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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전망대

B조 경연으로 본 나는가수다2 성공조건 결국 음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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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방영된 <나는가수다2>오프닝 때만 해도 이은미, 이영현, 백두산 등이 속한 A조가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죽음의 조'라고 많은 기대를 모았는데,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김건모, 박완규, 김연우, 정엽, 박상민, 정인이 속한 B조가 더 볼만했던 경연이었습니다. 


그 당시 제작진이나 진행을 맡고 있는 박명수가 A조보고 죽음의 조라고 한 것은, A조에 포진된 가수들이 대부분 <나는가수다> 경연에 특화된 목소리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죠. 정통 헤비메탈 그룹의 백두산에서부터 90년대 댄스의 여왕 박미경, 수천번의 콘서트 경험의 소유자 이은미, 그리고 특유의 폭발적인 성량을 앞세워 오프닝 무대에서도 1위를 차지한 이영현이 모두 A조에 속했으니까요. 또한 오프닝 무대에서 1위를 기록한 이영현뿐만 아니라, 모니터 평가단에서 1위로 뽑힌 이은미도 A조에 있다보니 제작진 입장에서는 당연히 A조에 대한 기대가 더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A조는 '죽음의 조'라고 불렀음에도 불구하고 <나는가수다2>가 예전만 못하다는 혹평을 몸으로 감수해야했습니다. 심지어 이수영의 1위에 대해서도 적잖은 논란에 휩싸이게 되었습니다. 진행을 맡은 박명수의 역량 부족, 장기 파업 중에 첫 생방송을 치뤄야하니 음향 설비 문제, 매끄럽지 못한 화면 처리도 <나는가수다> 특유의 긴장감을 살리지 못하는데 한 몫하긴 했지만, 출연했던 가수들이 기대했던 만큼의 활약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나는가수다> 재개를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실망감을 자아낸 것이 아닐까 싶어요.


그러나 불과 한 주가 지났을 뿐인데, 지난 13일에 방영한 <나는가수다2> B조 경연은 "마치 <나는가수다> 초창기를 보는 것 같다."는 칭찬 세례를 들었습니다. 연출이나 진행 면에서도 지난 주보다는 한층 안정감있는 모습을 보였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제아무리 노련한 진행과 세심한 무대 연출이 뒷받침된다해도, 정작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청중 평가단과 시청자들의 까다로운 귀를 만족시키지 못한다면 <나는가수다2>는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프로그램이에요. 가장 낮은 순위를 받은 가수를 탈락시키는 서바이벌을 전면으로 내세웠지만, 실제 <나는가수다2>에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누가 몇 위를 차지했나가 아니고, 어떤 노래로 감동을 주었나 이잖아요. 





지난해 초 <나는가수다>라는 생소한 프로그램을 처음으로 접한 시청자들이 <나는가수다> 프로그램에 깊은 감동을 받을 수 있었던 이유는, 순위를 떠나 각개 다른 개성을 가지고 있는 가수들이 탈락이란 공포에서 비롯된 엄숙한 긴장감 속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죠. 대중들을 비롯 전문가 사이에서 인정받은 가수들이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순간, 그들에게 부여하는 순위는 그저 숫자에 불과했어요. 운좋게 1위를 차지한 가수. 그리고 청중평가단 취향에 맞지 않아 하위권으로 밀려난 가수 모두 <나는가수다>에서 노래를 부를 수 있고, 듣는 이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그들은 최고 뮤지션이니까요. 


그렇기 때문에 초창기까지만 해도 <나는가수다> 순위는 쉽게 예측할 수 없었습니다. 오죽하면 누가 떨어질지 궁금한나머지 인터넷 상에 스포일러와 괴소문이 줄을 이었으니까요. 그 덕분에 시청자와 <나는가수다> 제작진이 대립한 경우도 종종 있었으나, 그만큼 <나는가수다>에 대한 관심이 크다는 일종의 방증이기도 했지요. 


그러나 그렇게 가수들이 차지한 순위에 대해서 수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나는가수다>는 시간이 지날 수록 아예 누가 1위를 차지하고 탈락하는가에 별관심이 없어지는 정체기에 빠지게 됩니다. 우리나라 가요계 한계상 몇몇 시청자들을 만족시키는 조건을 가진 가수들 찾기도 어려웠을 뿐더러, 무엇보다도 어떤 목소리를 가진 가수가, 얼마의 순위를 받을까하는게 정형화되고 고착화되었기 때문이죠. 상대적으로 청중평가단의 귀를 사로잡는 폭풍 성량과 지르는 고음은 무조건 상위권, 반면 잔잔하고 조용한 음악은 하위권, 탈락을 차지하는 본의 아닌 악순환이 이어지다보니, 방송으로 지켜보는 시청자들은 슬슬 지겨움을 느끼게 된 것이죠. 





하지만 13일 생방송을 치룬 B조는 '5월의 가수전' 진출자를 발표하기 전까지만 해도, 도대체 누가 상위 3명으로 발표될 것인지 도저히 예측 불가였습니다. 비교적 상위3인, 하위3인이 명확했던 A조와 정반대의 결과를 나았던 셈이죠. 그래서 아쉽게 하위3인이 된 박상민, 정엽, 정인에 대한 안타까움이 커지기도 합니다. 결코 그들이 상위3인으로 뽑힌 박완규, 김연우, 김건모에 비해 부족해서 고별 가수전으로 밀려난 것이 아니거든요. 


반면 특유의 잔잔한 감성으로 시청자의 귀를 만족시켰음에도 청중평가단의 점수를 받지 못해 광탈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데뷔 이래 수많은 대중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은 김연우와 정엽을 생각하면 B조가 보여준 결과는 다시 옛날의 영광을 복원하고자하는 <나는가수다2>는 물론, 출연한 가수들 본인에게도 다시 한번 주목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가 아닐까 싶어요. 그간 <나는가수다>에 출연했던 가수들이 그들이 받은 순위에 비례하여 부와 명예를 쟁취한 것은 아니잖아요. <나는가수다>에 나오는 것만으로도 가수에게는 큰 영광이요,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기회가 제공되고, 특정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음악이 골고루 각광받는 무대. 그게 <나가수> 제작진들의 최종 바람이자, 시청자, 가수들도 원하는 유토피아이지요. 


다행히도 생방송 도입과 함께 재택평가단이라는 새로운 평가를 시작한 <나는가수다2>는 과거 청중평가단을 흥겹게 하지 않아도 잔잔하고 담백한 노래만으로도 상위권에 안착하는 놀라운 이변을 선보입니다. 작년같으면 감히 상상도 할 수 없는 꿈의 결과였죠. 아마 고 유재하 특유의 쓸쓸한 감성은 살리되, 차분하면서도 담백하게 부른 김건모의 선전 이후 그동안 광탈을 우려하여 <나는가수다> 출연을 꺼리던 수많은 감성파 뮤지션들이 끊임없이 이어졌을 듯한 쌀집아저씨 김영희PD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을까 싶기도 하네요. 돌아온 <1박2일> 때문에 지난주보다 시청률은 떨어졌지만, 오히려 좋은 반응을 얻은 <나는가수다2>를 보고 느낀 점은, 역시나 <나는가수다2>를 살리는 방법은 오직 듣는 이에게 진한 여운을 남기는 음악을 선사하는 것이 아닐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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