록의 전설들인데, 불과 한 주 방송분으로 내보냈다는 점은 아쉽기도 하다.  그러나 그동안 아이돌 댄스 음악에 가려져서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하던 음악계의 전설을 수면 위에 끌어놓아 선풍적인 신드롬을 낳게한 <놀러와>이기 때문에 가능한 특집이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10월 3일 개천절 특집 '록의 전설 3대 기타리스트' 방송은 가히 오랜만에 <놀러와> 다웠던 방송이었다. PD 교체 전 <놀러와>의 위기다라는 말이 참 많았다. 신정수PD가 나간 이후에도 기획 토크쇼라는 취지는 변함이 없었지만, 지나치게 기획 토크 그 자체에만 집착한 것이 화근이었다. 하지만 10월 3일 '록의 전설' 특집은 요즘 대중들에게 다시 주목받고 있는 전설의 3대 기타리스트를 위한 방송이었다는 점에서 '기획 토크쇼' 놀러와를 제대로 살렸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물론 김태원, 김도균, 신대철은 그 어느 방송에서도 쉽게 볼 수 없는 거물들이다.

그들을 좋아하는 팬으로서는 감개무량하다. 결국은 이들이 그동안 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던 <놀러와>를 다시 일으켜 세웠으니 말이다. 그만큼 록의 위상이 높아진 것이다. 이제 더이상 록은 소수만이 즐길 수 있는 음악이 아니다. <나는가수다>의 김경호를 통해 헤비메탈이라는 장르가 나이가 좀 있는 대중들도 즐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동시에 <톱밴드>가 날로 인기 상승을 거듭하고 있는 것만으로도, 현재 대중음악에서 날로 커져가는 록의 위력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그 눈부신 록의 성장에는 분명 김태원, 김도균, 신대철의 말로 헤아릴 수 없는 고통의 시간들과, 동료 로커들의 손가락질을 받으면서 방송 출연을 감행한 모험이 있었기에 가능한 대변혁이었다. 그래서 우리들은 그 어떤 아픔 속에서도 끝까지 기타줄을 놓지않은 김도균, 김태원, 신대철을 록의 전설이라 부른다. 그들처럼 오직 한 길만 우직하게 걸어간 이들이 빛을 보고 잘되야 대한민국 대중문화가 더더욱 발전하는 법이다. 그래서 필자는 <놀러와-록의 전설 편>이 무지 고맙다. 다시 한번 세계에 내놔도 자랑스러운 3대 기타리스트의 기타 실력은 물론, 매력적인 인간미까지 잘 보여줬기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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