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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나는가수다2 노래로 속죄한 김건모. 김영희PD 노림수 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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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는 장기 파업 여파에, 첫 생방송 무대라 그랬던 것일까요. 다소 실망스러웠던 평의 A조에 비해 지난 13일에 방영된 <나는가수다2> B조 경연은 과거 <나는가수다> 초기 못지 않은 감동을 잠시나마 느낄 수 있었던 하루였던 것 같아요. 뿐만 아니라 상위권과 하위권을 얼추 예상할 수 있었던 지난주 A조 경연과는 달리, 이번 B조는 우열을 가리기 어려운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거든요. 


사실 <나가수2> 시청자 입장에서는 지난주 'A'조보다' 'B'조 경연이 기대되었을 거에요. 1위를 차지한 박완규부터, 지난 시즌에서 가장 안타까운 얼굴로 뽑히는 김연우, 정엽, 허스키한 목소리에 개성이 넘치는 박상민에 지난 오프닝에서 <나가수2>의 새로운 신데렐라로 각광받은 정인, <나가수2>에 재도전한다는 소식부터 네티즌들을 들썩이던 김건모까지. 이름만 들어도 귀가 솔깃해지는 뮤지션들의 총출동이죠. 


상위권을 차지한 가수도, 아쉽게 다음 주 고별 가수전에 나서야하는 가수들 모두 최고였던 무대. 때문에 이 운명의 갈림길에 선 6명의 가수 중 누구 하나를 선택해야하는 시청자와 청중평가단도 여러모로 고민이 많았을거에요. 6명다 상위권으로 진출한다해도 의의가 없을 정도로  출중한 실력들인데, 이중에서 3명은 5월의 가수전, 3명은 고별 가수전에 나서야한다니 이만큼 잔인한 룰이 또 어디에 있을까요. 좀 과장되게 표현하여 작년 <나가수>에서 기어코 정엽, 김연우를 떨어트릴 때의 안타까움이라고 해야할까요. 


그러나 보고 듣고 즐기는 음악프로그램이기 이전에 누군가는 떨어트려야하는 '서바이벌' 본능에 충실해야하는 <나가수2>이기 때문에 어떻게든 상위 3명과 하위 3명을 억지로 나눠야하는 상황. 결국 재택 평가단과 현장 평가단은 박완규, 김연우, 김건모를 선택했고, 영광의 1위는 '봄비'를 중후하게 부른 박완규의 몫으로 돌아갑니다. 아깝게 일위를 놓치긴 했지만, 지난해 지르는 스타일이 아니라 광속 탈락의 아픔을 가진 김연우와 '재도전 논란'으로 대한민국을 발칵 뒤집어 놓으면서 한 때 <나가수> 금기어로 통해야만 했던 김건모에게는 더할 나위없는 명예회복이 아니었나 싶네요. 


역시나 이번 <나가수2>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지난 주에 이어 또다시 재택 평가단의 투표에 의해 상위권과 하위권의 희비가 엇갈렸다는거에요. 그만큼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시청자 투표의 힘이 만만치 않다는 방증이죠. <나가수2> 이전에 여러 서바이벌을 통해 시청자 투표 또한 문제라는 것을 잘 알고 있긴 해요. 허나 지난 시즌 내내 '막귀평가단'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청중 평가단이 내린 순위에 끊임없는 논란제기가 있었던 <나가수>에 있어서는 재택 평가단은 아직까지는 상대적으로 '지르고 신나는' 음악에 후한 평가를 내릴 수 밖에 없는 청중평가단의 한계를 보완해주는 역할을 해주고 있는 것 같아 다행입니다. 


도대체 왜 <나가수2>는 각각 가수들이 시청자 투표, 현장 투표에서 얼마의 득표율을 기록했는지 나오지 않아, 정확한 내막은 잘 모르겠다만, 아마 재택 평가단 때문에 순위가 뒤집힌 가수가 있다면 '김건모'가 아닐까 싶은 생각이 조심스레 드네요. 





전날 울산 공연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았던 김건모. 게다가 그는 본인이 직접 피아노치면서 노래를 불렀습니다. 지난해 '피아노 징크스'란 말이 '농담'으로 들리지 않을 정도로 피아노 치고 노래 부른 김건모, 김연우가 바로 탈락한 아픈 기억을 소유하고 있는 시청자들의 마음이 조마조마하기까지 합니다. 거기에다가 김건모는 기승전결은 커녕, 어떠한 인상깊은 클라이맥스, 고음처리 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아주 담백하게 고 유재하의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을 완주합니다. 평소 즐겨듣는 노래로서 고 유재하 특유의 쓸쓸함은 많이 제거되긴 했지만, 소리 질러야 장땡이라고 불리기까지 했던 <나가수> 무대에서 원곡의 순수성을 잃지 않고 차분히 흘려나온 김건모 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이고 깊은 여운을 선사합니다. 





하지만 만약 재택 평가단의 투표가 뒷받침해주는 <나가수2>가 아니라 오로지 현장평가단만 존재했던 작년 <나가수>에서도 지나칠 정도로 담백하고, 깔끔한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이 쟁쟁한 가수들을 제치고 상위권에 진출할 수 있었을까하는 회의감이 드네요. 지난 시즌 시청자가 듣기에는 편안한 감동이 느껴졌지만, 현장에서 노래를 감상하는 분들에게는 다소 밋밋하게 다가와 하위권 혹은 김연우, 정엽, 조규찬처럼 '광탈'하는 안타까운 케이스가 빈번하게 일어났잖아요. 



이미 피아노치면서 립스틱 바르다가 '광탈'한 아픔이 있는 김건모인터라 어떻게 불러야 <나가수>에서 높은 순위를 받을 수 있는지 잘 알고 있을거에요. 그러나 그는 경연을 위한 노래를 부르기보다 피아노치면서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자신의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일종의 도전을 택했어요. 그 결과 김건모는 자신이 시작한 '피아노 징크스'를 자신의 손으로 무너뜨리는 역사적인 순간을 연출합니다. 



피아노 연주하고, 아무런 고음처리없이 보기에는 힘 안들어가게(?) 부르는 것처럼 보여도 수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수. 그래서 올해 데뷔 21년 차 김건모를 두고 다들 '국민가수'라고 하는가봐요. 만약 재도전 불복 공동 책임자로서 아픈 기억을 딛고 다시 <나가수2> 연출을 맡게 된 쌀집 아저씨 김영희PD가 김건모를 끝까지 설득하지 않았으면, 우리 시청자들은 '립스틱'에 가려진 가수 김건모의 뮤지션으로서 역량을 새삼스레 느끼지 못했을 지도 몰라요. 


처음에 김건모가 <나가수2>에 재도전한다 했을 때, 기대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우려가 되기도 했어요. 속칭 <나가수> 스타일과 안맞아서 탈락한 케이스라 안타까움만 더한 김연우, 정엽과는 달리, 탈락 과정에서 수많은 시청자들의 공분을 자아낸 김건모는 잘해야 본전이였거든요. 


그러나 최악의 컨디션과 목상태에도 불구하고 21년차 내공으로 똘똘 뭉친 국민가수답게 자신에게 주어진 회개의 기회를 음악인의 진정성으로 속죄한 김건모. 이렇게 다시 한번  <나가수>의 주홍글씨 김건모를 <나가수2>로 데리고 돌아온 쌀집 아저씨의 노림수는 가히 성공이라 평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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