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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뿌리깊은나무 욕세종에 이어 인분지게 짊어지는 군주. 지도자의 모범을 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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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이도(한석규 분)는 성리학의 나라에서 도덕을 지켜야할 모범을 보여야함에도 불구하고 욕을 참 맛깔나게 잘한다. 물론 아무한테서나 자신이 욕을 할 수 있음을 과시하지 않는다. 집현전 허담 학사의 의문스러운 죽음에 비밀 검안을 하게된 가리온 앞에서는 부드러우면서도 위엄있는 군주의 모습을 과시하였다. 하지만 또다시 집현전 학사 윤필이 행방불명되었다는 소식을 듣고는 "빌어먹을"을 퍼부었다. 다행히 그 옆에 그가 총애하는 왕자 광평대군과 유일하게 세종의 속 뜻을 알아채린다는 궁녀 소이(신세경 분)만 있었으니 망정이지. 

거침없이 상스러운 말을 쓰는 군주. 아마 21c에 태어났다면 세종은 언론에 의해서 "지도자로서 품위가 떨어지는 언행"이라면서 만날만날 입방아에 오르내렸을 것이다. 하긴 세종이 살았던 조선시대만 해도 어느 누구도 왕에게 심한 태클을 걸 수 없었다. 그래도 세종 때는 경연을 통해 이제 약관에 나이에 들어선 말단 집현전 학사 성삼문도 "한가지 빠트렸습니다" 라고 과감하게 지적할 수 있었지만 태종 이방원 앞에서는 어느 누구도 감히 왕의 행동에 지적조차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왕 또한 지켜야할 규율이 많았다. 근엄해야했고, 왕으로서 체통을 지켜야했다. 언제 어디에서나. 그래서 소를 귀하게 여기는 나라에서 고기를 마음껏 먹을 수 있는 장점도 있었지만, 왕이야말로 한 나라를 책임져야한다는 가장 힘들고 대내외적으로 억압을 견뎌내야하는 최악의 직업이였을 지도 모른다. 

주류 세력이 기절초풍할 만한 세종의 돌출 행동은 상스러운 언행에서 그치지 않는다. 심지어 그는 궁궐 내에서 몸소 노비의 옷을 입고 직접 똥(인분)지게를 지기까지 하였다. 전하께서 친히 똥지게를 짊어지고 냄새나는 거름을 주는 광경을 목격한 무휼과 정인지는 당장 세종을 말린다. 하지만 세종은 오히려 "내가 직접 똥지게를 짊어졌다는 소식이 전국 방방곡곡에 전해져야 그 때서야 관아에 거름에 관한 문서가 벌떼같이 올라올 것이다" 면서 좌중을 폭소케 하였다. 

실제 세종은 직접 똥지게를 짊어지고 농사를 짓기로 유명하였다. 농경중심 국가에서 왕이 직접 나서서 농사를 챙기는 것은 지극히 당연했지만, 결코 쉬운 것은 아니였다. 아니 만날 행차를 통해서 말로만 "농사를 잘 하거라" 한 마디만 해도 백성들은 예이 하고 고개를 숙이고, 더더욱 재배를 잘 해야만 했다. 그러나 세종은 진짜 농사를 짓는 상민, 노비와 똑같이 똥지게를 짊어지고 직접 한 농부로부터 농사를 배우기도 하였다. 그렇다고 세종이 중국 한나라 고조 유방이나 명나라를 세운 주원장처럼 애초부터 상민의 자식으로 태어난 케이스도 아니였다. 그는 태종 이방원의 아들로 태어나 영유아기 때부터 중년까지 궁궐 안에서만 곱게 자란 엘리트 중의 엘리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서민의 아들"을 표방하는 그 어떤 지도자보다 한번도 섞어보지 않았던 민초들을 누구보다 잘 이해했고, 글을 제대로 읽지 못하는 그들을 위해 자신의 정치생명을 걸고 '한글'이라는 쉬우면서도 세상을 뒤집어놓을 만한 문자를 개발한다. 

아마 조선 시대 600년을 통틀어, 아니 한반도에 나왔던 무수한 왕 중에서도 세종대왕이 가장 성군이라고 칭할 만큼 세종대왕은 무수한 업적을 남겼다. 하지만 세종이 업적만 남긴 왕이었다면 후대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았을 지 모르나, 당대 백성들과 관리들을 세종을 그리 좋아하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 뻑하면 나라를 위한다는 명분 하에 관리들과 국민들을 알게모르게 들들 볶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종은 그 놀라운 업적의 중심에서 직접 참여하였다. 왕이 몸소 이것저것 다 챙기다보니 그냥 대충 하려고 했던 관리의 입장에서는 '짜증'이 날 법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윗 사람이 말단 직원인 자신과 함께 일한다는 것만으로도 사기가 충전되고 더더욱 자신의 맡은 일에 대한 신명이 더 늘어났을 것이다. 특히나 한글을 개발한 집현전은 밤잠을 안자고 연구하는 학사들과 함께 세종 또한 그 옆에서 졸고있는 신숙주에게 친히 조끼를 입어줄 정도로 살뜰하게 주위 사람을 챙기면서 그들이 일을 열심히 할 수 있도록 배려를 아끼지 않았다. 

단순히 말로만 "지원을 아끼지 않을 테니 잘해라" 혹은 민심을 알기 위해 시장 구석 그것도 꼭 선거철에만 시장가서 상인들과 악수하고, 그곳에서 떡볶이와 오뎅을 먹으면서 백성들과 함께 어울렸다고 대서특필하는 지도자와는 차원이 다른 왕이였다. 직접 백성이 되어 똥지게를 지고, 밭을 경영하면서 그들의 입자에서 농사를 연구했던 군주이다. 비록 출생은 금숟가락 물고 태어났지만, 희대의 독재자 아들로 태어났다는 아킬레스건을 벗어나기 위해 끊임없이 백성들을 위해 그들의 입장이 되면서 통치를 하였던 세종이다. 

지도자에게 가장 필요한 과제는 단연 부국강병이다. 일단 나라가 부강해야한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백성들 개개인의 삶에도 따뜻한 보살핌이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대한민국은 나라 전체가 윤택해졌다고 하나, 상류층을 제외한 그 나머지의 국민들의 상실감은 예전보다 더욱 커져가고 있다. 점점 청년들은 꿈을 잃어가고 있고, 심지어 정치가나 부자들에게 대놓고 비관적인 자세를 취하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정치인들이나 지도자들은 자기들 딴에는 국민을 위해서, 국민의 편에서 열심히 발로 뛴다고 하나, 정작 실제 백성들은 전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조선시대 세종 때보다 기득권층은 기득권층을 위해 일하는 듯이 보여지기 까지 한다. 

그렇게 정치가나 주류에 대해서 회의적인 대한민국 대중들에게 지금보다 훨씬 권위적이고 억압적인 1400년대 조선시대에서 왕이 직접 똥지게를 짊어졌다는 것이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그런 왕을 둔 조선 백성들이 잠시 부럽기까지 하다. 물론 세종은 잠시 왕이 되어 이 세상을 떠난 인물이였고, 그 뒤에 현재 정치인보다 질적으로 좋지 않은 탐관오리, 무능한 군주들도 많이 배출되어 백성들을 힘들게 했지만, 그래도 세종이 지배할 당시 백성들은 매사 백성들을 생각하는 전하 때문에 잠시 행복했었으니라. 물론 세종이 똥지게를 짊어지는 것, 모두다 보여지기 위한 '쇼' 였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냄새나는 똥지게를 짊어져서라도 백성들을 널리 이롭게 하고자 노력했던 세종의 진심을 그런 식으로 '매도'해서도, 웃으면서도 넘어가서도 안된다.

국민들에게 가장 필요한 지도자는 단순히 '똥지게'를 짊어지기만 하는 리더는 아니다. 비록 '똥지게'까지는 짊어지지 않더라도 늘 항상 국민을 생각하고, 국민을 위하는 지도자. 그래서 정말 국민이 가려운 곳까지 속시원히 긁어주는 왕이면 족하다. 세종은 '똥지게'를 짊어짐으로써 가장 밑바닥에 있는 노비의 마음마저 읽을 수 있었기 때문에 역사상 가장 위대한 군주로 평가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를 살고 있는 위정자들이 가장 가슴에 새기고 있어야할 지도자의 전형적인 모습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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