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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남과 봐줄 건 매력밖에 없는 평범녀(?)의 운명같은 사랑. 현실에서는 일어날 수 없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이상하게 드라마에서는 자주 애용되는 소재이긴 합니다. 이제 여기서 한 단계 진화하여 돌아온 싱글(돌싱)과 총각 재벌후계자의 사랑 이야기가 안방 극장을 점령하고 있지요. 거기에다가 이제는 고3 재벌남과 임용고시를 준비하는 88만원 세대가 라면을 둘러싸고 티격태격 러브 스토리까지 이어지는 판국입니다.
중년 여성들의 판타지를 자극하는 드라마가 공중파를 싹쓸이하고 있는 지금, 정일우를 앞세워 10대, 20대 젊은 여성들의 마음을 흔들리는 스토리라서 그럴까요. 일단 <꽃미남 라면가게>는 케이블에서 방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괜찮은 편입니다. 케이블tv 특성상 표면상 나오는 수치보다 체감 시청률이 더 높은 편이구요.
극 중에서 남자 주인공인 차치수(정일우 분)은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이라고 불리는 차성 그룹 후계자입니다. 얼굴도 잘생기고 돈도 많지만 성격이 제멋대로이고 머리가 좀 좋지 않다는 것이 흠이죠. 반면 여자 주인공인 양은비(이청아 분)은 말 그대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발버둥치는 전형적인 20대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과거 촉망받는 배구선수에 태어날 때부터 '욱'하는 성질을 타고 났으나, 안정적인 직장인 교사가 되기 위해서 츄리닝으로 연명하면서 공부에 매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원래 이어질 인연이기 때문에 양은비가 공부하는 노량진의 한 고시학원 화장실에서 운명적인 첫 대면을 한 이들은, 양은비가 차치수 아버지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에 교생으로 실습나감에 따라 정식으로 마주하게 됩니다. 하지만 태생적인 싸가지 차치수와 욱녀 양은비의 만남이 썩 좋을리가 없습니다. 서로 아웅다웅 으르렁 거리던 이 두 남녀의 관계는 결국 차치수가 양은비를 좋아 쫓아다니는 것으로 이어졌습니다. 그 사이 돌아가신 양은비 아버지의 유언을 받아 양은비 아버지의 라면 가게와 양은비를 '마누라'라고 부르는 키가 삼척만한 꽃미남 최강혁(이기우 분)까지. 양은비를 둘러싼 차치수와 최강혁의 삼각관계는 tv로 지켜보는 여성 시청자들의 질투를 자극하기까지 합니다.
네 현실에서는 결코 일어날 수도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와같은 말도 안되는 이야기가 대한민국 여성들의 눈만 하릴없이 높였다는 지적이 봇물을 이루기도 하구요. 하지만, 연이은 비판에도 불구하고 모든 것을 다 가졌으나 까칠하기 짝이 없는 남자와 그 남자 앞에서도 당당해질 수 있는 여성과의 러브스토리는 수십년간 이어져오면서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습니다.
만약에 <꽃미남 라면가게>가 케이블이 아닌 공중파에서 방영되었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인기를 누렸을 것이라는 예상도 나올 정도입니다. 좀 식상하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드라마 주요 시청자인 여성들이 좋아하는 내용이니까요.
극의 중심이 되는 주연배우의 연기도 만족스러운 편입니다. 과거 <거침없는 하이킥>으로 신드롬에 버금가는 큰 사랑을 받았던 정일우는 오랜만에 본인에 딱 맞는 역할을 맡게 되었습니다. 마치 정말 차치수가 된 것처럼 능청스럽게 까칠하지만 알고보면 매력많은 고등학생 재벌남에 완벽히 빙의되어 기대했던 바 보다 100%이상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늑대의 유혹>에서 강동원의 사랑을 한 몸에 받은 적이 있던 이청아 또한 억척스럽고도 사랑스러운 88만원 세대판 신데렐라로 적격이기도 하구요. 그리고 이청아를 둘러싸고 정일우와 한판 매력대결을 펼칠 이기우도 그의 넓적한 태평양 어깨만큼 보는 그 자체만으로도 훈훈하구요.
고교생과 88만원 비정규직과의 사랑, 라면가게를 둘러싼 사랑쟁탈전으로 차별화해냈다고 하나, 돈많고 매력이 철철 넘치나 싸가지없고 사랑과 인간에 대한 배려가 뭔지도 모르는 고등학생 차치수는 <꽃보다 남자>의 구준표를 연상케합니다. 잘생긴 미남들이 음식을 만들고 서빙을 하는 장면은 <커피프린스 1호점>, <파스타>에서부터 내려온 계보이기도 하구요.
스토리도 뻔히 예측가능할 정도로 어디서 많이 본듯한 전개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21일 방영분에는 얼마전 양은비를 야멸차게 뻥 차버렸던 전 남자친구가 다시 찾아왔더군요. 아마 그 과정에서 전 남자친구에 대한 양은비의 마음이 흔들리는 과정에서 그동안 앙숙으로 지냈던 양은비와 차치수의 사랑은 무럭무럭 자라게 될거구요.
어차피 <꽃미남 라면가게>는 현실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꽃미남들을 대거 출연시켜, 말도 안되지만 여성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꿈꿀 만한 판타지를 자극하기 위하여 작정하고 만든 드라마입니다. 딱히 새로운 특별함도 없고, 어떻게보면 우연과 개연성이 부족한 지극히 만화같은 스토리에 유치하기 짝이 없지만 <꽃미남 라면가게>는 그럭저럭 괜찮습니다. 아니 말도 안되는 막장으로만 판을 치는 요즘 공중파 드라마를 비교하면 유치하다고 해도 발랄하고 유쾌한 재미가 돋보이는 <꽃미남 라면가게>의 손을 들어주고 싶을 정도입니다.
드라마를 넘어 서울 시내에서 훤칠한 꽃미남들을 전면 등용한 식당들이 문전성시를 이루고, 단순히 신데렐라 양성을 넘어 과부 혹은 이혼녀가 된 여성과 잘생긴 재벌남의 결혼을 통해 여성들의 잠재된 욕망을 대신 충족시켜주는 판타지가 계속해서 성공을 거두는 세상입니다. 이 흐름이 완전히 멈추지 않는 한, 이후에도 여기서 살짝 변형된 이야기가 나오고, 또 많은 여성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겠지요. 이래저래 작품 완성도를 떠나 잘생기고 매력있는 정일우와 이기우 덕분에 눈은 참 즐거운 드라마임은 틀림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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