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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정기준(윤제문 분)은 이도(한석규 분)에게 내가 정기준임을 밝히고, 이도와 피튀기는 치열한 토론을 벌였습니다. 자신의 말이 맞다면서 서로를 설득하기 위해 한 치의 양보도 없는 불꽃튀는 논쟁이었습니다. 

 


정기준은 자신을 숨기기 위하여 수십년간 백정 가리온으로 살면서 제대로 '친서민 코스프레'를 몸소 행하였지만, 그는 오직 사대부가 중심이 되는 조선만을 염두에 둘 뿐입니다. 물론 그 역시도 조선과 백성을 사랑하는 지도자이긴 합니다. 다만 그에게 백성은 글을 통해 자기 수양을 거듭하여 능력있는 사대부들이 보호해줘야하는 어리석고 천한 백성에 불과할 뿐이죠. 비록 몸은 백정이나 상위 1%의 마인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기준은 백성들이 새 글을 알고 똑똑해지면 그동안의 성리학의 엄격한 신분질서가 무너지고, 조선은 혼란에 빠질 것만 걱정하고 있습니다. 그 때문에 정기준은 어떻게해서든지 새 글을 막아야합니다. 그래서 그는 그 첫번째 타켓으로 세종의 여러 아들 중에서 한글 창제에 깊숙이 관련된 광평대군(서준영 분)을 살해합니다.(실제 광평대군은 세종의 한글 반포 전에 요절하였습니다 ㅠㅠ)

 


밀본 정기준에게 가장 아끼는 광평대군을 잃은 이도는 미쳐버린 나머지 자신의 편전 안에서 목놓아 절규합니다. 정말 정기준의 말대로 자신이 백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미워하였던 것이 아니나면서 울부짖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이 글자 때문에 아들 광평대군을 포함하여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희생하였습니다. 모두를 위해서 힘겹게 만든 글자가, 급기야 아들까지 죽이자 이도는 혼란에 빠집니다. 이렇게 광평을 죽임으로서 어떻게든 해례(한글)을 막아보자하는 정기준의 첫번째 '꼼수'는 일단 표면적으로는 성공한듯 합니다. 이도 또한 오늘 펼쳐질 <뿌리깊은 나무>에서 한글 창제에 깊숙이 관련되어있는 소이(담이, 신세경 분)과 강채윤(똘복, 장혁 분)을 밀본으로 의심하여(?) 고문을 하고 옥에 가두게 되니까요.

이도에게 어떻게든 새 글을 막을 것이라면서 전면전을 선포한 이후, 바로 세종이 사랑하는 광평대군을 죽이고 이도를 미쳐버리게 만든 이후, 그리고 새 글을 위해 힘을 합하던 자들끼리 의심하게하여 와해시키고자하는 정기준의 전략은 참으로 무섭습니다.  거기에다가 정기준은 늘 자신의 옆에 대기하고 있는 개파이로 상징되는 외래세력까지 끌어모으고자 합니다. 

말로는 조선을 사랑하고, 백성을 사랑하는 사대부 정기준입니다. 그는 결코 사대부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새 글을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합니다. 그는 성리학의 질서의 조화와 균형을 위해 사대부가 중심이 되어야하고, 오히려 백성들이 글을 알게 되면 백성들의 욕망의 통치 체계를 무너뜨러 더 큰 혼란을 초래하기 때문에 막아야한다고 봅니다.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 입장에서는 그저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이 무너질까봐 무작정 백성들이 새 글을 아는 것을 반대하기 위해 갖은 꼼수와 무리수를 동원하는 한심한 무리들에 불과합니다.

 


그동안 지금보다 더욱 강력하게 상위 1% 사대부가 중심이 되는 조선을 만들기 위해 백정으로 위장하고, 대리인을 시켜 서서히 이도의 은밀한 작업을 방해해온 밀본과 정기준은 이제는 급기야 이도가 가장 아끼는 광평대군을 죽이고 이도의 정신줄을 놓아버리게 만듭니다.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온 광평 앞에서는 한 나라의 국왕으로서 애써 가슴 깊숙이 차오르는 슬픔을 꾹꾹 참아보지만, 결국 그동안의 쌓았던 모든 분노와 광기가 폭발해버린 이도는 현재 통제불가능 상태로 보여집니다. 모두를 위해서 만든 글자가 자신의 아들과 신하마저 죽였습니다. 급기야 정기준의 앞에서는 바로 반박을 하긴 했지만, "백성을 사랑하지 않는다."는 말에 충격을 받은 이도입니다. 그 누구보다도 백성을 사랑했기에, 그 백성들이 똑똑해져서 사대부의 횡포를 막고 나라의 균형을 바로잡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힘겹게 만든 한글입니다. 실제 세종대왕이 백성들이 똑똑해지고, 사대부와 권력의 조화를 이루라는 마음에서 한글을 만들었는지까지의 의도는 알지 못하지만, 어찌되었던 <뿌리깊은 나무> 속 이도는 백성을 위해 더욱 뿌리가 튼튼한 나무 조선을 세우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글을 만들었습니다.

백성들 스스로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만든 글자가 알고보니 백성들의 목숨을 위협하는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 있다는 위협을 느낀 순간 이도는 자신이 글자를 만든 행위를 잠깐 후회도 하고, 실성도 하면서 서서히 미쳐갑니다. 하지만 이도는 곧 정신을 차리고 어떻게해서든지 조금이라도 백성들이 기득권의 부조리함과 부패에 대항할 수 있는 힘을 가지는 힘 글자를 세상에 내놓을 것입니다.  

정기준은 말로는 조선과 백성을 위해서라지만, 백성들이 아는 게 많아지만 자신들만의 공공연한 상위 리그가 무너질 수 있다는 불안감에 무조건 막기 위해서 갖은 '꼼수'와 '무리수'를 동원합니다. 하지만 제 아무리 광평대군을 살해하고, 이도의 마음을 흔들린다고 한들, 백성이 중심이 되어 보다 깨끗한 나라를 만들고자하는 새롭게 일어나고 있는 변화의 흐름은 막을 수 없는 법입니다. 적어도 <뿌리깊은 나무> 속에서 한글은 세종이 백성이 귀찮아 만든 취미생활의 습작이 아닙니다. 이제 한글은 이도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을 넘어 노비 출신 강채윤으로 대변되는 백성의 것이 되어버렸습니다. 다만 백성이 중심이 되어야 뿌리가 깊은 조선을 만들 수 있다고 알아차린 이도가 자신의 아들까지 걸고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 자신의 몸을 맡겼을 뿐입니다.

 


"사극은 어느 시대를 쓰는지가 아니라 어느 시대에 쓰는지가 중요하다"는 말이 있습니다. <뿌리깊은 나무>는 비록 30~40%을 넘나드는 대박 시청률까진 기록하지 못하고 있지만, "뿌나 마니아'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네티즌들에게 이 시대 최고 명품 드라마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배경에는 한석규, 윤제문 등 눈을 뗄 수 없는 절정의 물오른 연기와 미국드라마 빰치는 긴박하게 흘려가는 전개와 반전의 반전의 거듭하는 섬세한 연출력이 한몫을 했겠죠. 하지만 비록 전제왕권 조선 초의 이야기를 다루면서도, 백성을 진정으로 사랑했고 그렇기 때문에 백성이 진심으로 똑똑해져서 그들이 국정 전반으로 나서주길 바라는,  21c 대한민국에도 유효한 지도자상을 제시한 <뿌리깊은 나무>입니다. 진심으로 백성들이 중심이 되어 균형 조화를 이루는 이상국가를 꿈꾸는 왕을 연기한 한석규의 탁월한 내면 연기에 더 큰 공감대를 형성하고, 어떻게든 백성들이 글자를 아는 것을 막고자 안달이 난 정기준을 손가락질 하면서, 윤제문의 어디서 많이 봄 직한 실감나는 악역 연기에 더 큰 박수를 보내는 것 같습니다.

마치 이건 조선 세종대를 배경으로 작가의 상상력이 더해진 픽션 드라마가 아니라 현재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들이 살고있는 21c 대한민국 정치판을 보는 듯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해서든지 아바마마의 대의를 위해 죽음 앞에서도 의연한 광평대군의 안타까운 죽음. 아들의 비명횡사에 눈에 핏발을 세우며 절규하는 석규 세종의 아픔이 단순히 드라마 주인공 속 연기가 아닌 우리 시청자들의 고통과 슬픔으로 고스란히 다가옵니다. 그래서 이 시대 최고 연기 본좌 한석규와 윤제문을 앞세운 불꽃 튀는 가상 대결은 드라마가 끝나는 날은 물론, 그 이후에도 오랫동안 우리 시청자들 가슴에 회자될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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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윤제문 분)은 양반 사대부임에도 불구하고 수십 년 간을 백정 가리온으로 몸을 숨기면서 살아왔습니다. 그 와중에 천민으로서 양반들에게 몸을 낮춰야했고, 양반들의 횡포에 억울하게 죽을 뻔 한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백정으로서 양반들로부터 온갖 무시를 받고 살아왔을 법한 정기준은 세종 이도(한석규 분)이 만들고 있는 한글의 우수성을 알자마자 무조건 새 글을 막아야한다고 분노를 금치 못했습니다. 

 

정기준이 한글을 막아야한다고 결론을 지은 이유는,  사대부가 사대부인 이유는 글을 알기 때문입니다. 글이야말로 사대부의 권력이요, 힘의 근거다. 허나 이렇게 쉬운 글자라면 조선의 모든 질서가 무너질 것이고, 이 조선의 뿌리인 사대부가 무너질 것이라는 염려만 가득찬 정기준입니다. 

그래도 양반 사대부임에도 불구하고 자청해서 백정 가리온으로 위장하였던 정기준인터라 내심 글을 몰라 고통받아왔던 백성들의 삶을 잘 알 것 같았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가 사대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조선을 만들고자하는 것도 결국은 모든 백성들이 아무 걱정없이 살 수 있는 태평성대를 구사하기 위해서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그래도 <뿌리깊은 나무>에서 주인공 세종과 맞서는 정기준은 자신의 욕심에 의해서 주인공을 괴롭히는 악역에 비해서 뭔가 다를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러나 정기준은 말 그대로 사대부를 위한, 사대부에 의한재상 총재제를 원했을 뿐입니다. 물론 재상 중심제를 통해 몇몇 사대부만 권력을 독점한다고 해도, 백성들이 글을 모른다고 해도 백성들이 살아가는데는 아무런 지장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 정기준 옆에 모여든 사대부들은 사대부로서 나라와 백성의 안위를 걱정하기보다, 자신들의 사대부의 지위와 당장의 사리사욕부터 챙기기 바쁜 탐욕스러운 자로만 가득 차 있습니다. 그동안 밀본 조직원임에도 불구하고 세종 이도에게 붙어 권력을 유지하던 이신적(안석환 분)이 다시 밀본에게 붙은 것은 오로지 권력욕 때문입니다. 단순히히 정기준에게 붙는 차원이 아니라, 밀본의 새로운 수장이 되어 재상 자리를 꿰차 더 많은 권세와 부를 누리고 싶은게   이신적의 야욕입니다. 이신적이나 심종수(한상진 분)이나 백성들의 삶보다 자신들이 당장 날 세금절약과 재정비축에만 관심을 두는 듯 합니다. 이런 이들이 권력을 잡는다 해도, 이도가 지배했던 조선만큼 태평성대를 구축할 것 같지도 않고, 오히려 백성들의 삶만 피폐해질 것 같은 걱정만 앞설 뿐입니다. 

 
정기준의 백부 삼봉 정도전이 재상중심의 조선을 원했던 이유는 왕 중심 지배체제보다 훨씬 더 나라를 안정적으로 다스릴 수 있다는 철학에 의해서입니다. 비록 사대부 내에서 찾아야한다는 한계점이 있지만, 왕실에서만 지도자감을 찾는 것보다 나라를 위해 일할 수 있는 똑똑한 인재를 발굴해낼 수 있다는 믿음이었습니다. 그리고 삼봉 정도전 선생은 '언로를 틔워 백성의 소리를 들으라" 라고 할 정도로 그 당시 사대부 기준에는 천하기 짝이 없는 백성들의 민심을 귀기울여 듣고자 하였습니다. 세종 이도(한석규 분)이 백정 가리온으로 변장한 정기준과 함께  정도전 그리고 정기준이 밀본 조직원들을 불러놓고 비밀 회동을 하던 바위에 앉아서 술 한잔 주면서 "(한글창제야 말로) 정도전 선생의 대의에 가장 부합되는 일이라는 것도 새 글을 만들면 보다 백성들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맥락때문이었습니다. 

 

 

반면 백부의 뜻을 받들여 밀본 삼대 수장 자리에 앉은 정기준은 사대부 중심 국가를 만들고자하는 목표는 있었으나, 백성들의 소리를 귀기울이라는 백부의 진정한 국가 철학을 헤아리지 못했습니다. 오직 사대부 권력이 흔들릴 것을 위험해서 백성들이 글을 아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기준입니다. 새 글을 통해서 백성들의 말로서 더욱 좋은 정치를 펼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그 소리를 막으려고 안간힘을 다 쓰고자하는 정기준입니다. 

 

도대체 정기준은 백정으로 살면서 글을 모른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죽음을 당하는 백성들의 고통을 헤아리지 못했을까요? 정기준 또한 조말생(이재용 분)에 의해 남사철 살해 시도 용의자로 내몰렸을 당시 힘없는 백성들은 양반의 한 마디에 처참하게 죽어야한다는 현실을 잘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말 뿐이었습니다. 정령 정기준이 글을 몰라서 백성들이 지배층에게 당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면, 권력을 잡으면 백성들의 권익 신장을 위해서 힘을  쏟아야겠지요. 허나 정기준은 오직 한글로 인한 지배층의 혼돈만 걱정하고 있었습니다. 백정으로 양반들에게 괄시당하면서도, 양반들의 지위 강화에만 더 큰 관심을 두고, '사대부 중심 나라'만 상상하고 있던 정기준입니다. 

 

수 십년 동안 백정으로 살아왔지만, 진짜 백정의 마음이 되지는 못한 정기준은 선거철에만 점퍼 차림으로 시장을 돌아다니고, 상인들과 약수를 하고 국밥을 먹는 정치인을 보는 듯 합니다. 말로는 백성들 가장 가까이서 그들의 삶을 체험했다고 하나 진정으로 백성들과 소통을 하려고 하지도,  백성들이 똑똑해지는  것을 두려워하는 정기준입니다.  


물론 정기준 역시 자신이 조선 최고 권력자가 되겠다는 욕심 때문에 밀본을 다시 일으킨 것은 아니겠지요. 그 당시 지도자들에게 백성들에게 베푸는 선정이란 오직 백성들의 배만 두둑하게 부르게 하고 전쟁없이 평화롭게 사는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였기에 정기준 역시 권력을 잡으면 백성들은 아무런 걱정없이 무탈하게 살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오직 탐욕에 눈이 먼 세력들과, 호시탐탐 조선에 대한 기득권을 누리고자하는 명나라를 끼고 정권을 찬탈하려는 정기준이 과연 집권한다해도 세종 이도만큼 정말 조선과 백성을 위한 선정을 펼칠 수나 있는지 의문입니다. 


사대부 중심 국가를 구현하여 새로운 조선으로 바로잡겠다고 하나, 결국은 기득권의 이익 챙기기에만 몰두했던 밀본과 정기준입니다.  천민의 삶을 경험했으나, 조금이라도 백성들의 편에서 그들이 살기 좋은 나라에 대한 이상을 품기보다  그 역시도 오직 지배층의 권력보존에만 관심 있는 탐욕스러운 정치인에 불과했습니다. 백성이 똑똑해지고, 많이 알면 사대부가 중심이 되어야하는 조선의 지배질서가 무너지고 세상에 혼돈만 가득 찬다고 혼비백산한 정기준입니다. 

 


오히려 진심으로 백성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들의 편에서 '글자'라는 기득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기라성 대신들과 자신의 모든 것을 내걸고 맞짱뜬 사람은 한번도 백정의 삶을 경험하지도, 궁궐 밖에서 살아보지도 않은 왕 '이도' 였습니다. 거기에다가 그는 군주의 권위와 힘으로 무작정 대신들의 뜻을 강제로 굽히기보다, '논리'와 '열린 소통'으로 대신들을 설득하고자 하였습니다. 세종의 끝장 토론에 한글을 반대했던 신하들도 혀를 내두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정말 칼보다 글이 더 무섭다는 것을 여실히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었습니다.


반면에 어린 시절 이방원 독재의 부당성을 설파하다가 이도에게 빰맞고 "겨우 폭력이나?" 라면서 일침을 가했던 정기준은 오직 '폭력'으로 이도와 그의 수하의 목을 조르려고 할 뿐입니다. 도대체 정기준은 장차 지도자를 꿈꾸는 사람으로서 백정으로 살아 가면서 무엇을 느끼고 배웠던 걸까요?  가장 낮은 신분에서 천대받는 삶을 살고도 결국은 사대부의 기득권만 챙기기 바빴던 정기준이란 인물에게 너무나도 실망스럽네요. 아니 엄밀히 말하면 만날 입으로는 어렵게 자라, 누구보다 서민의 마음을 이해한다고 하나, 실질적으로는 상위 1%의 기득권의 이익만 대변하는 듯한 정치인을 보는 것 같아, <뿌리깊은 나무> 정기준이 단순히 드라마 속 인물로만 보여지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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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장금>, <선덕여왕>에 빛나는 김영현 작가(뿌리깊은 나무), <제빵왕 김탁구>의 강은경 작가(영광의 재인), <내 이름은 김삼순>의 김도우 작가(나도, 꽃!). 시청률 50%가 넘었던 대히트작을 배출한 작가들끼리의 불꽃튀는 대결로 주목받는 시점에서 <뿌리깊은 나무>가 시청률 2위 <영광의 재인>을 큰 폭 차이로 이길 수 있는 것은 김영현, 박상연 작가의 투톱에 빛나는 극본과 연출을 맡은 장태유PD의 섬세한 연출력의 공로도 크지만 단연 한석규, 장혁을 위시한 명품 배우들의 탄탄한 뒷받침 덕분이다. 

방영 전부터, <선덕여왕> 작가들이 <쩐의전쟁>, <바람의 화원> 연출자와 한석규, 장혁과 함께 한반도 역사상 최고의 군주로 칭송받는 세종대왕을 논하는 것만으로도 큰 화제를 모았던 <뿌리깊은 나무>이긴 하다. 하지만 그 이전에 <무사 백동수>부터 거슬러 올라가 <계백>, <아테네 전쟁의 여신> 등등 화려한 라인업과 연출진에 비해 제대로 이름값 하지 못했던 작품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역시 김영현, 박상연 작가와 장태유PD는 달랐다. 요즘 사극의 역사 왜곡이 문제시되는 것에 반해, 아직까지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극의 몰입을 방해할 만한 치명적인 역사 왜곡은 나오지 않았다. 그만큼 연출진이 고증을 철저히 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제아무리 섬세하고 치밀하게 드라마를 만든다고해도, 드라마의 꽃 배우들의 연기가 제대로 피어오르지 못한다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을 수 없다.

다행히도 <뿌리깊은 나무>의 주요 배우들은 연기를 참 잘한다. 그냥 참 잘하는 수준이 아니라, 배우판 <나는가수다>를 꾸려도 될 만한 라인업을 갖추었다. 우선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꽃 주연배우인 한석규, 장혁 투톱을 시작으로 윤제문, 이재용, 한상진, 조진웅, 혁권, 안석환, 우현, 조희봉, 송옥숙 등등등 나오는 작품마다 미친 존재감을 발휘한 베테랑 배우들이 총 출연하였다. 초반 적은 분량으로 아쉬움을 남겼던 신세경도 눈물연기를 통해 숨겨왔던 섬세한 감정선을 여실히 드러내며 자신의 존재감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였다. 뿐만 아니라 특별출연 격으로 잠깐 출연하였을 뿐인 백윤식, 송중기, 류승수는 아주 짧은 등장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뿌리깊은 나무> 시청자들에게 아주 강인한 인상을 남기었다. 특히 1회부터 4회까지 한석규가 맡게된 세종 이도의 청년 시절을 맡은 송중기는 이 작품을 통해 '꽃미남 엄친아'에서 앞으로 연기행보가 더 기대되는 명품배우로서의 싹을 제대로 인정받았다. 그 이후에도 송중기는 종종 <뿌리깊은 나무>에 잠깐 등장하여 대선배인 한석규는 물론 백윤식과의 맞대결에서도 전혀 밀리지 않은 존재감을 발휘, 큰 찬사를 받기도 하였다. 

세종의 아역을 송중기가 너무나도 잘해줘서 바톤을 이어받아 성인 연기를 이어나가야하는 한석규로서는 큰 부담이다.실제로 몇몇 작품에서 아역들이 연기를 잘해놔서 성인연기자들 또한 우수의 연기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역이 구축해논 아우라를 제대로 잇지못해 애를 먹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 그러나 한석규는 송중기의 이도를 사랑했던 시청자들조차 금세 한석규의 이도로 빠지게끔 자연스럽게 아역과 성인의 연결고리를 이어내는데 큰 성공을 거두었다. 

 


근 16년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한석규가 선보이는 연기는 매회 방영 직후 시청자들에게서 큰 화제를 모을만큼 훌륭하다. 그러나 <뿌리깊은 나무>에서는 주연인 한석규 외에도 빛나는 존재들이 너무 많다. 만약에 한석규만 아니었어도 더 큰 찬사를 받을 수 있는 배우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그 중에서도 세종의 고기를 납품하고 해부에까지 관여하였던 백정 가리온에서 밀본의 3대 본원이자, 세종 최고의 라이벌로 급부상한 정기준 윤제문의 카이저소제급 반전 연기는 이제 막 산 중턱에 오른 <뿌리깊은 나무>에 새로운 긴장감과 활력을 불러일으켰다. 사실 가리온이 정기준일 것이라는 예측은 이미 몇몇 시청자들에게 돌고 있었다. 실제 <뿌리깊은 나무>는 여러차례 가리온이 정기준이라는 점을 암시해왔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쳐들었을 뿐인데 표정과 말투가 180도로 변해면서 "내가 바로 정기준이요"라는 가리온의 반전에 심히 놀랄 수 있었던 것은, 극 중 정기준처럼 치밀하게 본래 모습을 숨겨왔던 가리온 윤제문의 비굴한 변장 덕분이었다.  정말 진심으로 세종에게 충성을 바치는 백정처럼 비춰졌던터라 시청자들 또한 제발 가리온이 정기준이 아니길 바라왔던 믿음에 뒷통수를 세게 때린 셈이다. 

 


<뿌리깊은 나무>에서 정기준과 가리온이라는 1인 2역을 맡게된(?) 윤제문은 연극에서 잔뼈가 굵은 실력파 배우이다. 2005년에 <남극일기>와 <너는 내운명>을 시작으로 충무로에서도 연기력을 인정받은 윤제문은 그 뒤 드라마에도 도전 올해 초 <마이더스>에서 강렬하고도 비열한 악인 연기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단단히 찍히게 된다. 이미 각계 작품을 통해 충무로와 드라마를 대표하는 명품 배우로 입지를 굳혀온 윤제문이기 때문에 단순히 그가 <뿌리깊은 나무>에서 조연급으로 머물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오고가곤 하였다. 실제 수많은 '나는배우다' 급들이 출연하는 <뿌리깊은 나무>에서도 세종 한석규와 대적할 만한 포스와 연기력, 인지도를 가진 배우는 윤제문이라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시 단순한 백정 가리온에서만 머물지 않았던 윤제문은 드라마 상에서 이도의 강력한 라이벌 정기준으로도 그려지는 만큼 강채윤 장혁 다음으로 세종 이도와 대적하는 씬이 많다. 역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들답게 이들은 극 중 내에서 카멜레온같은 각개다양한 변신을 꽤한다. 윤제문이 비굴하기 짝이 없는 백정에서 잔인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비밀결사대 수장으로 두 가지 인물상을 동시에 그려낸다면, 한석규는 인간이 표현할 수 있는 모든 감정표현을 토해낸다. 평상시에는 자애롭고 인자한 군주에서,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우라질' '빌어먹을' 같은 불같은 화를 내다가, 그러면서 다 내잘못이라고 울면서 한 나라를 이끄는 왕의 외로움과 고통을 21C를 살아가는 시청자들도 느낄 수 있는 큰 공감대를 자아내게한다. 

 


 한글 창제를 둘러싼 백성을 뿌리로 삼고자하는 왕과 사대부의 나라로 만드려고 하는 거장과의 대결은 각각을 연기하는 한석규와 윤제문을 통해 팽팽한 긴장감과 피할 수 없는 숙명을 완성시켰다. 한석규가 있었기에 존경도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인간 이도의 고민을 절절히 이해할 수 있었고, 이도를 무너뜨리기 위해 수십년을 백정으로 숨어지냈던 한 사대부의 와신상담 또한 윤제문을 통해 꼭 복수할 수 밖에 없었던 완벽한 설득력을 제공한다. 

이처럼 한석규, 윤제문 외에도 장혁, 조진웅, 한상진 등 유례없는 명품배우들의 향연에 출연료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라 예상된다. 회당 수천만원 출연료를 받는다고 알려진 <천일의 약속> 김래원과 달리 <뿌리깊은 나무>의 한석규와 장혁의 출연료는 얼마인지 구체적인 액수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과거에 비해 흥행 파워가 약해졌다고는 하나 여전히 충무로 최고 배우로 손꼽히는 한석규의 16년만의 드라마 복귀이기 때문에 그의 출연료 또한 상당한 액수가 지급되었을 걸로 예상되어진다. 장혁 또한 <뿌리깊은 나무> 제작사가 본인의 오랜 소속사이기도한 싸이더스HQ이기 때문에 평소보다 낮은 출연료를 받을 것같지만, 작년 KBS 연기대상에 빛나는 스타성과 연기력을 고루 갖춘 배우로 정평이 나있다. 

 


반면 윤제문은 여러 작품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작품을 빛내는 연기력을 인정받았다고하나 스타성이 약하고 원톱 주연이 아니기 때문에 회당 수천만원 출연료에 빛나는 김래원은 고사하고 한석규, 장혁 수준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어진다. 하지만 <뿌리깊은 나무>에서 펼치는 윤제문의 연기는 당초 <천일의 약속> 남주인공에 물망에 올라 회당 8천만원을 요구했다는 그 어떤 한류스타가 그동안 선보였던 연기의 몇 십배의 값어치와 감동을 선사한다. 

올 한해 어떻게 감히 최고의 실력파 뮤지션을 가창력으로 일렬로 평가할 수 있다는 모욕 논란도 이겨내고 <나는가수다>가 승승장구할 수 있었던 비결은 거품이 잔뜩 낀 아이돌에 밀려 제대로 진가를 인정받지 못했던 가수들이 화려한 재조명을 받을 수 있다는 순기능 덕분이다. 그 뒤 <나는가수다>에 출연해 신드롬을 일으킨 임재범과 박정현, 김범수(김범수는 <뿌리깊은나무> ost인 '말하지 않아도'를 불렀다) 는 데뷔 이래 최고의 관심을 받으며 막대한 인기와 부를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그 뒤 너무나도 커져버린 그들의 위상과 엄청난 돈방석에 앉은 것에 대해 질투를 느끼는 이들이 점차 늘긴 하였지만, 이들이 누리게된 부와 인기의 정당성에 이의를 제기하는 대중들은 거의 없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수로서 배우로서 그들의 능력에 맞는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사회는 진짜 능력이 있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지위를 가지고 부를 축적하는 것이 아닌 빽과 연줄로 엄청난 이권과 분수에 맞지 않은 이익을 누리곤 하였다. 그 때문에 연기자임에도 매번 작품에서 터무니없는 출연료의 반의 반의 반값도 제대로 못하는 거품 배우들에 대한 과잉 개런티 또한 같은 맥락으로 받아들여져 과연 그들이 드라마 한 회 출연했을 뿐인데 보통 서민들의 일년 연봉보다 더 많은 수입을 올려야하는가에 대한 대중들의 불만은 해가 갈 수록 깊어졌다. 


물론 출연료만 많이 타가는 거품 한류 배우들과는 달리 제 아무리 <뿌리깊은 나무>에서 시청자들의 감탄을 절로 이끌어내는 이 시대 최고의 명품 연기를 보여주는 한석규, 윤제문이라고해도 , 뼈빠지게 일해도 일년에 수천만원를 손에 쥐지못하는 대다수 서민들에게 회당 수천만원 출연료는 지나친 거품이요, 과잉 지급으로 보여진다.



다만 한류스타라는 명목으로 제대로된 연기를 하지도 못하면서 수억의 출연료를 받는 염치없는 배우들이 아닌 한석규와 윤제문처럼 역할에 대한 몰입도를 최고조로 이끌게하고 작품 자체도 빛날 수 있는 배우들만이 회당 수천만원까지는 아니지만 그들의 연기에 대해서 제대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세상이라면 그들의 고액 출연료에 이의를 제기하고 반발하는 상황도 조금은 수그러지지 않을까 싶다. 그 이전에 과대 포장된 자칭 배우님들이 아닌 한석규, 윤제문같은 연기 하나만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는 배우들이 크게 성장할 수 있고 각광받을 수 있는 자양분이 마련되어야함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건 연예계뿐만이 아니라 사회 각계에서 필연적으로 일어나야하는 변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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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너돌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