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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전망대

적도의 남자 애증의 이장일로 다시 태어난 이준혁의 재발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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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적도의 남자>는 첫회에서부터 마지막회까지 집중해서 지켜본 얼마 안되는 드라마였습니다. 그간 많은 드라마를 보았지만, 이번 <적도의 남자>만큼 극중 등장인물들이 겪는 고통이 내 아픔인양 아프고 먹먹해졌던 적은 그닥 많지 않았거든요. 


억울하게 아버지를 잃고 친구에게 배신당하고 눈까지 멀게된 선우(엄태웅 분)이 어서 빨리 시력을 회복하고, 그의 아버지와 눈을 앗아간 이들에게 통쾌한 복수를 바랬지만, 한편으로 그의 뒤통수를 내리칠 수 밖에 없었던 장일(이준혁 분)도 짠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저에게 이장일이란 아이는 춥고 외롭고 불쌍한 남자여야한다 그래야했던 것 같아요. 


'애증'. 모든 인물들이 다 하나같이 사연있고 외로운 <적도의 남자>에서 가장  간단하면서도 모든 희노애락이 압축되어있는 한 단어로 표현되는 등장인물이 있다면 단연 '이장일'이 아닐까 싶어요. 그간 그가 저지는 악행을 보면 쉽게 용서할 수도 자비를 베풀어서는 안되지만, 인간 그 자체만을 놓고 본다면 장일이만큼 춥고 외롭고 불완전한 아이가 또 있을까 싶기도 했거든요. 





조각처럼 빼어난 외모, 대한민국 최고 법대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수많은 국민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는 스타검사. 겉으로 보기에 그는 모든 것을 다 갖추고 모든 사람들이 다 부러워할만한 엄친아였습니다. 하지만 김선우의 눈을 통해서 바라본 이장일은 15년 전 아버지의 범행을 감추기 위해 친구를 죽이려고 한 살인미수자, 철저히 가식으로 일관된 악어였습니다. 힘없는 서민들의 억울함을 풀어줄 때 가장 행복하다는 검사가, 정작 자신이 가장 아끼는 친구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죄가 드러날 때는 어떻게하면 검사직을 유지할 수 있을까 전전긍긍하기만 했으니까요. 


한 때는 이장일이 안쓰럽기도 했습니다. 어릴 때부터 이장일을 쭉 봐왔기에 그가 얼마나 슬픈 아이인지 대충은 알고 있었기에 모든 것을 솔직하게 털어 놓지 못해서 그렇지 늘 항상 선우의 뒤통수를 친 것에 미안하고, 아파할거야라고 말이죠.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내가 알고 있던 이장일이 아니라 괴물이 되어버린 이장일은 도저히 용서가 안되는 나쁜 애, 선우에게 복수당해야 마땅한 죽일 x,,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습니다. 어쩌면 내가 이장일이란 인간을 잘못 알고 있었구나하는 씁쓸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장일은 자신의 직업이 검사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이 15년 전 친구에게 얼마나 몹쓸짓을 저지렀는지도 모르는 철면피인데 그에 대해서 제대로 간파하지 못하고, 불쌍하니 마니 했던 제가 아직 세상을 덜 살았구나하는 어리석음까지 느끼더군요. 





때문에 모든 것을 다 잃고 15년 전 김선우가 되서야 자신이 얼마나 죽을 죄를 지었는지 깨닫고 선우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는 장일을 볼 때, 한편으로는 이런 생각도 들더군요. 만약에 장일이 선우에 의해 자신이 소중하게 여기는 모든 것들을 빼앗기지 않았다면 과연 자신의 죄를 뉘우쳤을까 하는 의문말이죠. 


그래서 선우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선우 또한 이를 받아주었음에도 불구하고 15년전 자신이 선우의 뒤통수치는 환영을 보고 그 때 선우를 밀어내린 절벽에 뛰어들어 생을 마감한 장일의 최후가 어찌보면 당연하다고 봐요. 비록 법적인 처벌은 면했고, 피해자에게 용서는 받았다고하나, 그를 향한 신의 응징은 별개니까요. 


어찌되었던 장일은 15년 전 범죄행위로 옥에 갇히는 대신, 살아도 죽은 것과 같은 식물인간이 되었고, 15년 전 선우가 자신과 아버지 때문에 당했던 고통 고스란히 떠안고 지옥으로 떠나버렸습니다. 그래도 그가 지난 15년 동안 선우에게 한 행동을 생각하면 여전히 더 돌려줘야할 것들이 수두룩하지만, 그래도 그는 자신의 15년 전 저지른 행동때문에 철저히 망가졌고 결국 죽음이란 황천길로 떠났으니까요. 드라마 속 이장일보다 더 선량한 사람들 가슴에 대못을 박았음에도 수십년 이상을 떵떵거리며 잘 살고 있는 현실 속 누군가들에게 비해서는 톡톡히 인과응보를 받은거죠. 


이장일. 참으로 증오와 미움, 분노, 연민이 번민하는 캐릭터였지만, 그래도 그가 완전히 밉지 않았던 것은, 지난 20회 동안 이장일로 살았던 배우 이준혁의 열연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동안 이준혁이 나온 드라마를 꽤 여러번 보았고, 잘생겼구나 싶은 생각은 들었지만 한번도 제 가슴에 와닿지는 않은 탤런트였거든요. 





때문에 그가 엄태웅에 맞서 정통 복수극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기도 했어요. 엄태웅이야 이미 <부활>, <마왕>을 통해서 복수극의 화신으로 인정받는 명배우라고하나, 이준혁은 아직 검증이 잘 안된 배우였잖아요. 


하지만 이준혁은 그간 내가 알고 있던 이준혁이 맞나 싶을 정도로 보통의 상식을 가진 사람들은 감정이입조차 힘든 이장일이라는 희대의 캐릭터를 물만난 고기처럼 생동감있게 표현합니다. 그래서 이준혁이 이장일이 되어 울고, 분노하고, 선우를 경멸할 때 도저히 정상적인 사고로는 이해가 안되지만, 이준혁이 표현하는 놀라우면서도 섬세한 감정선과 보는 이들을 긴장시키는 진지하면서도 다이내믹한 눈빛에 어느센가 이장일이 되어 한편이나마 그의 사이코적인 성향을 조금이라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이번 <적도의 남자> 이장일으로 '좋은 배우'로 성큼성큼 우리 곁에 찾아온 이준혁. 비록 이장일은 실족사로 허무하게 생을 마감했지만, 이장일로 다시 태어난 배우 이준혁의 연기 인생은 이제부터 시작이 아닐까 싶네요. 이장일로 필모그래피에 힘찬 날개를 달은 이준혁. 조만간 군대에 입대한다고 하는데, 군복무 이후에도 활발한 연기활동으로 대중들을 울리고 웃기는 명배우로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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