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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승승장구 상처입은 호랑이 임재범. 음악으로 비상하고 싶은 진심어린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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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재범.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최고 로큰롤 대디라는 거창한 타이틀뿐만 아니라 그의 이름에서도 느껴지는 호랑이의 기운과 몸에서도 느껴지는 로커로서의 야심만만한 패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숱한 기행과 루머. 여러모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인물은 아닌 듯 합니다. 그랬던 그가 <나는가수다> 단 한번의 출연 이후 그를 향한 편견을 깨고, 다시끔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게 되었고, 그 힘을 의지하여 그의 노래인 '비상'의 가사처럼 다시 세상으로 한발자국씩 다가가고자 합니다. 


원래 그는 범이 아니라 곰이였다고 합니다. 다만, 나이가 들면서 살이 빠지면서 호랑이를 닮아가는 외향과 이름때문에 호랑이라고 불린 것이지요. 거기에다가 1985년 헤비메탈 그룹 '시나위' 보컬로 데뷔했을 때만 해도 그는 미성이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점점 진짜 호랑이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세상과 소통을 거부하고 깊은 산속에 은거하면서, 툭하면 사람을 괴롭히는(?) 괴짜 호랑이로 소문나 있었습니다. 사실 그가 그동안 보여줬던 행동은 그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지금처럼 그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어줄 기회조차 없었기에 임재범이 왜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지, 그의 눈높이에서 이해해줄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계속 이어지는 손가락질과 루머가 임재범을 세상으로 쉽게 나올 수 없는 기인으로 고착화시킨 셈이죠. 

 



허나 오래전 부터 임재범과 친분이 있었고, 그를 잘 아는 지인들인 탁재훈과 김형석은 속 마음과는 달리 세상과 융합할 수 없고, 그 자리만 맴도는 임재범이 참으로 안타까웠을 법도 합니다. 그를 말려도 보지만 세상을 향한 임재범의 분노와 증오는 쉽게 수그러들지 않았습니다. 세상에 대한 상처는 고스란히 보통 사람들은 더더욱 이해하기 힘든 기행과 종교에 빠져들게 하였고, 도리어 임재범을 지치게 합니다.

그러기를 수십년 반복한 끝에 결국 임재범은 세상 속으로 뛰어들기로 결심합니다. 그가 다시 정신을 차린 것은 가족때문이었습니다. 부인은 암으로 투병생활을 하고 있었고, 아빠로서 딸아이가 원하는 것을 마음껏 못해주는 것이 못내 미안했다고 합니다. 그렇게 용기내어 다시 무대에 섰고, 여전히 세상 사람들은 돌아온 호랑이에게 큰 박수로 열띈 환호와 격려를 보내주었습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과거 임재범의 기행과 루머, <나는가수다> 출연 이후의 몇몇 불미스러운 일과, 최근 <바람에 실려>에서 보여진 잠적 해프닝과 김영호와의 다툼 등을 거론하면서 그를 힘들게 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그 당시에도 임재범은 많이 불안한 상태였습니다. 워낙 오랜만에 그토록 나가고 싶어했던 세상에 뛰어 들었기에, 쉽게 다른 사람과 어울리는 법도 서툴렀고, 그를 잘 모르는 타인에게 자신의 속마음을 어필한다는 과정도 결코 쉽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바람에 실려> 녹화 이후 한 달여간의 휴식 시간을 갖고, 자기 자신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보았다고 합니다. 

원래 임재범은 시작도 로커였고, 그 이후에도 계속 로커로서 음악 생활을 하고 싶어했습니다. 그러나 세상은 그에게 로커로서만 원없이 살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습니다. 보통 사람같으면 뒤에서 누군가가 손가락질을 하든말든 철면피를 깔고 그냥 가던 길을 계속 갈 수도 있었지만, 의외로 타인의 지나가는 비이냥에 쉽게 상처를 받았던 임재범은 스스로 '배신자'라면서 자기 자신을 옮매었습니다. 

로커로서 자존심을 지키지 못했다는 회한은 고스란히 자학과 동물에 대한 분풀이로 이어지게 되었고, 그는 모든 것을 포기하고 수도 없는 잠적을 이어나갑니다. 그렇게 잠적과 복귀를 반복하는 동안, 임재범은 자신과의 싸움에서 참으로 외로웠습니다. 탁재훈, 김형석, 신대철, 김도균 등 알고 지내는 이는 많았지만 자존심 때문에 남과 어울려서 자신의 분노를 자연스럽게 배출하기보다, 외계인, 샤머니즘 등 도저히 남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심오한 사상에 빠져들게 됩니다. 

하지만 임재범 스스로 자신을 돌이켜보니, 그는 돈에 대한 욕심도, 가수로서 성공해야겠다는 욕망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인기에 대한 갈망도 그 누구보다 컸습니다. 가수라면 누구나 꿈꿀법한 '그래미상'을 타겠다는 희망도 있었습니다. 다만 '로커'라는 자존심과 지기 싫다는 필살기가 그걸 억지로 억누르고 애써 아닌 척을 했었던 것 뿐이죠. '아닌 척'이 더욱 그를 힘들게 하였고 고스란히 그의 진짜 의도와 상관없이 진정으로 바라는 것들과 멀어지게 하면서 계속 거짓된 삶을 반복하게 만들었던 것이죠. 

그렇게 임재범이 임재범을 생각하는 계기를 갖고 난 이후 그는 이제야 드디어 자신이 가진 욕망을 있는 그대로를 편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그동안 쉽게 꺼낼 수 없었던 자신이 인위적으로 만들어 놓은 틀을 깨트려 놓은 것이죠. 그러니까 세상이 보이고, 그동안 자신을 걱정하던 지인과 팬들이 보이고, 로커로서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향이 보였습니다. 평생 음악을 해야하고, 하고 싶어하는 임재범에게는 그야말로 더할 나위없는 더 큰 세계로 나아갈 수 있는 비상의 계기를 만난 셈이죠. 



임재범은 그 어느 가수보다도 타고난 악기가 좋았습니다. 성대도 남들보다 컸고, 호흡과 발성 모두 좋은 소리를 내는데 최적화가 되어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대와 소리를 가지고 있어도 결코 그는 자신의 목소리에 만족하지 못했습니다. 본인 스스로도 건방질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그는 더 좋은 소리를 내기 위해 부단히 자신에게 채찍질을 가했습니다. 그게 바로 오늘날 가수 임재범의 노래에 원숙미와 깊이를 가져다준 음악적 원동력이 된거죠. 


과거 자신의 이야기만 하려고하고,  자신만의 생각에만 빠져있으면서 본의 아니게 많은 이들과 본인 또한 상처를 입을 수 밖에 없었던 고독한 호랑이 임재범은, 지금은 남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주고, 아직은 서툴지만 자신이 현재 놓여진 상황과 주제에 맞게 임재범의 '진짜 모습'을 펼쳐보이는 훌륭한 로커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래서 그간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으면 진심으로 반성하고, 솔직한 자신의 모습을 보이고자 하는 소통을 보였습니다. 또한 그가 로커 데뷔 때부터 남몰래 간직하던 '그래미상'에 대한 희망도 조심스럽게 내비치고 있습니다. 





여러모로 그간 잘 알지 못했던 임재범의 보다 솔직한 이면에 대해서 가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동안 분노만 일삼았던 세상을 이해하고, 대화와 반성을 통해 서서히 사람들의 사는 곳으로 한걸음 다가고자하는 로커 임재범입니다. 

이제는 그를 이해하고 지지하고자 하는 분들도 많은 만큼 자신을 향한 어두운 편견과 고통을 초월하고 , 오랜 목표 그래미상을 향해 날아오를 수 있도록 앞으로도 좋은 음악 많이 들려주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이미 타인 특히 이방인에게는 쉽게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 영국인들도 노래 하나만으로 열광시키는 마성의 소유자 임재범 아닌가요. 끊없는 방황 중에도 '록'에 대한 열정과 끈 하나는 놓지 않고 계속 채찍질하면서 힘든 시간을 견뎌낸 타고난 소리꾼 임재범이기에, 지금처럼 세상과 대중을 향해 꾸준히 달린다면 꼭 그 '꿈'은 반드시 이뤄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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