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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뿌리깊은나무 사대부만을 위하는 정기준vs백성이 보인다는 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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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왕권이 아닌 여러 학식있는 사대부들이 주축이 되어 나라를 다스리는 삼봉 정도전과 정기준(윤제문 분)의 대의는 그 전의 시대상을 비교해보면 가히 획기적인 사상이었다. 만약에 이도 세종(한석규 분)이 없었더라면, 아니 이도가 깨어있는 군주가 아니었더라면 정기준이 쿠테타를 일으켜 삼봉 정도전의 뜻에 걸맞는 조선을 세운다고해도 그리 나빠보이지는 않는다. 

허나 결국 조선은 삼봉 정도전이 일부 뜻하는 대로  왕이 아닌 사대부들이 권력을 장악하게 되었다. 하지만 정도전이 원하는 것은 일부 사대부의 독점에 의해 조선이 피폐되는 것이 아니었다. 다만 삼봉 선생은 뛰어난 재상이 보다 효율적으로 조선을 잘 다스릴 것이라고 강하게 믿고 있었을 뿐이다. 본인 손으로 태조 이성계를 도와 이씨 조선을 세웠는데 제 아무리 이방원이 자기를 죽였다고해도 조선이 망하길 바라는 정도전이 아니었다. 자신의 권력욕때문에 정도전을 포함 자기에게 반기를 드는 사람에게 칼을 겨눈 이방원은 잘못이지만 그렇다고 이씨 조선을 부정하는 것은 정도전 본인 자체를 부정하는 꼴이다. 

그의 뜻을 이어 밀본의 3대 수장을 맡게된 정기준 또한 조선을 위한 그의 충정은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 또한 오랜 기간 백정으로 몸을 숨기며 조용히 때를 기다려온 것은 다 백부의 뜻을 받들어 선비가 뿌리가 되는 새로운 조선을 만들기 위함이다. 그가 권력욕이 강해서, 이씨 조선이 아닌 정씨 조선을 만들기 위해서? 물론 재상이 되어 모든 것을 자기 뜻대로 좌지우지하는 권력에 대한 욕심이 가장 컸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백부 정삼봉의 밀본 지서에 있는 말처럼 왕은 꽃일 뿐이고, 사대부가 뿌리가 되고 재상이 실질적인 권한을 맡는 정치가 옳다 여겼기 때문이다. 

정기준 역시 백정 가리온으로 수십년을 살면서 천민을 포함한 밑바닥 조선백성들의 애환과 어려움을 몸소 체감하고 있을 것이다. 한 때 조말생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 뻔 하였을 때 그는 강채윤(똘복)에게 "나는 천한 백정이기 때문에 자칫하면 억울하게 죽을 수 있다"는 호소를 한다. 그건 왕 다음으로 가장 높은 지위에 있었던 정기준이 조선의 법이 사대부가 아닌 백성에게는 상당히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있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 

 


하지만 정기준은 백정으로 일하면서 보통 백성들의 억울함을 잘 알고 있어도, 정작 그들이 '무식'해서 생기는 가장 근원적인 고통은 십분 이해하지 못한 듯 하다. 거기에 한 때 자신이 변장했던 백정들이 글을 통해 양반 혹은 관료로 신분이 상승하는 것까지는 원하지 않았다. 그도 그럴것이 정기준은 오직 사대부만이 정권을 장악하는 조선을 꿈꾸웠기 때문이다. 오히려 조선의 뿌리를 지탱해줄 사대부들이 늘어나면 몇몇 사대부들이 독점하여 나눠먹을 수 있던 이권이 줄어듬에 따라 서로 권력 다툼만 일어날 것이고 조선은 혼란에 빠질 것이다. 그래서 정기준의 주장하는 뿌리는 그 이전보다는 훨씬 광범위해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소수의 기득권층을 위한 나라로 보여진다. 만약에 정기준이 그동안 백정으로 살면서 양반이 아닌 평범한 백성들의 애환을 이해했다면 그들이 평생 무식한 백성이 아니라 글도 배우고, 공부도 하고 똑똑해지기를 원했을 것이다. 지금까지 백정을 포함한 백성들이 억울하게 당한 것은 그들이 평민 이하라기보다는, 글도 모르고 아무것도 모르기 때문에 계속 억울하게 당하고 사는 것이다. 

반면 정기준처럼 한번도 시장통은 물론이거니와 백성들과 부대끼면서 산 적도 없는(물론 평민으로 위장하여 민심은 두루두루 살폈다) 이도는 이와같은 백성들의 고충을 백정으로 수십년을 산 정기준보다 더 명확하게 간파하고 있었다. 비록 아버지 이방원과는 달리 경연을 자주 열고, 젊은 사대부들을 양성하여 왕을 간언케하였다고 하나 세종의 본심은 여전히 왕 중심으로 돌아가는 조선이었을 지도 모른다. 새로운 문자를 통해 백성들이 글을 알길 원하는 것은, 보다 많은 백성들이 자신이 편이 되어 왕을 강력하게 지지할 수 있는 세상을 원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어떤 또다른 이유가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백성들이 (글자를 통해 세상을) 눈뜨게 하기 위해서 훈민정음(한글)을 지은 이도는 세상의 그 어떤 왕보다 훌륭하다. 1400년대 뿐만 아니라 그 후대 역사에도 대다수의 국민들이 똑똑해지길 원하는 지도자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들의 본 뜻도 다 나라를 위해서임이지만 결과적으로는 다 본인과 주위 소수의 이익만 챙겨간 꼴로 보여진 적도 많았다. 백성들이 똑똑해지면 자연스럽게 왕과 지도층을 감시하는 눈도 많아질 것이고, 이래저래 자신이 하고자하는 일에 제약도 생기게 된다. 

 


하지만 세종은 다 백성들을 위함에서 글자를 만들었지만, 그렇다고 왜 유교의 도리에 맞지 않게 시체를 해부하나는 성삼문, 박팽년의 반발에 "설명할 수 없다"라고 호통을 치다가 결국 소이 말을 따라 기존의 논리에 따른 이해로서는 설득하기 어렵지만, 왜 내가 시체를 해부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조근조근히 설명하였다. 자연의 이치에 따라 글자를 만들고 싶었고, 이건 다 백성을 위하는 길이다라는 이도의 진심에 그간 이도에 반기를 들었던 성삼문, 박팽년은 물론이고 시체 때문에 혼절까지한 궁녀들까지 눈물을 흘리는 진풍경이 이뤄졌다. "어떻게 왕이 천한 백성도 하지 않는 시체 해부를 할 수 있어요" 라고 경악하면서 반발을 하던 이들이 진짜 백성들을 위해 노력하는 세종의 뜻을 진정으로 이해하게 된 것이다. 

 


허나 사대부가 뿌리가 되어라, 왕이 아닌 선비들 중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으로 배출된 재상이 힘을 가져야 한다는 사대부들에게 정말 잘 먹히는 사상을 가지고 있었던 정기준은 정작 자신이 밀본 3대 수장이라는 것을 명확히 밝힐 수 있는 밀본 지서가 없다는 이유로 혜강 선생을 포함한 이신적에게조차도 불신을 받는다. 확실한 증거가 있을 때 정기준 너를 밀본 수장으로 인정할게로 돌아가는 판국이다. 그들 입장으로서는 그동안 수십년을 숨어지내다가 갑자기 "내가 정기준이요" 라고 나타나는 백정 가리온을 단박에 믿을 수는 없다. 

반면 세종은 "왜 중화질서를 배반하는 새로운 글자를 만드나"는 성삼문으로 대변되는 반대파의 공격에 그들마저 절로수긍할 수 밖에 없는 엄청난 글자의 위력을 보여주었다. 그렇기 때문에 성삼문, 박팽년 그리고 그간 왕을 도와 한글을 만들었던 정인지와 궁녀들 또한 해부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이도의 깊은 뜻에 감복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 외에도 수많은 반발 속에서도 백성을 위해 글자를 만드는 세종의 야망은 우리의 소리들로 근거를 한 훈민정음을 금세 따라하면서 글자를 터득한 수많은 백성을 통해 그의 진심을 증명할 수 있다. 하지만 오직 몇몇 사대부를 위해 수십년간 칼을 갈아온 정기준의 조선 사랑은 기껏해야 종이 한장에 적혀있고 본인 입으로도 술술 나오는 문구만 적혀있을 뿐인 '밀본 지서'가 아니면 입증할 수 없다.

 


또한 세종의 글자는 몇몇 기득권층의 거센 발발을 제외하면 결과적으로는 당대 백성들을 위함이라기보단 21c를 살고있는 후대의 국민들까지 널리 이롭게 하였다. 허나 일부 선택받은 사대부가 뿌리가 되어야한다는 정기준의 밀본은 그 뒤 정도전 선생의 본래 취지와는 맞지 않게 변절되어 소수 권력욕에 눈이 먼 선비들에게 약용되어 결국은 조선을 망치는 원인이 되었다. 그래서 결국은 사대부만 뿌리가 되어야한다는 정기준과 몇몇 선비가 아닌 모든 백성들을 뿌리로 바라본 이도와의 싸움에서 이도가 웃게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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