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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적도의 남자 최악의 오점으로 남을 방송사고. 시청자들은 멘붕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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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리, 연출, 연기는 특별한 흠 잡을 것 없이 완벽합니다. 그래서 10% 중후반 수준의 시청률에 머무르고 있지만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되어있는 경쟁작을 제치고 동시간대 1위에 올렸고, 굳건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주인공 김선우(엄태웅 분)이 그토록 이를 갈고 있던 진노식(김영철 분)이 친아버지로 알려지고, 여전히 자신의 아들을 알아보지 못하는 진 회장이자신이 목숨처럼 아끼는 리조트만이라도 살리기 위해 선우 애인까지 납치하다가 자신의 아들이 누군지 알게되고 우연히 이 모든 사실을 엿들은 이장일(이준혁 분)이 자신의 아버지가 결국 죽었다고 진노식에게 따지러갔다가 봉변만 당하고 선우네 회사로 가서 이 모든 사실을 폭로하려고도 들어가는구나 싶은 흥미진진하게 돌아가는 상황. 그런데 갑자기 검은 색 화면으로 정지되며 이어 "본 방송사 사정으로 방송을 중단했다."는 황당하기까지한 자막. 도대체 이 말도 안되는 방송사고가 왜 일어난 것일까요?

 

현재 <적도의 남자> 공식 홈페이지에는 <적도의 남자> 19회 방송 중 제작 지연으로 방송에 차질이 빚었다고 이번 방송사고로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 시청자에게 즉각 사과했습니다. 심지어 이번 방송사고로 쏟아지는 기사 내용을 보면, <적도의 남자>는 마지막회가 방영하는 오늘까지 촬영일정이 잡혀있다는 소문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여타 드라마처럼 생방송 촬영 일정을 진행하다가 마지막 테이프의 편집과 전달 과정의 지연으로 방송에 차질이 빚어져서 방송사고가 발생했다고 추측해볼 수 있겠군요.

 

거기에다가 현재 <적도의 남자>가 방영되고 있는 kbs는 대다수 아나운서를 제외하곤 PD 등 현장 인력들이 부분 파업 중이라 방송 제작 환경이 원활하지가 않구요.

 

 

하지만 어떤 피치못할 사정이 있었던지 간에, 뜬금없이 발생한 이 방송사고에 한순간에 아버지를 잃어버린 장일이처럼, 아니 자신이 그토록 무너뜨리고 싶었던 진노식을 자신을 낳아준 아버지로 인정해야하는 선우처럼 시청자들도 강한 '멘붕' 상태입니다. 가장 무엇보다도 염려되는 것은 시청률입니다. 처음 시작할 때 동시간대 꼴찌에서 엄태웅의 연기와 극의 완성도만으로 힘겹게 동시간대 1위를 수성했는데, 말도 안되는 방송 사고로 유종의 미에 금이 가게 생겼으니까요. 뿐만 아니라 가장 클라이맥스로 치닫을 때 후다닥 끝나지만 않았어도 비교적 높은 완성도를 자랑한 19회였기 때문에 직접 눈으로 보고도 믿을 수 없는 방송사고가 뼈아플 뿐입니다.




 

19회에서 진노식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것을 밝혀져도 여전히 진 회장을 향한 복수를 멈추지 않는 선우. 비록 공소시효는 지나 15년 전 선우 양부 살해사건에 연루된 노식과 장일 아버지는 그에 따른 형벌은 면하게 되었지만 15년 전 자신의 범행이 알려진 노식은 인생 최대 곤경에 처하게 됩니다. 가뜩이나 선우와 문태주를 이기겠다는 질투심에 무리하게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다가 경영권마저 악화된 상황인터라 노식의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엎친데 덮친 격이죠.

 

하지만 적어도 주주들은 자신의 편이 되어줄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었던 노식. 그런데 주주들마저 자신의 대표 해임권에 찬성표를 던집니다. 거기에다가 수십년 동안 진노식의 부인으로 살았던 마희정(차화연 분)마저 진 회장에게 등을 돌려버립니다. 아 이거 어떻게 된 일인가요.

 

그런데 알고보니 선우와 마희정 사이에 이미 진노식을 진승그룹에서 몰아낼 모종의 거래가 있었더군요. 평소 여전히 과거 약혼녀를 잃지못하는 진 회장에게 강한 불만이 있었던 마희정은 이번 진 회장의 몰락을 계기로, 자신은 진 회장에게 부인, 사업 파트너가 아니라 오직 돈줄뿐이었나하는 강한 배신감을 가지게 됩니다. 얼핏보면 허영심에 들뜬 재벌 사모님이지만 돈 굴리는 머리만큼은 잘 굴러가는 마희정이였기 때문에 이참에 자기 살 궁리를 하는지도 모르겠구요. 결국 마희정 친정 쪽에 진승그룹 경영권을 이양하는 조건으로 마희정과 함께 힘을 합쳐 진노식을 망하게하는데 성공한 선우입니다.

 

선우의 공격이야 이미 예상하고 있었으니 그렇다치고, 믿었던 주주, 특히나 그동안 함께 반려자로 살았던 마희정에게 세게 뒤통수를 맞은 진 회장의 심경. 아마 지금 갑작스런 방송사고를 겪은 시청자와 마찬가지로 정신이 없을 거에요. 하지만 이대로 눈뜨고 당하기만 할 노식이 아니죠. 어떻게든 자신이 가장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의 압축판인 태국의 리조트만이라도 지키기 위해 그는 선우의 연인이자 이번 복수전에 맹활약한 지원(이보영 분)을 납치하는 악랄한 행위를 멈추지 않습니다.

 

그러나 지원이 실종되었다는 소식에 바로 노식이 납치했다는 것을 직감하고 오랜만에 진 회장을 찾아간 문태주(정호빈 분). 거기서 태주는 노식에게 "선우가 너의 친아들이니. 이제 그만 좀 괴롭혀."라고 뒤늦게서야 사실을 고백합니다.

 

마희정이 각목으로 내리친 뒤통수보다 더 큰 멘붕상태에 오게된 노식. 거기에다가 우연히 이 사실을 접하게된 장일이 얼씨구나 좋다면서 "역시 무식한게 부자가 닮았네." 하면서 노식을 조롱하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장일도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습니다. 바로 얼마 못가 스스로 자신의 목숨을 끊으려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가 결국 숨을 거두었거든요. 이게 다 노식 때문이라고, 그를 찾아갔지만 노식은 죄책감을 느끼기는 커녕, 오히려 니 아버지 스스로 잘못이라고 같이 태국가서 날 도와줘. 넌 어차피 변호사 개업도 힘들잖아 하면서 아버지 죽음으로 충격에 빠진 장일을 더욱 열받게 합니다. 이렇게 가장 극도의 긴장감이 조성될 시점에 화면정지되고 방송이 중단되었으니 시청자들의 속이 오죽 타겠습니까.

 

그렇게 아버지 죽음 이후 노식과 대판 싸우고 바로 선우에게 찾아가는 것으로 짐작되는 장면에서 헐레벌떡 끝나 버렸으나, 그나마 불행 중의 다행인 것은, 지난 첫 회 오프닝 장면 덕분에 오늘 방영될 마지막회가 어떻게 흘러갈지 짐작이 되는 거죠. 일단 노식, 선우, 장일은 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을 것입니다. 그리고 이제는 노식의 소유가 아닌 리조트에서 결말을 보겠죠. 여기서 주목할 포인트는 19회에서 계속 눈에 띄는 시력 이상을 보여주던 선우가 결국은 노식이 자신의 아버지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고 오이디푸스처럼 자신의 눈을 찌르는 것에 준하는 결말에 들어갈까가 관건이겠죠.

 

이미 <적도의 남자> 방영 전에 태국 로케이션 촬영을 통해 첫 회 장면과 마지막 회 장면을 미리 찍어놓은 것을 보아, 김인영 작가는 <적남> 시작 전에 자신의 뜻대로 결말을 정한 것 같습니다. <발리에서 생긴 일>, <지붕뚫고 하이킥>에 버금가는 충격 결말을요. 하지만 <발리..>, <지붕킥>과는 달리 첫 회부터 비극이 강하게 예상된 드라마이기에 설사 선우가 다시 눈이 먼다해도 어쩔 수 없는 운명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오늘 밤 시청자 눈앞에 펼쳐질 결말보다도 더 충격적인 것은, 불과 한 회를 앞두고 최근 시청자들을 충격과 분노를 야기했던 <패션왕> 막장 결말보다 최악인 마무리를 보여줬던 방송사고가 아닐까 싶네요. 그동안 작품 내적으로는 별다른 하자없이 훌륭한 완성도를 보여줬던 <적도의 남자>였기 때문에 이와 같은 어처구니없는 방송사고가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간 완성도 있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한 작가, 스태프, 배우들. 그리고 변함없이 <적남>을 사랑해준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찬물을 끼얹은 황당한 방송사고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 것일까요?

 

어제 방영되었던 19회 선우 대사를 빌려 단순 제작진의 실수로 마지막까지 잘 나가던 <적도의 남자>에 제대로 초쳐버린 방송 사고를 "그래 그럴 수도 있지." 너그럽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하지만 19회에서 한순간의 실수로 모든 것이 무너져내려버렸다고 보기에 <적도의 남자>는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가슴을 먹먹하게 하는 명품 드라마로 남을 가능성이 있는 훌륭한 작품입니다.

 

부디 오늘 마지막 20회에서는 어제 있었던 최악의 방송사고에 진심으로 사과하는 의미로 심혈을 기울여 최고의 완성도를 보여주며 완벽한 유종의 미를 거두었으면 하네요. 아니 그렇게 하지 않으면 용서가 안될 것 같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진정한 복수와 화해를 울부짖은 드라마인만큼, 말로만 미안한다 사과한다로 대충 넘어갈게 아니라 끝까지 자신들의 어처구니 없는 실수에 사과하고 성원해준 시청자들의 애정에 보답하는 명작으로 기억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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