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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하이킥3. 지붕뚫고 하이킥과 같으면서도 다른 방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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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 시리즈라고 하나, 유독 <지붕뚫고 하이킥>과 너무나도 닮은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이하 <하이킥3>)입니다. 

물론 <하이킥3>에는 1편인 <거침없는 하이킥>도 있습니다. 1편처럼 학교가 무대가 되어, 교사인 하선과 지석의 애정 구도를 만들고, 고등학생인 종석이 지원을 짝사랑하는 것. 그 또한 <거침없이 하이킥>에서 다뤘던 소재이긴 합니다. 그러나 <하이킥3>는 어두운 사회적 단면을 강조한다는 것뿐만 아니라 기본적인 러브라인이 <지붕뚫고 하이킥>을 연상시키게 합니다. 

그 대표적인 예로 지난 11일에 임시 가사 도우미로 출연한 신세경은 그냥 웃고 지나칠 카메오가 아니었습니다. 그녀가 누구입니까. <지붕뚫고 하이킥>의 최고 수혜주이자, 아직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뇌리에서 회자되고 있는 비극적인 엔딩의 여주인공. 그런 그녀가 잠시 <하이킥>에 되돌아 왔을 때, 네티즌들의 의견은 <지붕뚫고 하이킥>에 대한 결말 만큼 뜨거웠습니다.

신세경을 통하여 지난 <지붕킥>에서 그녀를 둘러싼 에피소드를 단 몇 십분만에 압축하여 여전히 <지붕킥>을 기억하는 시청자들에게 그 때 추억을 새록새록 기억하게 한 회였습니다.  마지막 이대로 시간이 멈췄으면 좋겠다고 하여 진짜 멈춰버린 <지붕킥> 속 세경과 지훈과 달리, <하이킥3>에서는 세경의 멀미만 멈추어버린 채 무사히 인천항까지 배타고 가서 계상에게 고맙다고 편지까지 보내는 아주 해피한 결말을 맞게 됩니다.  결말 외에도 차이점이 있다면 <지붕뚫고 하이킥>에서와 달리 <하이킥3> 속 신세경은 우울한 감정을 쏙 뺀 엉뚱하고 발랄한 20대였습니다. <하이킥3> 신세경 또한 타이완으로 배타고 이민 갈 정도로 사정이 좋지 않고, 잠시 윤계상이 지불한 음식값과 오갈 곳이 없어 신세지게 된 것이 미안하여 임시 식모 노릇을 하였습니다. 그런데 <지붕킥>에서 본 것처럼 신세경이란 인물에게 딱히 짠하거나 동정이 가는 공감대는 형성하지 못했습니다. 하긴 그녀는 오직 잠시 얼굴만 비추는 카메오에 불과했고, 결정적으로 <하이킥3> 속 세경은 무사히 이민을 갔고, 그곳에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잘 살고 있으니까요.  

 


이렇게 과거 <지붕킥> 결말에 불만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이 한국을 떠난 이후에도 행복하게 살고있는 세경을 통해 일종의 대리만족을 느끼는 동안, <하이킥3> 속 세상은 다시 <지붕뚫고 하이킥>을 연상시키는 소재를 방영하여 눈길을 끕니다. 

물론 <지붕뚫고 하이킥> 때와 내용이 완전히 똑같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지붕뚫고 하이킥>을 보신 분은 아실겁니다. <지붕킥>에서 황정음은 졸업 학점을 채우기 위해 지훈이 일하는 병원에서 잠시 봉사활동을 하게 되는데, 그 곳에서 자신을 마누라라고 하는 할아버지와 옥신각신하다가 결국 정음이 할머니로 분장하여 그 할아버지에게 진심으로 마음을 열게 됩니다. 그런데 그 모습을 당시 정음의 남자친구였던 지훈이 보고 흐뭇하게 웃고 나중에 정음의 손을 잡아주는 장면이 나오죠. 

반면 <하이킥3> 백진희는 인턴으로 일하는 보건소 일을 하다가 치매에 걸린 할아버지와 정이 들게 됩니다. 자신에게 친절히 대해준 진희가  고마운 할아버지는 진희에게 씨앗을 선물하고 그 씨앗을 보건소 화분에 심은 진희는 잘 자라는 씨앗을 보고 "무엇이든 잘 자라만 줘라."면서 행복한 표정을 지었고, 그 모습을 보고 계상은 진희를 보고 귀엽다는 듯이 환한 미소를 지어 보입니다. 

 


그런데 유독 <지붕킥>의 이지훈과 닮은 윤계상이라서 그런것일까요. 할아버지에게 씨앗을 받고, 그 씨앗이 잘 자라고 있다면서 아이처럼 좋아하는 진희를 바라보는 계상의 눈빛이 흡사 정음을 바라보는 지훈과 참 많이 닮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 때와 다른 것이 있다면, 정음과 지훈은 오직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손만 잡았지만 진희와 계상은 아직 서로를 향해 어떤 마음을 가진 것도 모른 채 자라나는 씨앗을 보면서 활짝 웃고만 있다는 것이죠.

그래도 <지붕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니 커플될 사람의 윤곽이 드러났지만, <하이킥3>은 중반이 넘어도 결말은 고사하고 당장 커플이룰 사람조차 예측이 어려울 정도로 긴긴 실타래만 돌리고 있습니다. 심지어는 전혀 그림이 그려지지 않는 이적과 박하선이 최종 커플이 될 확률이 높다는 말이 나돌 정도니까요. 아무리 자기가 만든 작품이라고 하나, 자기 표절에 대한 부담감때문에 <지붕킥>의 몇몇 장면을 차용할 수는 있어도, 쉽게 <지붕뚫고 하이킥>의 전철을 밟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하이킥3>의 결말이 <지붕뚫고 하이킥>과 반대로 모든 사람이 행복하는 해피엔딩으로 끝날 것 같지는 않아보입니다. 엄연히 말하면 <지붕뚫고 하이킥>도 세경과 지훈. 그리고 중간에 사랑하는 연인을 떠나보내 잠시 아파하던 정음과 준혁 빼곤 나머지 사람들은 모두 다 행복하게 잘 살게 되었습니다. 다만 <지붕킥>에서 가장 애정많고 공감대가 형성되었던 세경과 지훈이 갑자기 멈춰서버렸기에 그들의 비극이 더욱 가슴아프게 다가온 것일 뿐이구요. 누군가의 행복이 누군가의 비극인 것 처럼 현재 너무나도 엇갈린 사랑을 하고 있는 <하이킥3> 인물 또한 <지붕킥> 준혁과 정음처럼 자신이 좋아하는 사람과 이어지지 못한 아픔을 꽤 오랫동안 간직한 채 덤덤이 살아가겠죠.

그래도 <하이킥3>에 희망이 있다면, 몇몇 시청자들이 원하는 커플은 끝내 이뤄지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뭔가 될 지는 모르지만 씩씩하게 자라고 있는 씨앗처럼 궁극적으로는 본인들이 진정 원하는 열매를 성취할 것 같은 긍정적인 예감이 약간은 든다는 것입니다. 과연 <하이킥3>의 마지막은 어떻게 마무리 될 것인가요. 표면적인 해피엔딩에 회의적이면서도 한편으로는 또 하나의 새로운 씨앗이 자랄 수 있는 역설을 보여주는 김병욱이기에 기대되는 <하이킥3>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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