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예능전망대

[지붕킥]세경의 꿈은 아메리카노처럼 쓰디쓸 뿐인 지훈에 대한 기다림이다.

반응형
원두커피에 약간의 시럽를 넣어서 먹는 아메리카노는 쓴 커피입니다. 대개 커피숍에 가면 카페라테나 카푸치노 좀더 돈을 얹어주면 바닐라 시럽을 듬뿍얻거나 카라멜 얹은 커피를 마실 수 있지요.

하지만 커피를 그닥 즐겨마시지 않는 저는 예전에는 가끔 커피숍에 가면 녹차라테나 카라멜 마끼아또 이런 걸 마셨지만, 요즘은 마시게되면 크림을 넣지도 않은 아메리카노만 마십니다. 아무래도 제 성격이 심플해서 그럴 수도 있고, 그게 커피의 본연의 맛을 알 수 있기 때문이죠. 혹은 어쩌면 제가 그동안 해왔던 사랑이 아메리카노처럼 쓰디 써서 아메리카노를 좋아하는지도 모르구요.

현경에게서 휴가를 얻어 난생처음 서울 시내를 누비게 된 세경. 그녀는 커피를 한번도 마신 적이 없습니다. 예전에 지훈이 커피를 한번 권한 적이 있으나, 어찌된 일인지 쉥 지나가는 오토바이때문에 지훈이 준 커피를 마셔보지도 못하고 흘리고 말았죠.
하지만 동생 신애의 가방을 사고 보게된 커피집. 예전에 자신에게 커피를 건네 준 지훈이 생각나 그 커피숍 안에 들어갑니다.



그곳에서 자기와 같은 또래의 여대생들이 친구들과 혹은 연인들과 함께 삼삼오오 모여 즐겁게 지내는 장면을 보게된 세경. 네 지금 일부 88만원 세대들은 아무리 등록금을 대출받고 다니더라도 몇 년 후에 닥칠 취업 전쟁에 하루하루 피가 말리더라도 가끔 어떤 이는 매일 콩다방,별다방에서 3,000~4000원 정도 하는 커피 꼭 마셔줘야합니다. 하지만 너무나도 어려운 집에서 태어나 고등학교도 제대로 못마치고 늘 언제나 남의 집에서 식모살이하면서 최저생계비도 못한 60만원 받으면서 머리 질끈묶고 항상 티셔츠에 바지 차림인 세경에게는 예쁜 옷 입고, 진품인지 짝퉁인지는 모르지만 명품백 비스무리한 거 매주고 자기네들딴에는 취업준비때문에 학점 관리때문에 알바때문에 바쁘게 산다고 하지만 적어도 제3자의 눈에는 참 한가해보이는 자신과 같은 또래의 애들이 부러울뿐이죠.



난생처음 커피숍에 들어간터라 커피숍에 파는 커피를 잘 모르는 세경. 네 저도 처음에 별다방에 갔을 때 어떤 커피를 시킬지를 몰라서 그냥 괜찮아 보이는 걸로 시켰죠. 하지만 세경은 그냥 커피를 시킵니다. 그냥 커피는 아메리카노지요. 처음 커피를 마시는 사람에게는 너무나도 쓴 커피. 하필이면 맨처음 마신 커피가 아메리카노인터라 세경은 한모금 마시고 더이상 마시고 싶지 않습니다.



바로 그 때 세경과는 180도로 살아가는, 즉 커피숍에 늘 나타나는 여대생들과 별반차이없는 정음이 나타납니다. 진품이면 현재 가로 400만원이 약간 넘는 샤넬 2.55백을 메구요. 요즘 일부 여대생들은 진품이든 짝퉁이든 떠나 명품백을 들고 다니기도합니다. 정음이에게는 일상인 커피마시기가 세경에게는 참 낯섭니다. 세경은 정음에게 이렇게 쓰디 쓴거 왜 마시나고 묻습니다. 정음은 아직 세경씨는 아이라고 커피는 어른이 되야 그 맛을 안다고 합니다. 그리고 친절한 정음씨는 아직 서울과 보통 20대 여성의 라이프하고 거리가 먼 세경이의 세상 구경을 도와줍니다.



세경은 정음과 함께 쇼핑도 하고 입술에 루즈도 칠해보고 포토스티커 사진도 찍어봅니다. 세경에게는 이 모든 게 새롭고 즐겁습니다. 게다가 발랄한 정음이 언니와 함께니까요.



그리고 두 미녀는 노래방에 들어갑니다. 노래방도 처음은 세경은 그저 아빠가 자주 불렀던 '칠갑산'을 부릅니다. 노래방에서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주로 해왔던 정음은 세경의 칠갑산을 중단시키고, 신나는 댄스 음악에 맞춰 활기찬 춤을 선보입니다. 세경은 그렇게 재미있게 놀 줄 아는 정음이 언니때문에 즐겁습니다.





바로 그 때 정음에게 전화가 옵니다. 그 전화는 바로 세경은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지훈이. 지훈은 정음에게 "내 목소리가 듣고 싶었을거같아서"라고 운을 떼면서 좀 보자고 합니다. 마침 그 때 노래방 기계에서 나온 노래. 그리고 정음이 지훈이 전화를 받으러 나가서 세경이 부르게 된 노래는 일기예보의 '인형의 꿈'입니다.

'그대 먼 곳만 보네요. 내가 바로 여기있는데, 조금만 고개를 돌려도 날 볼수 있을텐데 처음엔 그대로 좋았죠. 그저 볼 수만 있다면 하지만 끝없는 기다림에 이제 난 지쳐가나봐.
한걸음뒤에 항상 내가 여기있었는데, 그대 영원히 내 모습을 볼 수 없나요. 나를 바라보며 내게 손짓하며 언제나 사랑할텐데'

정음의 말대로 세경은 이제야 사랑과 커피에 눈에 뜬 아이입니다. 하지만 그 풋풋해야할 사랑의 시작은 처음 아메리카노를 마실 때처럼 쓰디쓸 뿐입니다.
정음에게는 늘상 연락오고 항상 만날 수 있는 이지훈은 세경에게는 그저 끝없는 기다림의 존재입니다. 세경이는 지훈이 잠시 자고 있을 때 그를 깨우지 않고 그가 일어날 때까지 기다려주는 이 세상 최고 바보입니다. (보면서 순간 저도 모르게 으이그 저 바보.멍충이하면서 봤지요) 하지만 그런 세경을 지훈은 못알아보고 그냥 가버려 결국 세경은 쪽지 한장만 남기고 그를 먼발치에서 바라만 보는 인형입니다.



지금까지 '인형의 꿈'은 제가 아끼는 너구리 인형들의 주제곡이라면서 코믹하게 생각했습니다. 가사는 아주 처절하지만요.ㅡㅡ; 하지만 지금 인형의 꿈을 듣고 있으면서 왜이리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 '인형의 꿈' 노래만 들으면 슬퍼질 것 같습니다. 생각해보니 그건 세경이뿐만이 아니라 제가 그동안 해왔던 사랑이었습니다. 그저 멀리서 바라만 봤을 뿐인데, 결과는 참 처참했던 짝사랑. 그래서 상처도 많이 받았고, 그것때문에 사람이 많이 변하기도 했습니다. 제가 좋다는 남자들에게 아픔을 준 적도 있었구요.

지훈이를 만나기 위해서 급한 약속이 있다고 나중에 또 만나서 재미있게 놀자는 정음과 헤어지고, 집으로 돌아온 세경. 마침 아까 먹다 남은 차디 찬 아메리카노가 있었습니다.

불이 다꺼진 아무도 없는 집에서 세경은 계단에 홀로 앉아 아메리카노를 마십니다. 그 때 정음과 알콩달콩 즐거운 시간을 보낸 지훈이 들어와서 뭐하나고 묻습니다. 무뚝뚝한 세경은 그저 아무것도안한다라고 했죠. 네 주인만을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인형은 그렇습니다. 단지 꿈에서나 주인과 이야기할뿐이죠. 하지만 그 후의 아픔은 지훈은 알 수 없을 뿐이지만요.
커피를 그냥 사서 그냥 마시고 있는 세경이 의아한 지훈은 '아메리카노. 내가 좋아하는 커피네'하고 자기 방으로 가버립니다.
그 말을 듣고 세경은 그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단숨에 들이킵니다. 이제 세경은 계속 그 쓰디 쓴 아메리카노를 마실겁니다. 같은 집에 살아도 매일 지훈이에게 따뜻한 집밥을 차려주고 그의 옷을 빨아주면서도 그저 볼 수만 있어도 좋은 지훈이가 보고 싶을 때마다요.



하지만 그렇게 사랑때문에 아파하는 세경이도 지금 본의아니게 어떠 한 누군가에게 쓰디쓴 외사랑이라는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후에 세경이 지훈이를 보면서 아파하는 것처럼 세경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는 준혁은 왜 세경이 누나는 왜 그토록 지훈이 삼촌만 바라보나고 그녀에게 울부짖을 겁니다. 하지만 세경은 알 수 없다고 할 겁니다. 왜나하면 세경의 마음은 작은 인형처럼 지훈만을 향해있을거고 앞으로도 계속 그렇게 있을 것 같기 때문입니다.
월 200만원과 동생 신애하고 편히 살아갈 수 있는 좋은 조건도 마다하고 결국 지훈이를 지키기 위해서 지훈이네 집에 남아있던 거구요.  



비록 크리스마스 때 준혁의 어깨를 잠시 빌리기도 했지만, 오로지 세경의 마음 속에는 지훈이뿐입니다. 그래서 준혁이도 참 안타깝습니다. 하지만 전 웬지 세경이를 보면 제가 예전에 짝사랑하던 모습이 생각나 그저 지훈이와 잘되길 바랄뿐입니다. 비록 세경이 옆에는 준혁이 있다고 하나, 결국 세경이를 진정으로 행복하게 해줄 수 있는 남자는 세경이가 언제까지나 기다릴 수 밖에 없는 지훈이뿐인 것 같습니다. 부디 세경이는 저처럼 사랑은 달콤한게 아니라 쓰디 쓰다고 시니컬하게 대답하는 여자가 되지 않기를 바라며. 그리고 세경이에게 아메리카노는 쓰디쓴 첫사랑의 추억이 아니라 심플하고 커피 본연의 맛을 즐기는 지훈이와 연결되는 고리가 되었으면 하구요.

로그인이 필요없는 추천은 세경이의 쓰디쓴 기다림을 끝내게 하는데 약간이라도 도움이될지도 모르겠습니다.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