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드라마전망대

적도의 남자 이장일 현실감 넘치는 배신의 화신

반응형

 

 



<적도의 남자>에서 주인공 김선우(엄태웅 분)과 대적하는 이장일(이준혁 분)은 어려운 집안 환경을 극복하고 검사로서 성공하겠다는 야망은 강했지만 누군가에게 손가락질 받을 만한 나쁜 사람은 아니었어요. 자신이 어려울 때 도와준 친구 선우에게 닥친 억울한 아버지의 죽음을 위로하며, 훗날 그가 검사가 되면 선우 아버지 의문사를 해결해준다고 약속했으니까요. 


그러나 우연히 선우 아버지를 죽인 사람이 다름 아니라 자기 아버지였고, 아버지와 진노식 회장과의 피묻은 거래로 자신이 서울의 최고 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는 충격적인 진실을 접한 장일. 진정서를 내려는 선우를 어떻게든 말려보려고 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대로 되지 않자 바위 주변에 놓여진 각목으로 선우의 뒤통수를 치고 기절한 그를 벼랑 끝으로 밀어넣습니다. 


그 뒤 2년 동안 식물인간 상태로 누워있던 선우는 의식은 회복했지만 시력은 잃어버리고 말았죠. 그럼에도 장일은 아무일 없었던 척, 오히려 선우와의 동거를 불편하게 생각합니다. 그 때만해도 약간의 죄의식이나 미안한 감정이 있는지는 몰라도, 혹시나 자신의 범행이 밝혀져 출세도 하기 전에 몰락하는 것이 아닐까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겠죠. 


하지만 선우는 장일을 포함 주위 사람들에게 말 한마디 없이 떠났고, 그 뒤 머릿 속에서 선우를 잊어버리는데 성공한 장일은 원하는 대로 사법고시를 패스하고, 수많은 시민들에게 존경받는 스타검사로 우뚝 서게 됩니다. 특히나 어려운환경에 처한 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주는데 적극 협조하면서 말이죠. 아마 이장일과 김선우와의 내막을 잘 모른 채, 이장일의 겉모습만 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장일은 실사판 배트맨이자, 슈퍼맨입니다. 


그러나 선량한 시민을 위한 정의의 사도에 가려진 이장일의 진짜 모습은 배트맨이 아니라, 배트맨의 강적 '조커'의 지령받고 움직이는 새끼 악마였습니다. 원래 태생부터가 악의 본능이 꿈틀거렸기에 예정된 수순대로 악마가 되어버렸는지는 몰라도 적어도 선우의 뒤통수를 치기 전까지 그는 성공하겠다는 의지는 강했지만 상식적인 방법으로 자신의 꿈을 쟁취하고픈 인간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아버지를 위해서든, 아님 그 속에 내포되어있는 출세의 욕심때문에 각목을 휘둘렸는지 정확한 내막은 알 수 없지만, 15년 전 벼랑 끝에서 선우의 뒤통수를 친 이후 부터 그는 용서하기 어려운 '배신의 아이콘'이 되어버립니다. 


<적도의 남자>에서 가장 악의 화신을 꼽으라면 진노식(김영철 분)입니다. 노식의 별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던 장일 아버지는 그의 살인 사주 명령을 거절할 수 없어 결국 그의 손으로 선우 양부의 목숨을 끊고야 말았구요. 조선시대로 말하면 주인과 머슴의 관계 비슷하기에 피고용인 입장에서 고용인의 지시를 거부하기는 어렵지만, 선우 양부를 죽인 대신 아들 장일의 학비, 장학금 지급을 덥썩 받아들인 것도 그입니다. 그 당시에 장일 아버지는 자신이 얼마나 큰 죄를 저지르고 있는지 잘 알고 있었습니다. 노식에게 맞고 쓰러진 선우 양부를 보고 당장 달려와서 경찰에 신고해야하는거 아니나고 했던 장일 아버지니까요. 그러나 선우 양부를 죽인 죄책감도 잠시, 오히려 그는 15년이 넘은 후에 아버지 죽음과 얽힌 진실을 밝히려는 선우를 원망하고, 되레 15년 전 선우를 죽였어야한다고 울분을 토합니다. 선우 아버지를 죽인 것에 모자라, 그 아들은 선우를 식물인간, 실명에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사실이 밝혀지면 자기 아들 출세에 지장이 생길 까봐 그것만 걱정되는 것이지요. 


 

장일 부자도 처음에는 누군가를 배신하고 그 대가로 번듯한 자리 하나 꿰뚫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거에요. 장일을 위해 기어코 선우의 뒤통수를 또 한번 내리친 수미(임정은 분)도 마찬가지였을거구요. 다만 그들은 누군가의 뒤통수만 치면 얻게될 풍성한 과일이 탐난거에요. 함께 있으면 쉽게 따먹을 수 없는 과일이지만 누군가를 짓밟고 악마의 유혹에 응하면 나 혼자 독식할 확률이 높거든요. 어찌되었던 장일 아버지는 선우 양부를 죽인 대가로, 장일은 입막음용으로 선우의 뒤통수를 친 대가로 15년동안 호화스러운 집에서 스타 검사로 떵떵거리며 호위호식 잘 살았으니까요. 


그러나 불행히도 친구의 뒤통수 쳐서 성공한 이는 <적도의 남자>라는 드라마 속 이장일 말고도 우리 현실 속에서도 많아요. 아니 오래전부터 나라를 팔아먹는 이, 그리고 독립 운동하는 척 하다가 '종교적 계시'니 '더 나은 조선을 위해서' 등등 궤변만을 앞세우며 변절한 이들이 광복 이후 제대로 된 처벌을 받기는 커녕, 그들의 후손들이 오히려 독립 운동을 위해 헌신한 분들의 후손들보다 잘 먹고 잘사는 경우를 너무나도 많이 보았으니까요. 

 

 

 


더 기가막힌 것은 15년 전 아버지의 살인을 감추기 위해 그에 버금가는 '살인미수'를 저지른 장일이 선량한 시민을 위하는 정의의 사도인척 가증스럽게 행동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아버지를 위해서 친구의 뒤통수를 쳤던 장일. 그의 배신이 이해가 가긴 해요. 허나 아버지 죽음과 둘러싼 정의를 찾겠다는 친구의 뒤통수나 치는 종족이 어찌 그 더러운 입으로 책임감과 신뢰, 그리고 선거관리위원회 홍보대사로 활약하며 유권자의 책임을  운운할 수 있겠습니까. 차라리 처음부터 노식처럼 대놓고 악마로 살던가, 마치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자신들의 모든 것을 내다버린 이들에게 동조하는 척 하다가 뒤통수나 치면서 마치 자신들은 정의의 수호자인척 명연기하는 이들이 (메인 앵커 자리 하사받으며) 판치는 세상. 이보다 더한 코미디는 없을 거에요.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공감하시면 손가락을 꾸욱 눌러주세요^^
제 블로그가 마음에 드시면 구독+을 눌러주세요.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