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계전망대

승승장구 심수봉 거역할 수 없는 어두운 역사가 빚어낸 비련의 희생양

반응형



요즘 주목받고 있는 드라마로 <빛과 그림자>가 있지요. 언뜻 보면 70년대를 살았던 한 청년이 연예계에서 성공하는 일화일 뿐이지만, 그 속을 들여다보면 왜 제목이 빛과 그림자인지 저절로 이해하게 되는 장면들이 많지요.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연예계. 하지만 그 뒤에는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높으신 어르신의 부름에 의해서 억지로 '궁정동 만찬'에 참석해야하는 여인네들의 눈물이 만들어낸 어두운 그림자가 있었습니다. 뜨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참석한  배우 지망생도 있었고, 후환이 두려워 억지로 합석해야하는 가수 지망생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원해서 갔던지, 아니던지 결론은 그 때 그 부르심만 없었다면 지금까지 온갖 소문을 다 뒤집어쓰는 것은 기본, 방송금지에 심지어 정신병원까지 다녀와서 평생을 고통 속에서 울부지르면서 살아가야하는 희생자는 나오지 않았을 거라는 거죠. 

 


심수봉. 단지 그 때 그 어르신이 그녀의 노래를 좋아했던 이유로, 그것도 하필이면 그 어르신이 자신의 심복에게 총맞았던 날 옆에 있었다는 이유로 오랜 세월 우리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로 남아야했던 비련의 여인. 천재적인 음악적 감각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로 추앙 받아도 모자를 판에, 단지 그 때 그 장소에 있었단 이유로 가수 심수봉이 아니라, 궁정동 그 때 그 사건과 얽힌 비극적 여인 심수봉으로 더 많이 회자되고, 몇 백년 후손들에게도 그렇게 불리게 될 지로 모르는 비운의 이름. 

 


오직 그녀에게 죄가 있다면, 그 어르신이 유독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을 아주 좋아하셨다는거. 그리고 <빛과 그림자>에서 이정혜처럼 어떻게든 궁정동 행을 막을 수 있는 든든한 빽이 없었다는 것. 그리고 하필이면 그 때 그 곳에 있었다는 것이겠죠.

그러나 심수봉이 훗날 <승승장구>라는 쇼 프로그램에서 다른 이의 죽음까지 알아맞추는 예지력이 있었다고한들,  이건 도무지 그녀가 자의적으로  피할 수 있는 운명이 아니잖아요. 조그만 그 어르신에게 불온한 기색을 보이면 가차없이 억압당하는 암울한 현실. 이제 막 가수로서 가냘픈 발걸음을 시작하고자하는 그녀가 자신의 의지대로 할 수 있는 것은 당시 '불건전한' 가사 하나 없는 어르신의 귀에 맞는 노래뿐이였죠. 

하지만 당시 그 자리에 있었다는 대가는 너무나도 혹독했습니다. 그녀도 눈앞에서 누군가가 죽는 것을 목격한 비극적인 피해자일 뿐인데, 그녀를 가두는 것은 물론, 심지어 정신 이상자로 취급하여, 억지로 약물을 투여하기까지 하였으니까요. 거기에다가 그녀가 진심으로 사랑하는 이가 단지 그녀와 만난다는 이유로 억울하게 고문을 당하고, 그 끔찍한 소리를 옆 방에서 고스란히 들어야하는 심수봉의 마음은 또 얼마나 찢어졌겠습니까.

흔히들 말해서 심수봉 목소리에는 순탄하게 살아온 사람은 가질 수 없는 애환의 한이 서러있다고하지요. 예술을 하는 사람으로서는 다소 좋게 받아들일 수 있으나, 그녀의 인생에 대해서는 수십 년이 지나도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그래요 우리에게 1979년 10월 26일 심수봉은 그녀 스스로는 잊고 싶기도 하겠지만, 우리들은 결코 잊어서는 안될 그리고 두번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될 끔찍한 악몽이에요. 

그 때 그녀를 반강제적으로 그 곳으로 불러들이던 어르신은 이미 이 세상을 떠났고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피해자일뿐인 그녀가 공중파 토크쇼에 나와서 이런 참담한 고백을 해도 될까 싶을 정도로 여전히 우리 세상은 심수봉 같은 강압적인 역사의 희생자가 아닌 그 어르신을 계승하겠다하고, 진심으로 존경하는 사람들이 떵떵 거리면서 잘 살고 있는 형국이에요.

한 여인 개인의 고통일뿐이나, 도무지 심수봉 하나의 잘못과 박한 운명의 굴레 탓으로 돌릴 수 없는 우리 역사의 어두운 그림자. 물론 그 어두운 그림자는 심수봉뿐만 아니라, 그 어르신과 뗄레야 뗄 수 없는 우리 역사도 평생 짊어져가야하는 깊은 상처이기도 하지요. 하지만 마냥 부정한다고 쉬쉬한다고 될 일이 아니에요. 끝내 아무 죄 없는 한 여가수를 가혹하게 내몰아야했던 우리 사회의 슬픈 비극을 말이죠. 

 




그러나 그 때와 달리 다행스럽게도, 적어도 그 때 이후 태어난 이들이 방송과 드라마를 통해서 그 사건 이후 영문도 모른 채 정신병원에 갇히고, 그 이후에도 창살없는 어두운 감옥에서 죄인처럼 취급받아야했던 한 여인네의 한많은 인생과 관계된 그 때의 '역사'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죠. 과연 그 때보다 한층 자유로운 분위기라고하나, 개인의 의지와 상관없는 등록금난, 취업난, 생활난. 그리고 그 때 그 사건에 대해서 잘 몰랐던 이들은 요즘 방송을 통해 이슈화되고 있는 '궁정동'에 대해서 어떤 생각을 품고 있을까요.

여전히 억울하게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된 한많은 여인의 절규로만 받아들일 수 밖에 없고, 오히려 그 사건의 고통을 이해하기보다 홍보용 마케팅으로 짖궃게 이용하려고 하는 그 때 그 사건. 오늘따라 심수봉의 '그 때 그 사람'이 예전보다 더욱 서글프게 들려오네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