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스타 이승훈의 비상을 예고한 양현석의 감동적인 눈물

기존 연예계 기획사 연습생 선발하는 식으로 외모, 스타성을 우선시하는 선발 방식이 아닌, 실력 즉 가창력을 우선시하는 오디션 프로그램 특성상 속칭 '곱등이'라 불리는 논란의 참가자가 매번 화제가 되는 것 같아요. 

물론 이게 공중파 혹은 케이블 오디션 프로그램이 아니라 어느 한 기획사에서 치뤄지는 오디션이라면 충분히 납득이 가는 선발입니다. 현재 몇몇 대형 소속사 아이돌이 장악한 가요계를 보면 가창력보다 외모와 상품성이 우선시 되고 있잖아요. 그러나 애초부터 기존 외모 지상주의에서 벗어나 순수히 참가자의 역량으로 평가하겠다는 슬로건을 내건 오디션 프로그램이기 때문에 그에 미치지 못하는 참가자가 여타 도전자를 제치고 상위 라운드로 진출했을 때, 이런 저런 말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어김없이 SBS <서바이벌 오디션 K팝스타>(이하 <K팝스타>)에도 속칭 '곱등이'논란은 주구장창 따라 붙었습니다. 초반에는 김나윤의 끊임없는 생존 가지고 말이 많더니, 그녀가 떨어지고 난 이후에는 이승훈에게 불이 붙은 셈이죠. 그런데 놀랍게도 이승훈은 생방송 무대 직전까지만 해도 많은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던 참가자였습니다. 물론 이하이VS박지민VS이미쉘 삼강 구도로 주목받으면서 다른 오디션에 비해서도 여풍이 상당히 거셌던 오디션이긴 하였지만, 이승훈 또한 매력적인 외모와 본인 스스로 랩을 작사하고 퍼포먼스를 창작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여성팬들의 지지를 한몸에 받았죠. 또 아무래도 시청자 투표에 유리한 어드벤테지를 가지고 있는 남자 출연자이다보니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까지 꼽히게 되었구요. 

하지만 막상 생방송 뚜껑을 열어보니 다른 참가자와 달리 창작 퍼포먼스를 보여주느라 몇 배는 힘이 들어가는 이승훈에게 칭찬과 격려의 메시지보다, "쟤는 왜 계속 붙는 거야." 라는 따가운 시선이 속출했어요. 덕분에 네티즌에 의해서 이승훈 생존에 가장 막강한 영향력을 끼쳤다고 지목되는 이승훈 팬덤은 그들이 응원하는 이승훈 개인은 물론, 그보다 훨씬 뛰어난 참가자를 떨어트려 프로그램 퀄리티를 망친 주범으로 동시에 몰매를 맞기도 하였죠. 

네티즌들은 물론, 심지어 그를 손수 뽑아준 심사위원들마저 등을 돌리게하는 혹평세례를 받아야했던 이승훈. 그래도 그에게 일말의 희망이 보였던 무대를 꼽자고 하면, 단연 YG 트레이닝을 받은 이후 선보였던 다이내믹 듀오의 '어머니의 된장국' 재해석이 아닐까 싶네요. 

기본적인 실력도 갖춰야겠지만, 기본적으로 SM, YG, JYP와 성향이 맞아야 선발될 수 있는 <K팝스타> 특성상, 여타 참가자에 비해서도 YG 색깔에 가장 맞아보이는 이승훈을 향한 그 당시 양현석의 선택은 탁월하기 그지 없었어요. 이승훈 또한 자신에게 가장 잘 맞는 소속사에서 트레이닝을 받다보니 그가 가진 잠재력을 한층 더 끌어올릴 수 있었고, 매번 곱등이 논란을 낳았던 이승훈을 보란듯이 살려낸 양현석의 코치 능력에 대해서도 많은 찬사가 뒤따랐으니까요. 

그리고 몇 주 뒤 이승훈은 별 이변과 문자 투표 덕택없이, <K팝스타>에 탈락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무대 위에서 이승훈과 함께 울고 있던 사람은 다름아닌 양현석이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에 멘토제 특성을 얹으며, 한번 멘토에게 선택되면, 탈락 혹은 최종 우승하는 그날까지 한 멘토의 보살핌을 받는 <위대한 탄생>과는 달리 선택받는 대로 3사 모두를 돌아다닐 수 있는 획기적인 코칭 시스템을 자랑하는 <K팝스타>이기 때문에 양사장 입장에서는 유독 YG와 인연이 깊었던 이승훈의 탈락이 못내 아쉬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양사장은 평소 이 바닥에서 냉혹한 승부사, 혹은 카리스마로 점철된 이미지를 자랑하는 사장님이잖아요. 한 때 '서태지와 아이들'로 한 시대를 풍미했다고하나 지금은 YG 엔터테인먼트 사장님으로 조용히 소속사 연예인 서포터에만 집중하는 그분이시기에 한동안 대중에게 양현석이란 개인에 대해서 노출될 기회도 별로 많지 않았구요. 

그래서 그런지 이승훈이 탈락되고 아쉬운 눈물을 펑펑 흘렸을 때, 그와 함께 울어준 양현석 사장의 모습을 바라볼 때, 참 많이 낯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그가 직접적으로 대중에게 보여준 인간미에 왜 다른 소속사에 비해서 유독 '패밀리, 패밀리'를 강조하는지 어느 정도 이해가 되기도 하더군요. 

갠적으로 YG 엔터테인먼트를 썩 좋아하는 편은 아닙니다. 특히나 양현석 사장의 특유의 '내 새끼 감싸기'가 종종 불편하고 거북하게 다가올 때가 종종 있었구요. 어떻게 보면 어긋난 자식 사랑의 부정적인 단면을 보는 것 같기에 안쓰러울 때도 종종 있었습니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식구들을 감싸준 YG 엔터테인먼트는 그 이후에도 승승 장구를 거듭했고, 저같은 안티가 좀 있긴 하지만, 무한한 YG의 가족애를 성원하는 지지층이 안티를 압도할 정도로 두텁잖아요. 

어쩌면 양현석 사장이 이승훈을 유독 아꼈던 이유도, 이승훈을 보내는 그의 마지막 소감 말마따라 본인도 이승훈처럼 랩도 못하고 노래도 못한다는 일종의 컴플렉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였나 싶네요. 하지만 서태지 아이들 시절에도 중심이 아니였고, 지금도 YG의 중심이 아니라고는 하나, 특유의 사업 수단과 엔터테인먼트 감각을 발휘하여 지금은 현 가요계에서 나름 실력파를 발굴해내고 키우는 업계 최고 거물로 각광받고 있는 어엿한 사장님으로 우뚝 서신 것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어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은 미운 오리새끼가 되어버린 이승훈도 차근차근 기초부터 밟아간다면 모두를 깜짝 놀라게하는 가수 혹은 무대 크리에이티브로 성공할 것 같은 좋은 예감이 들기도 하구요. 

그간 생방송 무대 전반적으로 혹평만 받았던 이승훈은 탈락을 하고, 이제 <K팝스타>는 만인이 원하는 대로 메인 오디션 프로그램 초유 여성 우승자가 탄생한다는 확실성을 안고 순항을 계속 이어가게 되었습니다. 물론 그간 이승훈의 생방송 무대를 보고 실망도 많이 하기도 하였어요.  허나 그가 중간중간 보여준 재치와 기발한 끼는 굳이 <K팝스타> 우승으로 귀결되진 않았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그를 좋게 평가하지 않았던 사람들의 마음도 활짝 열어줄 수 있는 한층 더 업그레이된 안정된 실력으로 우리 앞에 당당히 나타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네요. 개인적 소견이긴 하지만, 지금보다 앞날이 더 기대되는 이승훈의 비상만큼은 양현석의 YG에서 시작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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